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명
http://www.zoglo.net/blog/zhaoguangming 블로그홈 | 로그인
<< 5월 2024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소설

[중편]코코타타로 가는 뻐스(2)
2019년 07월 18일 09시 14분  조회:432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코코타타로 가는 뻐스(2)

조광명

 

사라진 엠마 크리스탈

프리힐공항은 생각보다 작지 않았다. 브릿지를 통해 공항 건물에 들어섰다. 건물 내부 역시 깔끔하게 현대식으로 디자인되고 인테리어되여 있었다. 한쪽 벽은 국제 대형 최신 공항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천정부터 바닥까지 투명한 유리벽을 세워 시야를 시원하게 탁 틔워주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 일몰이 바야흐로 그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려고 서서히 몸에 물감을 감고 있었다. 그 장관을 통유리 너머로 구경하며 지나가는 인파를 살폈다. 그러나 엠마 크리스탈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방금 비행기에서 내릴 때 내 뒤에 금방 따라붙지 못하고 비좁은 기내 통로를 밀고 나오는 뒤쪽 인파에 밀려 한참 뒤에 처진 모양이였다. 좀 있다 이미 그레이션을 통과하고 세관을 통과할 때 쯤이면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지겠지 하고 그냥 스적스적 인파를 따라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실내 왼쪽 벽에 이곳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이미지들이 사진작품으로 커다랗게 확대되여 걸려있는게 눈에 띄였다. 엠마 크리스탈도 기다릴 겸 그 사진작품들을 한장한장 구경하고 그 아래 문자설명들을 다 읽으며 나는 엠마 쥬가 참고용으로 만들어준 이번 려행 스케쥴에 저 사진들 속의 풍경이 다 포함되여있는지를 기억을 들춰 찾아보았다. 그러나 그 사진들 속에는 코코타타 호수 사진이 들어있지 않았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엠마 쥬에게 문자를 날렸다.

-프리힐공항 도착.  

조금 후 딩동 하고 메시지 도착음이 울렸다.

-안전 착지 축하. 이젠 땅과 물과 하늘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기.  

나는 풉 하고 웃고 말았다. 착지라니? 내가 뭐 구름 타고 날아오다가 그 구름에서 땅을 향해 사뿐히 뛰여내린 것도 아니고… 여하튼 비행기로 하늘길 날다가 안전하게 착륙했으니 착지가 맞긴 맞다. 하루하루 진보하는 엠마 쥬의 유머감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땅과 물과 하늘 먼저, 사람부터 사랑해줘야 할 듯.

이런 문자를 날리고팠다. 그 문자를 받아보는 엠마 쥬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가?

저도 몰래 입가에 묘한 웃음이 떠올랐다. 엠마 쥬는 내가 이번 려행의 스타트를 젊고 싱싱하고 시크한 두 녀성과 함께 시작한 줄 아직 모르고 있다. 내 왼쪽에 앉은 녀성의  이름이 엠마 크리스탈이고 그 녀성이 충분히 지적이고 육감적인 녀성인 걸 알려준다면 엠마 쥬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가를 상상하는 것도 은근히 재밌었다. 오른쪽에는 하쿠나 마샤샤라는 완전 모던 프리 스타일의 흑인 녀성이 앉았는데 엠마 크리스탈보다 더 젊고 쾌활한 스타일이여서 아직 싱싱한 내 남성호르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고, 네가 고집하는 퍼품향으로 내 후각을 즐겁게 하고 내 엔돌핀을 팍팍 생성시켜줬다고 알려주면 엠마 쥬는 나처럼 묘한 웃음을 얼굴에 떠올릴 수 있을가.

환상적인 비행시간은 끝났지만 그 환상 속에 나는 충분히 사랑하고 행복하고 즐거웠노라. 그새 업무 스트레스로 많이 밀렸던 수면부족을 확 날려주는 깊은 수면에 빠져서 정신없이 잠을 잘 수 있었던 것도 너무 좋았노라.

잠 속에도 엠마 크리스탈과 하쿠나 마샤샤와 함께 했던가? 꿈속에 그네들과 어떤 젊음의 유희를 놀았을가. 생각나지 않았다. 숙면은 꿈속의 아름다웠을 장면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했다. 그게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분명 현실보다 더 아름다운 꿈을 꾸었을 것이다. 아직 꿈이 있어 청춘이 아닌가. 꿈속의 사랑을 두고 누가 감히 뭐라 하겠는가. 생각나지 않는 꿈을 향하여 나는 나만의 주해를 달아주었다.

만났노라, 사랑했노라, 행복했노라.  

려행은 묘하게 새로 대하는 모든 것에 대해 거부감 대신 호기심으로 경계를 풀게 만들고 두려움 대신 즐거운 환상을 가지고 접근하게 만든다. 생경함이 주는 신선함은 낯선 것을 향해 더 가까이 접근해 익숙한 내 것으로 만들고 싶도록 잠자던 어떤 본능을 자극한다. 냄새 맡고 싶게 코를 꼬드기고 터치하고 싶게 손가락을 간지럽힌다. 특히 길 우에 만난 아름다운 녀자는 혹시 그 녀성 뒤에 숨어있을 모든 위험요인을 감내하면서라도 한번 모험을 치르고 싶게 길에 올라선 남자를 용감한 투우사가 되라고 등을 떠민다. 려행의 힘이다.

-그런데 아직 코코타타 냄새를 맡지 못했음.

나는 즐거운 환상 대신 이런 현실적인 문구를 적어 날렸다.

-로컬 피플들의 슬로우 걸음과 느긋한 미소를 느긋한 눈으로 바라보면 코코타타 냄새가 맡아질 것임.

