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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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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시인, 옥중시인 - 김남주
2015년 04월 19일 21시 33분  조회:4088  추천:0  작성자: 죽림

 

 

 

 

 

 




김남주 시인(1946~1994)
1946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시인은 64년 광주일고에 입학했으나 입
시 위주 교육에 반발하며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69년 전남대 영어
영문학과 입학했다. 이후 72년 12월 최초의 반유신 지하신문인 「함
성」을 제작·배포하고, 이듬해 2월 전국적인 반 유신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지하신문 「고발」을 제작·배포해 구속되면서 대학에서 제적처리
됐다.
고인은 74년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진혼가’, ‘잿더미’ 등 8편
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제적 후에는 전남대 앞에서 사회과학서점
‘카프카’를 운영하면서 광주사회문화운동의 구심 역할을 맡았다. 79년
에는 서울에서 전위혁명조직인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의 조직원
으로 활동하다 체포된 뒤 88년 12월 출소했으나 끝내 췌장암으로 일기
를 마쳤다다.
시인은 생전에 발표한 470여 편의 시 가운데 300여 편을 옥중에서 써
‘옥중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휴지조각·우유팩·은박지 등에 깨알
같은 글씨로 꾸준히 쓴 시편들은 면회 온 부인과 지인들에 의해 세상 밖
으로 흘러나와 투옥 중에만 『진혼가』(84년), 『나의 칼 나의 피』(87
년), 『조국은 하나다』(88년) 등 3권의 시집으로 묶였다.


김남주 시 모음

▲ 

똥파리와 인간

똥파리에게는 더 많은 똥을
인간에게는 더 많은 돈을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똥파리는 똥이 많이 쌓인 곳에 가서
떼지어 붕붕거리며 산다 그곳이 어디건
시궁창이건 오물을 뒤집어쓴 두엄더미건 상관 않고

인간은 돈이 많이 쌓인 곳에 가서
무리지어 웅성거리며 산다 그곳이 어디건
범죄의 소굴이건 아비규환의 생지옥이건 상관 않고

보라고 똥없이 맑고 깨끗한 데에 가서
이를테면 산골짜기 옹달샘 같은 데라도 가서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다 떼지어 사는 똥파리를

보라고 돈 없이 가난하고 한적한 데에 가서
이를테면 두메산골 외딴 마릉 깊은 데라도 가서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다 무리지어 사는 인간을

산 좋고 물 좋아 살기 좋은 내 고장이란 옛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똥파리에게나 인간에게나
똥파리에게라면 그런 곳을 잠시 쉬었다가
물찌똥이나 한번 찌익 깔기고 돌아서는 곳이고
인간에게라면 그런 곳은 주말이나 행락철에
먹다 남은 찌꺼기나 여기저기 버리고 돌아서는 곳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이란 게 별 것 아닌 것이다
똥파리와 별로 다를 게 없는 것이다

▲ 

자유

만인을 위해 내가 노력할 때
나는 자유이다
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
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
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
피와 땀을 눈물을 나워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밖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지는 잎새 쌓이거든

당신은 나의 기다림
강 건너 나룻배 지그시 밀어 타고
오세요
한줄기 소낙비 몰고 오세요

당신은 나의 그리움
솔밭 사이 사이로 지는 잎새 쌓이거든
열두 곁 포근히 즈려밟고 오세요

오세요 당신은 나의 화로
눈 내려 첫눈 녹기 전에 서둘러
가슴에 당신 가슴에 불씨 담고 오세요

오세요 어서 오떼요
가로질러 들판 그 흙에 새순 나거든
한아름 소식 안고 달려 오세요
당신은 나의 환희이니까요

▲ 

저 창살에 햇살이(햇살 그리운 감옥의 창살)

내가 손을 내밀면
내 손에 와 고운 햇살
내가 볼을 내밀면
내 볼에 와 다순 햇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자꾸자꾸 자라나
다람쥐 꼬리만큼은 자라나
내 목에 와 감기면
누이가 짜준 목도리가 되고
내 입술에 와 닿으면
어머니가 씹어주고는 했던
사각사각 베어먹고 싶은
빨간 홍당무가 된다.