엠마 쥬에게서 금방 답신이 날아왔다.

그제야 옆을 지나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보니 총총히 걷는 사람이 몇명 없었다.

그래그래, 슬로우 모션. 나는 일부러 걸음을 늦추며 로컬 피플들의 느긋한 걸음걸이를 모방하려고 애썼다.

ㅋㅋ, 이곳에 와서 퀵 서비스 아닌 슬로우 서비스 택배회사 차리면 대박이겠네. 어제까지만 해도 정장 양복에 목에 넥타이를 맨 채 전화기에 매달리고 컴퓨터 모니터에 눈길을 처박은 금융맨이던 내가 지금 청바지 차림에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흐느적흐느적 타국의 공항 건물 안에 여유를 부리는 투어리스트로 변신해 있다는 것이 잘 믿어지지 않았다. 바다를 건느고 대륙을 날아 건너니 내가 다른 세상 속에 다른 한 나로 바뀌여져 있었다.

거의 걸음을 멈추다 싶이 하면서 천천히 걸으며 엠마 크리스탈을 기다렸다. 그러나 내 뒤에 듬성듬성 따르던 사람들이 다 지나고 더는 내 뒤에 사람이 없을 때까지 엠마 크리스탈은 보이지 않았다.

꼭 엠마 크리스탈을 기다려야 할 리유는 없었다. 꼭 다시 만나기로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것도 아니였다. 복잡한 기내에서 순서대로 내가 먼저 내리다나니 그냥 이메그레이션에서 줄 서서 대기하다나면 만날 수 있겠거니 하고 그때 쎄이 굿바이 하자고 내가 일방적으로 약속했을 뿐이였다. 좁은 기내가 아닌, 좀더 너른 곳에서 여유있게 작별인사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얼굴표정과 목소리에 더 진심을 담고 함께 한 려행길에 즐거웠던 것에 대한 고마움과 남은 생에 대한 축복을 담은 작별인사를 고하고 싶었다. 이제 갈라지면 서로 다시 볼 일이 없는 남남으로 다시 돌아서게 된다 할지라도 엊저녁 비행기에 올라서부터 첫눈에 필이 꽂혀 환상으로 가슴 설레일 수 있던 녀자가 아닌가.

스쳐지나듯 려행길에 얼핏 잠간 만난 녀자에게 필이 꽂혔다면 내가 너무 카사노바 기질을 가진 놈일가. 숙면에 빠져들기 전까지의 대화와 술 한잔 나눌 때 나누었던 눈빛으로 나는 엠마 크리스탈의 매력에 충분히 빠져들고 싶어졌고 나를 바라보는 엠마 크리스탈의 눈빛 속에도 나에 대한 호기심이 불꽃처럼 반짝하는 것을 분명 보았다고 믿고 싶었다.

혹시 내가 잠간 려행지 스팟 사진을 보는 사이 엠마 크리스탈이 나를 지나친 것일가. 그럴 리 없겠는데 하면서도 나는 다시 발걸음을 빨리 해서 이미그레이션 앞에 도착했다. 줄 지어선 인파들 속에서 엠마 크리스탈의 모습을 찾았다. 그러나 엠마 크리스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하쿠나 마샤샤의 모습은 쉽게 눈에 띄였다.

라인 맨 뒤에 설 대신 앞으로 다가가 하쿠나 마샤샤에게 말을 건넸다.

-하쿠나 마샤샤, 혹시 엠마 크리스탈이 앞에서 먼저 이미그레이션 통과하는 걸 봤어?

-아니, 못 봤는데… 뒤에 함께 내리지 않았어?

-아니… 이미그레이션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정식 쎄이 굿바이도 안했는데… 뒤에는 없어.

-그럴 리가 없는데 내 앞에 섰을 리 없는데. 섰으면 내가 봤지. 분명 내 뒤에 줄 서있을 거야. 뒤쪽으로 가 다시 잘 찾아봐.

-그래, 그럴 수 밖에 없겠지. 하쿠나 마샤샤, 함께 한 비행기 옆자리 동행, 너무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애. 다시 만날 수 있었음 좋겠어.

-나도 즐거웠어. 나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할게.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내 기도는 항상 령험했으니까.

하쿠나 마샤샤가 눈을 장난스레 깜빡이며 오른손을 펼쳐 내밀어왔다.

-항상 행복하기를 빌게.

-유 투.

하이파이브로 하쿠나 마샤샤와 진심 담긴 축복인사를 나누고 다시 뒤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대기줄 제일 마지막까지 가면서 한사람 한사람 얼굴을 다시 체크해 봐도 엠마 크리스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였다. 분명 어제저녁부터 아까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기내에서 함께 했는데 증기처럼 증발해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엠마 크리스탈.

 

하쿠나 마샤샤   

공항 밖은 이미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느새 보안등이 환하게 켜져 공항 건물 외벽과 차도를 비치고 있었다. 택시 승강장 쪽으로 움직여 줄 맨 뒤에 대기순으로 서기 전에 혹시나 엠마 크리스탈의 모습이 보일가 싶어서 앞쪽부터 주욱 훑어보았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엠마 크리스탈의 모습은 택시대기라인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데… 혼자 중얼거리며 줄 제일 뒤에 가서 섰다.

기다리는 사람은 많고 공항으로 들어서는 택시는 적었다. 딱 내 앞 사람까지 택시에 오르고 택시가 끊겼다. 한참 기다려도 더 들어오는 택시가 없었다. 랑패였다.

핸드폰을 뒤져 캡처해두었던 호텔 예약페지 이미지를 찾았다. 그 이미지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를 눌렀다. 혹시 공항에서 그 호텔 부근까지 가는 리무진 뻐스가 있는가 묻기 위해서였다. 있으면 그 리무진 뻐스라도 타고 움직이려고.

그러나 전화는 걸리지 않았다. 몇번 걸어도 그냥 뚜뚜뚜 하고 통화중 신호만 울리고 뚜- 하는 련결음으로 바뀌지 않았다.  

이상하네, 호텔 예약전화가 울리지 않다니.

공항 리무진 뻐스가 멈춰서는 곳을 찾으려고 안내판을 두리번거리는데 옆에서 끼익 하고 금속끼리 부딪쳐 브레이크가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사람이 두발로 밟아서 달리는 릭샤가 옆에 멈춰서고 있었다. 얼굴이 감실감실한 현지인 남성이 릭샤 운전석에 앉아 나를 향해 손짓했다.

-타세요. 이젠 더 기다려도 택시를 잡기 어려울 거예요.

그런데 그 뒤 손님석에서 뿌려져 오는 환한 미소가 내 가슴을 환히 비추는 빛으로 내 눈에 맞혀왔다.  

하쿠나 마샤샤였다. 내 가까운 어느 곳에 숨어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듯 구원의 손길 내밀며 감쪽같이 등장한 하쿠나 마샤샤.

-타세요, 하쿠나 마타타.

그래, 하쿠나 마타타, 그 주문의 힘을 믿으마.

나는 귀신에게 홀리우기라도 하듯 아무 주저 없이 냉큼 하쿠나 마샤샤 옆자리로 올라탔다.

릭샤 기사가 호각을 불듯 휘파람을 불었다. 날카로운 휘파람소리에 공항의 밤공기가 유쾌하게 떨었다. 기사가 웨쳤다.

-하쿠나 마타타.

그래, 가는 거다. 잠간 막막해 헤매려 하는 나에게 때맞춰 혜성처럼 나타난 하쿠나 마샤샤. 너를 믿어 너의 주문의 힘을 오늘 밤 믿어보마.

나도 기분 좋게 웨쳤다.

-하쿠나 마타타.

사람의 두 다리 힘으로 달리는 릭샤가 아니라 말들이 쩔렁쩔렁 방울소리 울리며 달리는 마차라고 한들 마다하겠냐. 더 성수나서 쨩 하고 밤하늘 향해 채찍을 날릴 것이다. 쨔, 신나게 달리는 거다 하고.

-나보다 썩 앞에서 이미 그레이션 통과했잖아? 그새 어데 가 있다가 이렇게 별처럼 나타난 거야?

-에릭 홍을 기다리고 있었지 뭐.

-에잇, 롱담 말고 진짜 신기하네. 택시도 아니고 릭샤로 내 앞에 짠 하고 나타나다니? 공항에서 릭샤라니?…

-진짜라니까. 믿어 안져? 내가 아까 그랬잖아? 내가 기도하면 꼭 다시 만나게 된다고. 아까 에릭 홍과 다시 쎄이 굿바이 하고 나서 내가 속으로 기도하기 시작했지, 오늘 저녁 에릭 홍을 꼭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그랬더니 진짜 이렇게 만나게 된 거야.

하쿠나 마샤샤의 얼굴에 흥분과 환희의 물결이 출렁이는 것이 불빛에도 보였다. 하쿠나 마샤샤도 우리의 재회를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나는 하쿠나 마샤샤의 손을 꼭 잡고 싶어졌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하쿠나 마샤샤의 손이 건너와서 먼저 내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냥 날 믿어. 오늘 밤, 지금 이 시각엔 우리의 만남만 믿는 거야. 1분 후의 일은 나도 몰라. 지금은 그저 굴러가는 릭샤 바퀴만을 믿는 거야.

하쿠나 마샤샤가 속삭였다.

-오케이.

나도 하쿠나 마샤샤의 손을 꼬옥 힘주어 마주잡았다. 릭샤를 달려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이미 나는 하쿠나 마샤샤의 포로였다. 이 밤 예측불허의 운명처럼 굴러가는 릭샤에 실린 낯선 이방인이였다. 순한 양이 되여 릭샤 바퀴가 굴러가는 대로 앉아만 있으면 되였다. 프리힐공항에서 벗어나면 공항 밖 또 다른 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 다른 한 세상이 어떤 마법의 상자로 문을 활짝 열고 내가 걸어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수 없었다. 운명이 어떤 트릭을 걸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건 나는 오늘 저녁 하쿠나 마샤샤의 손을 잡고 그 속으로 주저없이 걸어들어갈 것이다.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운명의 노예가 되여보는 거다. 오늘 저녁엔.

하쿠나 마샤샤가 하얀 이를 드러내고 나를 향해 의미 있는 웃음을 던져오더니 릭샤의 흔들림에 맞춰 웃몸을 좌우로 살살 흔들기 시작했다. 하쿠나 마샤샤의 입에서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 있다네

밤의 정령들은 그 사다리 타고 

별 따러 간다네 날쌘 밤의 전사들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둥근 달은 하얗고 커다란 우물 

정령들은 별을 따다가 

하얀 달 우물 속에 던져넣기 한다네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우물 속에 뛰놀던 하얀 강아지 두마리 

별에게 얻어맞고 입술이 부었네

놀라서 달 속에서 뛰쳐나왔네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밤하늘에 함부로 올라가 뛰놀지 말아요

입술 부은 흰 강아지에게 발뒤축 물려요

발뒤축 물리면 별 따러 가지 못해요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선조들은 바위에 새겼네