▲ 

물따라 나도 가면서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건듯건듯 동풍이 불어 새봄을 맞이했으니
졸졸졸 시내로 흘러 조약돌을 적시고
겨우내 낀 개구장이의 발때를 벗기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오뉴월 뙤약볕에 가뭄의 농부를 만났으니
돌돌돌 도랑으로 흘러 농부의 애간장을 녹이고
타는 들녘 벼포기를 적시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동산에 반달이 떴으니 낼 모레가 추석이라
넘실넘실 개여울로 흘러 달빛을 머금고
물레방아를 돌려 떡방아를 찧으러 가지

흘러 흘러서 물은 어디로 가나
물 따라 나도 가면서 물에게 물어본다
봄 따라 여름가고 가을도 깊었으니
나도 이제 깊은 강 잔잔하게 흘러
어디 따뜻한 포구로 겨울잠을 자러 가지

▲ 너희는 아느냐, 돌멩이 하나에 실린 력사의 무게를….

돌멩이 하나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많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즘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대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 

3.8선은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걷다 넘어지고 마는
미팔군 병사의 군화에도 있고
당신이 가다 부닥치고야 마는
입산금지의 붉은 팻말에도 있다
가까이는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짖어대는
네 이웃집 강아지의 주둥이에도 있고
멀리는
그 입에 물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죄 안 짓고 혼줄 나는 억울한 넋들에도 있다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낮게는
새벽같이 일어나 일하면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농부의 졸라 맨 허리에도 있고
제 노동을 팔아
한 몫의 인간이고자 고개 쳐들면
결정적으로 꺾이고 마는 노동자의
휘여진 등에도 있다
높게는
그 허리 위에 거재(巨財)를 쌓아올려
도적도 얼씬 못하게 가시철망을 두른
부자들이 담벼락에도 있고
그들과 한패가 되어 심심찮게
시기적절하게 벌이는 쇼쇼쇼
고관대작들이 평화통일 제의의 축제에도 있다
뿐이랴 삼팔선은
나라 밖에도 있다 바다 건너
원격조종의 나라 아메리카에도 있고
그들이 보낸 구호물자 속이 사탕에도 밀가루에도
달라의 이면에도 있고 자유를
혼란으로
바꿔치기 하고 동포여 동포여
소리치며 질서의 이름으로
한강을 도강(渡江)하는 미국산 탱그에도 있다
나라가 온통
피묻은 자유로 몸부림치는 창살
삼팔선은 감옥의 담에도 있고 침묵의 벽
그대 가슴에도 있다.

산국화

서리가 내리고
산에 들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찬서리 내려 산에는
갈잎이 지고
무서리 내려 들에는
풀잎이 지고
당신은 당신을 이름하여 붉은 입술로
꽃이라 했지요
꺽일 듯 꺽이지 않는
산에 피면 산국화
들에 피면 들국화
노오란 꽃이라 했지요.

희망이 있다(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제각기 모두 제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찾은 별은
혹 그 언제인가
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
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밤처럼
서로 속삭일 것이다.
언제나 별이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 

아이고! I Go!(날마다 날마다)

차에 깔려 죽고
물에 빠져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다
흉기에 찔려 죽고
총기에 맞아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임이다
공부 못해 죽고 대학 못가 죽고
취직 못해 죽고 장가 못가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다
아이는 단칸 셋방에 갇혀 죽고
에미는 하늘까지 치솟는 전세값에 떨어져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다
농부는 농가부채에 눌려 죽고
노동자는 가스에 납에 중독되어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다
여름이면 흙사태에 묻혀 죽고
겨울이면 눈사태에 얼어 죽고
날마다 날마다 죽음이다
낮에 죽고 밤에 죽고
아침에 죽고 저녁에 죽고
시도때도 없이 세상을 온통 죽음의 공동묘지
이 묘지에서 고개 들고 죽음이 세계에 항거한 자는
쇠파이프에 머리가 깨져 죽고
최루탄에 가슴이 터져 죽는다