강아지는 인류의 벗이라고 

별 하나에 열생명 숨결이 들어있다고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비행기 안에서의 첫 만남에서 받아안았던 파워풀한 록가수 스타일의 하쿠나 마샤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뜻밖에 선률도 너무 심플해 음치라 해도 대번에 따라할 수 있는, 노래보다도 읊조림에 가까운 찬트 같은 것이였다. 우리를 태운 릭샤 바퀴가 구르는 소리 외 아무런 소음이 없는 밤길 우에 그 노래는 상쾌한 밤공기 립자들에 부딪쳐 원시림 속 속 빈 원목통을 통과하고 되돌아오듯 과장된 울림으로 되돌아왔다. 어느새 나도 하쿠나 마샤샤의 음조를 따라 하쿠나 마타타를 반복해 부르고 있었다. 노래소리에 성수났는지 릭샤 아저씨도 하쿠나 마타타~를 한번 소리높이 웨치더니 날카로운 휘파람소리를 길게 뽑아냈다.

밤하늘 정령들이 다 놀라서 부르르 몸을 떨며 뛰여내려 우리를 태운 릭샤에  초롱초롱 별들처럼 다닥다닥 매달릴 것만 같았다.

깔깔깔, 하쿠나 마샤샤의 웃음소리가 그 휘파람소리 꼬리를 잡고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얀 강아지 두마리 뛰여놀던 흰 달 우물 속의 물들이 그대로 다 쏟아져 우리들 머리 우에 하얀 폭포로 쏟아질 것 같았다.

릭샤 아저씨는 급할 것 없다는 듯 그냥 느적느적 페달을 밟아댔다. 이젠 공항을 떠난 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거리상으로는 공항에서 도대체 얼마나 멀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상관이 없었다. 이 밤이 다 가도록 이렇게 길 우에 릭샤 투어를 해도 싫지 않을 것이였다. 둥근 바퀴가 급해하지 않는데 두발 인생이 조급해할 건 없었다. 기내에서 충분히 숙면을 취했던 덕분에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하쿠나 마샤샤, 노래가 너무나 듣기 좋아. 하쿠나 마샤샤의 목소리에는 인간의 령혼을 관통하는 묘한 힘이 들어있어. 더 들었으면 좋겠어.

나는 이 밤 하쿠나 마샤샤의 노래로 내 령혼의 깨끗한 세례식을 거행하고 싶어졌다.

-좋아. 오늘 저녁 에릭 홍 한사람을 위한 아리아 가수가 되여줄게. 내 영광이야.

하쿠나 마샤샤는 내 손을 잡고 있던 손을 풀고 두 손으로 자기의 무릎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 길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였는 지 묻지 마세요

그대는 언제 이 길에 올랐나요

어데로 가느냐고 묻지 않을게요

길은 다 알고 있어요

그대 운명의 방향과 생명의 무게 

 

이 길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묻지 마세요

그대가 멈추는 곳에 길도 끝나요

길은 그대를 위해 뻗어있는 것

우린 누구나 몰라요

우리 운명의 방향과 생명의 가벼움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우린 모두 우주의 아침에 태여난 아이들

우린 누구나 우주의 큰 기적이죠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우리 함께 기적을 만들어가요

우주의 밝은 아침과 어두운 저녁

방금 불렀던 노래와 완전히 풍격이 다른 노래였다. 노래말에 담고 있는 뜻도 이번엔 더 직설적이고 그리고 더 교훈적으로 깊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하쿠나 마타타의 상쾌한 절주는 꼭같았다.

공항 지역을 완전히 벗어났는 지 길 옆에 물에 잠긴 논이 펼쳐졌다. 달빛과 별빛들이 밤의 정령들과 함께 물 속에 반짝이면서 놀고 있는 것이 반사광으로 눈부셨다. 그 별빛들 속에서 개굴개굴 하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개구리가 있는 동네, 개구리 합창이 요란한 밤하늘 아래.

나는 그 개구리들 속에 들어앉아 제일 극성스레 열심히 울어대는 노란 피부의 커다란 인간 개구리 모습을 상상했다. 오늘 밤 나는 그 개구리 왕이라도 되고 싶어졌다. 개굴개굴  나는 그 무슨 사연을 열심히 울어댈 것인가.  

저 앞에 밝은 불빛이 켜져있는 작은 건물이 보였다. 이 밤 길옆에 등불 밝히고 잠들지 못하고 있는 저 건물 속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가. 그 건물을 향하고 있는 내 눈빛에 담긴 궁금증을 읽었는지 하쿠나 마샤샤가 상큼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도착했어요. 우리 여기에 내려요. 로컬 푸드 레스토랑이예요.

하쿠나 마샤샤는 이곳에 익숙한 듯 했다. 공항에서부터 아예 이곳을 목적지로 릭샤에 나를 태웠는 지도 몰랐다. 상관없었다.  

레스토랑이라는 말에 나는 갑자기 배속에서 꿈틀하는 식욕을 느꼈다. 어느새 나는 적당히 배고파져있었던 것이다. 입안에 확 침이 감돌며 아무 음식이라도 좀 먹어줘야 할 때가 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천천히 구르던 릭샤 바퀴가 브레이크를 밟지도 않고 서서히 속도를 늦추더니 면바로 딱 그 건물 처마 밑에 켜져있는 등불앞에 멈춰섰다.

내가 먼저 내리고 하쿠나 마샤샤가 따라서 내렸다.