노래(죽창가)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웃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靑松綠竹)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앞서 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일이면 일로 손잡고 가자
천이라면 천으로 운명을 같이 하자
둘이라면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물이라면 건너주고
물 건너 첩첩 산이라면 넘어주자
고개 넘어 마을 목마르면 쉬어가자
서산 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주고
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주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언젠가는 가야 할 길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가시발길 하얀 길
에헤라, 가다 못 가면 쉬었다나 가지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 

김남주의 시를 노래하다
꽃다지, 노찾사, 메아리, 노동자 노래단, 문민협, 박치
음 등등

사랑은(사랑) - 대학노래패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 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

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를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 노동자 노래단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
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오지는 않았다
오월은 왔다 비수를 품은 밤으로
야수의 무자비한 발톱과 함께
바퀴와 개머리판에 메이드 인 유 에스 에이를 새긴
전차와 함께 기관총과 함께 왔다
오월은 왔다 헐떡거리면서
피에 주린 미친 개의 이빨과 함께
두부처럼 처녀의 유방을 자르며
대검의 병사와 함께 오월은 왔다
벌집처럼 도시의 가슴을 뚫고
살해된 누이의 웃음을 찾아 우는
아이의 검은 눈동자를 뚫고
총알처럼 왔다 자유의 거리에
팔이며 다리가 피묻은 살점으로 뒹구는
능지처참의 학살로 오월은 오월은 왔다 그렇게!

바람에 울고 웃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오월은 바람처럼 그렇게
오월은 풀잎처럼 그렇게
서정적으로 일어나거라 쓰러지지 않았다
오월의 무기 무등산의 봉기는
총칼의 숲에 뛰어든 맨주먹 벌거숭이의 육탄이었다
불에 달군 대장간의 시뻘건 망치였고 낫이었고
한 입의 아우성과 함께 치켜든 만인의 주먹이었다
피와 눈물 분노와 치떨림 이 모든 인간의 감정이
사랑으로 응어리져 증오로 터진 다이너마이트의 폭
발이었다

노래하지 말아아 오월을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바람'은
학살의 야만과 야수의 발톱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노래하지 말아아 오월을
바람에 일어나는 풀잎으로 '풀잎'은
피의 전투와 죽음의 저항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학살과 저항 사이에는
바리케이드의 이편과 저편 사이에는
서정이 들어 설 자리가 없다 자격도 없다
적어도 적어도 오월의 광주에는!

▲ 

벗에게 - 조국과 청춘

좋은 벗들은 이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네
살아 남은 이들도 잡혀 잔인한 벽 속에 갇혀 있거나
지하의 물이 되어 숨죽여 흐르고
더러는 국경의 밤을 넘어 유령으로 떠돌기도 하고

그러나 동지, 잃지 말게 승리에 대한 신념을
지금은 시련을 참고 견디어야 할 때,
심신을 단련하게나 미래는 아름답고
그것은 우리의 것이네

이별의 때가 왔네
자네가 보여준 용기를 가지고
자네가 두고 간 무기를 들고 나는 떠나네
자네가 몸소 행동으로 가르쳐준 말

"참된 삶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로 향한 끊임없는 모
험 속에 있다는
투쟁 속에서만이 인간은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난다

혁명은 실천 속에서만이 제 갈 길을 바로 간다는"

그 말을 되새기며

그대에게(지는 잎새 쌓이거든) - 개똥이

당신은 나의 기다림
강 건너 나룻배 지그시 밀어 타고
오세요
한줄기 소낙비 몰고 오세요
당신은 나의 그리움
솔밭 사이 사이로 지는 잎새 쌓이거든
열두 곁 포근히 즈려밟고 오세요
오세요 당신은 나의 화로
눈 내려 첫눈 녹기 전에 서둘러
가슴에 당신 가슴에 불씨 담고 오세요
오세요 어서 오떼요
가로질러 들판 그 흙에 새순 나거든
한아름 소식 안고 달려 오세요
당신은 나의 환희이니까요

▲ 

고목 - 조국과 청춘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 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 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산국화 - 박치음

서리가 내리고
산에 들에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찬서리 내려 산에는
갈잎이 지고
무서리 내려 들에는
풀잎이 지고
당신은 당신을 이름하여 붉은 입술로
꽃이라 했지요
꺽일 듯 꺽이지 않는
산에 피면 산국화
들에 피면 들국화
노오란 꽃이라 했지요.

김남주 육성 낭송 시선

전사 2

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많은 사람이 실로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수천 명이 죽어갔다
수만 명이 죽어갔다
아니 수백만 명이 죽어갈지도 모른다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세계도처에서 나라 곳곳에서
거리에서 공장에서 산악에서 감옥에서
압제와 착취가 있는 바로 그곳에서
어떤 사람은 투쟁의
초기 단계에서 죽어갔다
경험의 부족과 스스로의 잘못으로
어떤 사람은
승리의 막바지에서 죽어갔다
이름도 없이 얼굴도 없이 죽어갔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아내는 지하의 고문실에서
쥐도 모르게 새도 모르게 죽어갔다
감옥의 문턱에서
잡을 손도 없이 부를 이름도 없이 죽어갔다
그러나 보아다오 동지여!
피의 양분없이 자유의 나무는 자라지 않는다 했으니
보아다오 이 나무를
민족의 나무 해방의 나무 민족해방투쟁의 나무를 보
아다오
이 나무를 키운 것은 이 나무를 이만큼이라도 키워
낸 것은
그들이 흘리고 간 피가 아니었던가
자기 시대를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자기 시대와 격정적으로 싸우고
자기 시대와 더불어 사라지는 데
기꺼이 동의했던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오늘 밤
또 하나의 별이
인간의 대지 위에 떨어졌다
그는 알고 있었다 해방투쟁의 과정에서
자기 또한 죽어갈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자기의 죽음이 헛되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다, 그가 흘린 피 한 방울 한 방울은
어머니인 대지에 스며들어 언젠가
어느 날엔가
자유의 나무는 결실을 맺게 될 것이며
해방된 미래의 자식들은 그 열매를 따먹으면서
그가 흘린 피에 대해서 눈물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

어떤 사람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부끄럽게 쑥스럽게 이야기할 것이다.

▲ 

학살 2

오월 어느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리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앗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대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둔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이민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군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낮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낮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낮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잡이 없었다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다
낮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리 처참하지는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리 치밀하지는 않았으리

진혼가

총구가 나의 머리숲을 헤치는 순간
나의 양심은 혀가 되었다
허공에서 헐떡거렸다 똥개가 되라면
기꺼이 똥개가 되어 당신의
꽁구멍이라도 싹싹 핥아 주겠노라
혓바닥을 내밀었다
나의 싸움은 허리가 되었다 당신의
배꼽에서 구부러졌다 노예가 되라면
기꺼이 노예가 되겠노라 당신의
발밑에서 무릎을 꿇었다 나의
양심 나의 싸움은 미군(迷宮)이 되어
심연으로 떨어졌다 삽살개가 되라면
기꺼이 삽살개가 되어 당신의
손이 되어 발가락이 되어 혀가 되어

삽살개 삼천만 마리의 충성으로
쓰다듬어 주고 비벼 주고 핥아 주겠노라
더 이상 나의 육신을 학대 말라고
하찮은 것이지만 육신은 나의
유일(唯一)의 확실성(確實性)이라고 나는
혓바닥을 내밀었다 나는
손발을 비볐다 나는

마지막 인사

오늘밤 아니면 내일
내일밤 아니면 모레
넘어갈 것 같네 감옥으로

증오했기 때문이라네
재산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자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네
노동의 대지와 피곤한 농부의 잠자리를