 

샤바시향 나무

처마밑에는 변두리를 다듬지 않고 거치른 그대로 사용한 나무 판자에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고 우에 붉은 페인트로 두줄 상호를 적은 간판이 매달려있었다. 전에 대해본 적 없는 글씨체로 씌여진 간판이여서 그 앞에 서서 영어자모를 한글자 한글자 확인해서 읽어봐야만 했다.

자모 하나하나를 스펠링해 읽은 간판의 내용은 <슬로우>라는 웃줄 내용과 <엠마>이라는 아래줄 내용이였다.

나는 허걱! 하고 놀란 숨을 들이쉬여야만 했다. 아니, 들이쉬던 숨결이 저절로 딱 멈춰섰다고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엠마 쥬. 여기에서 엠마 쥬를 만나다니. 엠마 쥬라는 이름이 이 밤 이곳에서 레스토랑 이름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나는 어떤 운명 같은 것을 느꼈다. 엠마 쥬가 려행 떠나는 내게 자기의 이름으로 주문을 걸어놓은 게 분명했다.

출입문은 애초부터 닫아본 적이 없다는 듯 이 밤에도 활짝 열려있었다. 스스럼없이 안으로 들어가는 하쿠나 마샤샤의 뒤를 따라 나도 실내로 들어섰다.

실내는 텅 비여있었다. 레스토랑인데 식탁 하나 없는 텅 빈 공간이였다. 별로 밝지 않은 백열등 하나가 파릿한 빛을 뿌리는 실내는 아무런 장식 없이 천정에 원목 대들보가 그대로 드러나보이고 네 벽은 거칠은 황토로 마무리되여있었다. 바닥 역시 잘 다져진 황토로 마무리되여있었는데 주인이 날마다 물걸레질해서 그 표면을 반들반들 다듬어주는지 신선한 흙내음을 풍기고 있었다.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주인 없는 텅 빈 레스토랑이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레스토랑과의 조우여서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지금 들어와 서있는 이 공간이 꼭 비현실적인 가상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도 느껴지는 이 아늑함이라니…정말이지 너무 오랜만에 맡아보는 신선한 흙내음이 하쿠나 마샤샤의 몸에서 풍겨져오는 데메테르 향과 함께 이방인인 나의 신경줄을 편안하게 이완시켜주고 있었다. 다시 눈길을 돌려 빙 방안을 둘러보자 출입문 반대 쪽에 뒤쪽으로 빠져나가는 작은 쪽문 같은 것이 뚫려져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문 전체에 벽 색갈과 꼭같은 황토를 발라놓고 있어서 첫눈에는 쉽게 띄지 않았던 것이다.  

멍 때리고 서있는 내 눈빛을 마주보며 하쿠나 마샤샤가 눈빛으로 물어왔다. 어때요?

나는 두 손을 펼쳐보이며 뭐가 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하쿠나 마샤샤가 활짝 웃었다. 뒤쪽으로 작은 쪽문이 나있는 것을 언녕부터 알고 있다는 듯 하쿠나 마샤샤는 내게로 향했던 고개를 돌리고 곧장 그쪽으로 향했다. 아마도 그 문 뒤쪽에 료리를 만드는 작업공간이 있거나 혹은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여있는지 모를 일이였다. 혹은 레스토랑 주인의 생활 공간이 그 쪽문 뒤쪽에 마련되여있어서 하쿠나 마샤샤가 주인을 부르러 그 쪽문 쪽으로 향하고 있는 지도 몰랐다.

그 때였다. 방금 우리 둘이 들어온 출입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등뒤에서 년륜의 중후한 무게가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웰컴. 내 사랑하는 아들과 딸 자식이여…

고개를 돌리자 아래우 구분 없이 통으로 된 로컬룩을 그레이 톤으로 맞춰 입은 로자가 흰 수염과 주름 속에 자애로운 미소를 담고 두 팔을 벌리며 다가왔다. 부처님 같이 자애로운 그 미소 앞에 엉겁결에 두 손을 합장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나를 로자가 다짜고짜 한품에 안아주었다.

-많이 보고 싶었단다, 내 아들.

엉겁결에 로자의 두 팔 안에 안긴 채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답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들이라고 하는데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니오 할 수도 없고 보고 싶었다고 하는데 본 적도 없는 사이에 뭐 보고프고 자시고 할 일이 있는가고 물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로자의 품은 아늑했다. 그 년령대 로인들 몸에서 풍기기 쉬운 늙은이 냄새 대신 로자의 몸에서는 오랜 세월 옷에 배고 피부에 배고 뼈속에까지 배였을 것 같은 은은한 들꽃향기 같은 냄새가 맡아졌다. 그 냄새에는 낯선이와의 첫 만남이 주는 어색함과 본능적인 경계심 같은 것을 단번에 부리워놓도록 하는 신기한 기능이 들어있었다.

내가 어정쩡 로자의 품에 안겨있는 사이 쪽문 쪽으로 향하고 있던 하쿠나 마샤샤가 돌아서서 우리 옆으로 다가왔다. 로자는 나를 안고 있던 두 팔을 풀고 이번엔 하쿠나 마샤샤를 한품에 안아주었다.

-보고 싶었다, 내 사랑하는 딸아.

하쿠나 마샤샤가 깔깔깔 명랑하게 웃었다.

-맡고 싶었어요. 이 냄새.

-오냐, 내 딸아. 그럴 줄 알고 내가 오늘 특별히 백년 웃자란 령혼수의 완숙한 가을잎으로 만든 샤바시를 선물로 준비했구나.

로자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원래부터 들고 있었던 듯 그 손에는 네 벽의 색갈과 꼭같은 황토색 질그릇이 들려있었고 질그릇에는 속이 통통 여물게 말아진 잎담배 같은 것이 두대 놓여있었다.