한마디 남기고 싶네 떠나는 마당에서
어쩌면 이 밤이 이승에서 하는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니
유언이라 해도 무방하겠네

역사의 변혁에서 최고의 덕목은 열정이네
그러나 그것만으로 다 된 것은 아니네 지혜가 있어야 하네
지혜와 열정의 통일 이것이 승리의 별자리를 점지해준다네
한마디 더 하고 싶네 적을 공격하기에 앞서
반격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지않으면
공격을 삼가게 패배에서 맛본 피의 교훈이네

잘 있게 친구
그대 손에 그대 가슴에
나의 칼 나의 피를 남겨두고 가네
남조선민족해방전선 만세!

▲ 

이 세상에

사슬로 이렇게 나를 묶어놓고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압제자 말고는

벽으로 이렇게 나를 가둬놓고
주먹밥으로 이렇게 나를 목메이게 해 놓고
배부를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부자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 이 세상에
사람을 이렇게 해 놓고 개처럼 묶어 놓고
사람을 이렇게 해 놓고 짐승처럼 가둬 놓고
사람을 이렇게 해 놓고
주먹밥으로 목메이게 해 놓고
잠자리에서 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압제자 말고
부자들 말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천에 하나라도 만에 하나라도
세상에 그럴 사람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디 한 번 나와 봐라

나와서 이 사람을 보아라
사슬 묶인 손으로
주먹밥을 쥐고 있는 이 사람을 보아라
이 사람 앞에서
묶인 팔다리 앞에서
나는 자유다라고 어디 한 번 활보해 봐라
이 사람 앞에서 굶주린 얼굴 앞에서
나는 배부르다라고 어디 한 번 외쳐 봐라

이 사람 앞에서 등을 돌리고
이 사람 앞에서 얼굴을 돌리고
마음 편할 사람 있으면
어디 한 번 있어 봐라

남의 자유 억누르고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남의 밥 앗아먹고
배부를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압제자 말고
부자들 말고는

▲ 

어머니

어머니
그 옛날 제가 외지로 나설 때마다
동구 밖 신작로에 나오셔서
차 조심하고 사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시던 어머

가가 먼 길 구풋하면 먹어두라고
수수떡 계란이며 건네주시고
옷고름 콧잔등에 찍어 우시던 어머니

이제는 예순 넘은 나이로
끌려간 자식놈이 그리워
철이 바뀔 때마다 옷가지 챙겨 들고
흰 고개 검은 고개 넘나드시는 어머니

서러워하거나 노여워 마세요
날 두고 언 놈이 뭔 말을 하더라도
내 또래 친구들 발길 뜸해지더라도

어머니 저를 결정할 사람은 저들이 아니니까요
사형이다 무기다 10년이다
남의 집 개이름 부르듯 하는
저 당당한 검사 나으리가 아닌니까요
높은 공부하여 높은 자리에 앉아
사슬 묶인 나를 굽어보는
저 준엄한 판사 나으리가 아니니까요

나를 결정할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고
날 낳으신 당신이고 당신 같으신 어머니들이고
날 키워 준 이 산하 이 하늘이니까요
해방된 민중이고
통일된 조국의 별이니까요



이가을에 나는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오라에 묶여 손목이 사슬에 묶여
또다른 감옥으로 압송되어 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번에는
전주옥일까 대구옥일까
아니면 대전옥일까

나를 태운 압송차가
낯익은 거리 산과 강을 끼고
들판 가운데를 달린다

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서 내려
따가운 햇살 등에 받으며
저 만큼에서 고추를 따고 있는 어머니의
밭으로 가고 싶다

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서 내려
숫돌에 낫을 갈아 벼를 베는 아버지의
논으로 가고 싶다
아 내리고 싶다 나도 여기서 차에서 내려
아이들이 염소에게 뿔싸움을 시키고 있는
저 방죽가로 가고 싶다
가서 나도 그들과 함께 일하고 놀고 싶다