난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하쿠나 마샤샤는 그것이 처음 대하는 물건이 아니고 이미 너무나 익숙한 것인지, 이곳에 온 목적이 그것을 취하기 위함이기라도 하듯 다짜고짜 오른손을 내밀어 그것을 손에 들었다. 로자의 눈빛이 나를 향했다. 로자는 미소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나머지 한대는 나에게 속하는 것임을 알려줘왔다. 전혀 억지 강요하는 빛이 아니고 자애로움만 가득찬 눈빛인데도 그 속에는 거절할 수 없는 힘이 들어있어서 나는 나도 몰래 손을 내밀어 그것을 손에 들었다.

요술을 부리기라도 하듯 이번에 로자의 손에는 어느새 성냥개비 같은 것이 들려져 있었다. 로자가 그것 두개를 대고 마주 비비자 금방 확 하고 불길이 일었다. 하쿠나 마샤샤가 잎담배 같은 것을 입에 물고 로자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불을 붙였다. 길게 빨았다가 입을 벌리자 하쿠나 마샤샤의 입에서 하얀 연기가 토해져 나왔다. 담배가 옳았다.

흡연을 하지 않음에도 나는 마법에라도 걸린 듯 하쿠나 마샤샤가 한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독한 담배연기에 내 페가 견디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이끌리듯 잎담배를 입에 물고 로자 쪽으로 고개를 숙여 담배에 불을 붙였다. 첫모금부터 길게 강하게 빨아들였다. 전혀 독하지 않았다. 데메테르 퍼품향이 가슴 속을 뻐근하게 밀고 들어오 듯 순식간에 가슴 속이 달콤하게 뻐근해났다.

하쿠나 마샤샤가 입을 열었다.      

-여기서 남쪽으로 두마일 쯤 걸어 들어가면 엠마 쥬 빌라지라는 마을이 나와요. 그 마을 주변에 이 세상서 유일하게 가지 없이 나무 꼭대기에 잎만 자라는 신비의 나무가 있어요. 그런데 그 잎도 무성하게 여러 잎이 자라는 것이 아니라 그루마다 꼭대기에 딱 두잎씩만 서로 마주보며 자라요. 바람이 불면 동시에 설레이는 것이 아니라 꼭 두 잎이 서로 엇바뀌여 설레이는 것이 특징이죠. 꼭마치 상대를 위해 서로 부채질을 해주듯이 한 잎이다른 한 잎을 향해 펄럭이고 제자리로 돌아가면 이번엔 가만히 있던 다른 한 잎이 상대 잎을 향해 몸을 날려 펄럭이죠. 그렇게 살랑살랑 서로 부채질해주는 사이 숲에는 어느새 안개처럼 그윽한 향기가 차오르고 세상엔 평화와 사랑이 넘치죠. 이곳 사람들은 그 나무를 샤바시향 나무라고 불러요. 몇년 전 첫 려행 때 우연히 엠마 쥬 빌라지를 지나다가 샤바시향 잎담배를 맛본 후 해마다 한번씩 찾아와서 한번씩 그 향기로 가슴 속을 뻐근히 채우고 령혼까지 깨끗이 씻고 가군 하죠.

하쿠나 마샤샤의 눈빛이 하얀 연기 속에 행복을 담고 몽롱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하쿠나 마샤샤가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고 맞은켠 벽 쪽으로 걸어가더니 그대로 반들반들한 맨흙 바닥에 퍼더버리고 앉았다. 편안히 벽에 기대였다. 나도 하쿠나 마샤샤 옆에 퍼더버리고 앉아 벽에 기대였다. 너무나 편안했다. 딴딴한 맨흙 바닥이 그 어떤 쿠션 좋던 쏘파보다도 열배 백배 더 편안했다.

더 말이 필요없다는 듯 하쿠나 마샤샤가 연기를 크게 빨아들이고 그대로 꿀꺽 가슴 속까지 삼켰다가 아까운 듯 천천히 토해내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나도 하쿠나 마샤샤처럼 아주 끽연가이기라도 하듯 길게 연기를 빨아들이고 꿀꺽 그것을 가슴 속 깊이까지 삼키였다가 다시 천천히 내뱉았다. 연기가 혈관을 따라 온몸 구석구석을 다 한바퀴 돌고 나오는 듯 온몸에 해나른한 행복감이 충만하게 차올랐다. 나는 내 몸이 그대로 향기로운 나무로 변하고 있는 중인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내 몸이 나무잎처럼 가벼워졌다. 나는 설레이고 싶어졌다. 내 옆의 하쿠나 마샤샤가 하나의 커다란 향나무잎으로 보였다. 나는 그 향나무 잎을 향해 내 몸을 숙여 사랑의 부채질을 해줄 차례임을 깨닫고 있었다.       

 하쿠나 마샤샤 쪽으로 고개를 숙여 내 가슴 속 뿌리 끝까지 길게 들이마셨던 연기를 아낌없이 하쿠나 마샤샤의 얼굴을 향해 내뿜었다. 하쿠나 마샤샤가 입을 크게 벌려 행복하게 그 연기를 다시 자기 입 안으로 빨아마셨다. 이번엔 하쿠나 마샤샤가 평화의 잎으로 설레며 내게로 고개를 향해왔다. 이번엔 내가 하 하고 입을 크게 벌렸다. 어느새 로자는 방에서 나가고 없었다. 방안엔 벽에 기대고 앉은 나와 하쿠나 마샤샤 뿐이였다.

나는 저도 몰래 중얼거렸다. 아, 너무나 편안한 이 평화, 이대로 영영 잠들었음 좋겠어.

하쿠나 마샤샤가 속삭여왔다. 아, 너무나 아름다운 이 사랑, 이대로 사랑하다 잠들었음 좋겠어요.

우리는 서로의 몽롱한 눈 속에 비친 자신을 찾아보며 마주보고 낄낄 웃었다. 행복했다. 그 행복으로 훨훨 이 황토로 바른 네 벽 안의 공간 안에 서로 마주보며 날아옐 수 있을 것 같았다. 뒤쪽으로 난 쪽문을 열고 나가 함께 엠마 쥬 빌라지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손을 내밀어 하쿠나 마샤샤의 손을 잡았다.

하쿠나 마샤샤가 속삭여왔다.

-잠들면 안돼요. 좀 있다 샤바시 잎으로 만든 샤바시 떡과 샤바시 잎을 소금 없이 그냥 호수물에 절여서 만든 샤바시 료리를 맛봐야 해요. 그 식사까지 마쳐야 진짜 이 엠마 쥬 레스토랑을 찾은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하쿠나 마샤샤가 말하는 그 호수의 이름을 나도 잘 알고 있다구. 코코타타 맞지? 그 호수 이름이 코코타타가 맞지?

하쿠나 마샤샤가 놀랍다는 듯 소리쳐왔다.

-어마나 알고 있었나요? 어떻게 알았나요?

점점 더 몽롱해져가는 가운데 나는 이제 다 알수 있을 것 같았다. 요술의 트릭 한가운데 들어와있는 내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의 모든 배치와 답안들을.

나는 중얼거렸다.

-알지, 다 알지. 엠마 쥬라는 요술 미녀가 언제부턴가 나를 데메테르 향으로 서서히 마취시키기 시작했을 때부터 내 운명의 마술 쇼는 이미 펼쳐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몸이 너무 가벼워져서 훨훨 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눈등은 무거워져 나는 까무룩 잠속으로 빠져들 것 같았다.

그 때 하쿠나 마샤샤의 목소리가 귀가에 들려왔다.

-잠들지 말아요, 눈을 떠요. 우리 손을 잡고 이 방안을 한바퀴 돌면서 춤을 추고 나면 다이닝 타임이 될 거예요. 샤바시 떡과 샤바시 밥을 먹고 샤바시 잎 료리까지 맛보면 이 세상 그 어떤 산해진미도 다 무색해질 거예요. 진짜 지금까지 몸에 쌓였던 모든 독소가 다 배출되고 새 삶에 대한 동경과 희망만으로 충만된 새로운 에너지로 온몸에 힘과 활기가 넘치게 될 거예요. 이 세상 그 어데 가서도 맛볼 수 없는 몸과 령혼의 힐링연이 될 거예요.   

나는 하쿠나 마샤샤가 이끄는 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름을 밟은 듯 발밑이 푹신푹신 가벼웠다. 나는 어느새 나무잎처럼 쫙 펼쳐진 내 두 팔을 새의 날개처럼 펄럭이기 시작했다. 방안에 나와 하쿠나 마샤샤가 토해낸 청춘의 향기가 령혼의 하품처럼 차고 넘쳤다.

 

코코타타로 가는 뻐스 

너울너울 훨훨.

하쿠나 마샤샤의 말 대로 둘이 손 잡고 춤추며 방안을 딱 한바퀴 맴돌았을 때 아까 우리가 걸어들어왔던 출입문이 아닌 반대쪽 황토색 쪽문이 열렸다. 그 쪽문으로 누군가의 손이 파란색 떡과 파란색 잎절임 같은 것이 놓인 황토색 질그릇을 들여보냈다.   

나는 센스 있게 얼른 다가가 그 질그릇을 받아들었다. 그러자 허리 굽혀 그 질그릇을 들고 들어오던 사람이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었다.

내 입에서 환호 같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오 마이 갓. 엠마 크리스탈.

하쿠나 마샤샤가 뒤에서 손벽을 치며 깔깔깔 웃어댔다. 자기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엠마 크리스탈이 례의 그 차분한 미소를 머금고 나를 정겹게 바라봤다.

-어서 드세요. 내가 아까 먼저 도착해서 직접 만든 료리예요.

나는 옆에 다가온 하쿠나 마샤샤에게 음식이 담긴 질그릇을 넘겼다.

-도대체?

-도대체는 없어요. 우리는 다 운명의 트릭 안에 만난 행운아들일 뿐이예요.

엠마 크리스탈이 대답했다.

나는 두 팔을 벌려 엠마 크리스탈을 안았다. 이번엔 엠마 크리스탈이 하쿠나 마샤사보다도 더 큰 목소리로 깔깔깔 웃었다. 너무 행복한 표정의 얼굴로 내 얼굴을 마주보고 비비며 내 품안에서.

-두 사람 뭐하는 거예요, 맛있는 료리를 놔두고.

어느새 떡을 한입 베여문 하쿠나 마샤샤가 꾸지람하듯 그러나 축복이 담긴 어투로 나와 크리스탈에게 속삭여왔다.

나는 엠마 크리스탈을 풀어주고 집게손가락 맨손으로 떡을 하나 집어들어 엠마 크리스탈 입에 넣어주었다. 기다렸다는 듯, 료리를 만드느라 자신도 꽤나 배가 고팠댔다는 듯 엠마 크리스탈이 전혀 사양하지 않고 한입 크게 떼여물었다. 그렇게 엠마 크리스탈의 입자욱이 남은 떡을 나는 이번에 내 입으로 날라왔다. 엠마 크리스탈처럼 역시 한입 크게 떼여 입안에 물었다. 아직 씹지도 않았는데 벌써 알싸한 향기가 온몸으로 퍼지며 포식감이 그들먹이 차올라왔다. 이 떡을 씹어 삼키면 온몸에 이 세상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힘이 자신감으로 넘쳐오를 것 같았다. 단 한입으로도 충만한 이 포식감이라니.