이 허리 이 손목에서 사슬 풀고 오라 풀고
발목이 시도록 들길을 걷고 싶다

가다가 숨이 차면 아픈 다리 쉬었다 가고
가다가 목이 마르면 샘물에 갈증을 적시고
가다가 가다가 배라도 고프면
하늘로 웃자란 하얀 무를 뽑아 먹고
날 저물어 지치면 귀소의 새를 따라
나도 집으로 가고 싶다
나의 집으로

그러나 나를 태운 압송 차는 멈춰 주지를 않는다
강을 건너 내를 끼고 땅거미가 내린 산기슭을 달린다
강 건너 마을에는 저녁밥을 짓고 있는가
연기가 하얗게 피어오르고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이 가을에 나는
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




편지

산길로 접어드는
양복쟁이만 보아도
혹시나 산감이 아닐까
혹시나 면직원이 아닐까
가슴 조이시던 어머니
헛간이며 부엌엔들
청솔가지 한 가지 보이는 게 없을까
허둥대시던 어머니
빈 항아리엔들 혹시나
술이 차지 않았을까
허리 굽혀 코 박고
없는 냄새 술 냄새 맡으시던 어머니
늦가을 어느 해
추곡 수매 퇴짜 맞고
빈 속으로 돌아오시는 아버지 앞에
밥상을 놓으시며 우시던 어머니
순사 한나 나고
산감 한나 나고
면서기 한나 나고
한 지안에 세 사람만 나면
웬만한 바람엔들 문풍지가 울까부냐
아버지 푸념 앞에 고개 떨구시고
잡혀간 아들 생각에
다시 우셨다던 어머니
동구 밖 어귀에서
오토바이 소리만 나도
혹시나 또 누구 잡아가지나 않을까
머리끝 곤두세워 먼 산
마른 하늘밖에 쳐다볼 줄 모르시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다시는 동구 밖을 나서지 마세요
수수떡 옷가지 보자기에 싸들고
다시는 신작로 가에는 나서지 마세요
끌려간 아들의 서울 꿈에라도 못 보시면 한시라도 못
살세라
먼 길 팍팍한 길
다시는 나서지 마세요
허기진 들판 숨가쁜 골짜기 어머니
시름의 바다 건너 선창가 정거장에는
다시는 나오지 마세요 어머니

철장에 기대어

잡아보라고
손목 한번 주지 않던 사람이
그 손으로 편지를 써 보냈다오
옥바라지를 해주고 싶어요 허락해주세요
이리 꼬시고 저리 꼬시고
별의별 수작을 다해도
입술 한번 주지 않던 사람이
그 입으로 속삭였다오 면회장에 와서
기다리겠어요 건강을 소홀히 하지 마세요
15년 징역살이를 다하고 나면
내 나이 마흔아홉 살
이런 사람 기다려 무엇에 쓰겠다는 것일까
5년 살고 벌써
반백이 다된 머리를 철창에 기대고
사내는 후회하고 있다오
어쩌자고 여자 부탁 선뜻 받아들였던고

▲ 

권력의 담

나는 나가야 한다 살아서
살아서 더욱 튼튼한 몸으로

나는 보여줘야 한다 나가서
나가서 더욱 의연한 모습을

나는 또한 보여줘야 한다
놈들에게
감옥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전사의 휴식처 외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무기를 바로잡기 위해
전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었다는 것을

보라 창살에 타오르는 이 증오의 눈을
보라 주먹으로 모아지는 이 온몸의 피를

장군들 이민족의 앞잡이들
압제와 폭정의 화신 자유의 사형집행자들
기다려라 기다려라 기다려라
나는 싸울 것이다 살아서 나가서 피투성이로
빼앗긴 내 조국의 깃발과 자유와 위대함을 되찾을 때
까지
토지가 농민의 것이 되고
공장이 노동자의 것이 되고
권력이 민주의 것이 될 때까지.

▲ 

자유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흘려 함께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 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 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
피와 땀과 눈물을 함께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 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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