 질그릇의 료리가 다 비워지자 엠마 크리스탈이 내게 물었다.

-아까 선물한 책 펼쳐봤나요?

-아니, 아직.

-펼쳐보세요. 그 책의 제목이 뭔지.

나는 펼쳐보지 않고도 그 책의 제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코코타타로 가는 뻐스?

-빙고.

엠마 크리스탈이 다시 한번 환하게 웃었다.

-펼쳐봐요. 그 첫 페지에 코코타타로 가는 뻐스 운행시간이 적혀있을 거예요.

나는 아까 들어오며 문어구에 내려놓았던 내 배낭을 찾아 그 안에서 엠마 크리스탈이 선물한 책을 꺼내들었다.

새로 씌운 리커버 밑에 원래 책 커버에 적혀있는 제목은 <코코타타로>가 옳았다.

너무 신비하게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이번 려행의 트릭에 내가 지금 현실이 아닌 꿈속에 신비의 체험을 하고 있는 게 아닐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그러나 이제는 믿고 안 믿고 할 필요도 없었다. 운명이 나를 위해 커다란 마술쇼 스테이지를 만들어놓고 나를 그 무대 한가운데 세워놓았다면 나는 이미 정해진 트릭 대로 내 역할을 충실히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반드시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고 씩씩한 연기자로 되여야만 했다.

첫 페지를 펼쳤다.

엠마 크리스탈 말대로, 과연 첫 페지에는 코코타타로 가는 뻐스 운행 시간표가 적혀있었다.  

-어? 밤에 출발하는 뻐스도 있네. 가만있자…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오늘이 그날이네. 지금이 몇시야?

나는 핸드폰을 꺼내여 시간을 확인했다. 당금 뻐스 출발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와있었다.

아, 드디여 코코타타로 가는 뻐스에 오르게 되는구나.

나는 핸드폰을 꺼내여든 김에 내게 이번 신비의 려행을 추천해준 엠마 쥬에게 문자를 날려야 함을 깨달았다.

나는 엠마 쥬에게 문자를 날렸다.

-드뎌 골인. 이제 곧 코코타타로 가는 뻐스에 오르게 됨.

핸드폰을 바지 호주머니에 넣는데 딩동 하는 문자 도착음이 울렸다.

-뻐스는 이미 엠마 쥬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어요. 코코타타로 가는 뻐스는 엠마 쥬 빌라지에서 출발해요.

배낭을 메고 아까 들어왔던 출입문을 나섰다.

앙증맞게 귀여운 동화 속 빨간색 뻐스가 샤바시향 나무일 것 같은 나무 이미지를 외벽에 페인트로 드로잉하고 바로 레스토랑 문 앞에 서있었다. 엔진음도 듣지 못했는데 언제 도착해있었던 것일가.

나는 성큼성큼 걸어 뻐스 앞으로 다가섰다.

그 때 뻐스 문이 열렸다.

-웰컴 투 코코타타.

뻐스 운전석에 앉아서 환영 멘트를 날려오는 운전기사는, 나와 한 사무실에 앉아있었던 엠마 쥬였다.

나는 더 놀라지 않기로 했다. 나 이럴 줄 알았어 하는 표정으로 엠마 쥬를 향해 벙실 웃으며 성큼 뻐스 우로 몸을 실었다.

하쿠나 마샤샤와 엠마 크리스탈까지 탑승하자 엠마 쥬가 상큼한 목소리로 웨쳤다.

-고고고 코코타타.

하쿠나 마샤샤가 대답했다.

-하쿠나 마타타.

우리 넷이 다같이 합창했다.

-하쿠나 마타타 코코타타. 남자는 그 순간 눈물이 터져나오려 하는 것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출처:<장백산>2017 제4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2 [중편]거미-이 남자가 소설을 만드는 방법 2019-07-19 0 643
21 [중편]위대한 밥(1) 2019-07-18 0 618
20 [중편]위대한 밥(2) 2019-07-18 0 398
19 [중편]코코타타로 가는 뻐스(2) 2019-07-18 0 432
18 [단편]무등을 켜라 2019-07-17 0 398
17 [단편]겨울낚시1 2019-07-17 0 212
16 [단편]겨울낚시2 2019-07-17 0 222
15 [단편]두팔을 펼치면 날개인것을 2019-07-16 0 271
14 [단편] 겨울낚시 (조광명) 2017-10-03 0 526
13 [단편] 두팔을 펼치면 날개인것을 (조광명) 2017-08-19 0 1799
12 [단편] 날개를 심다(조광명) 2010-08-03 29 1175
11 이런 사랑방법 2009-02-27 27 948
10 좋은 아침 2009-02-27 26 893
9 2009-02-27 32 914
8 푸른 소로 태어나라 2009-02-20 22 947
7 [시]내 안의 바람 2009-02-17 19 826
6 [시]3월의 시인 2009-02-17 13 940
5 [수필]나는 그렇게 못하는데 너는 그렇게 한다. 2009-02-06 16 895
4 [시]비, 꽃 (조광명) 2008-09-05 37 1195
3 [시]천개의 잔(조광명) 2008-09-05 90 1153
‹처음  이전 1 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