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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태여나 인간으로 살면서 인간의 냄새가 싫어질 때 있다.
어느날 뻐스안에서 였다. 나는 자리에 앉았고 내옆에는 좌석이 없어서 서있는 사람이 한사람 있었는데 며칠을 머리를 감지 않았는지 머리칼이 꼭 금방 수탉 몇마리가 헤집어놓은 재더미같고 옷도 며칠이 아니고 몇 달을 씻지 않았는지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그런 차림새였는데 ...그런데 그 량방은 뻐스에 오르자부터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온 뻐스안이 떠나가게 <와라 와라>떠들어대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근데 옷에서 나는 냄새도 냄새거니와 그 입에서 나는 냄새가 더 뻐스안이 진동할 지경이여서 냄새에 민감한 나로서는 그야말로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싫은 이 인간의 냄새 그리고 싫은 인간의 이 목소리...
교통비 아끼려고 이미 오른 뻐스니까 내릴수도 없고 그냥 그 자리에 앉아 달리는 뻐스속에 흔들리는 내 인생이 너무 싫어지는 순간이였다. 인간의 냄새가 싫어지는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무슨 인간일가? 나는 왜 인간으로서 인간의 냄새를 싫어하고있는걸가?
별로 심각한채 눈을 감고 이런 생각을 굴리고있었다.
그런데 눈을 감았다는거, 눈을 감고 보기 싫은걸 보지 않아도 된다는거 그때처럼 고마웠던적은 없었다. 분명 옆에서 풍기는 냄새는 그냥 그 냄새이겠는데 그래서 코를 막고 그 싫은 냄새를 맡지 않는다는건 불가능한거니까 그냥 숨을 들이쉬면서 그 냄새를 맡고있었을것인데. 눈을 감고 그 냄새의 발원지를 보지 않고 내 나름대로의 헛생각을 굴리고있노라니 방금 꼭 토할 것만 같던 그 고약한 냄새의 강도도 좀 많이 약해진 것 같았고 그리고 내 청각은 어느새 그 요란한 통화내용에로 신경을 돌리고있었다.
그런데 그 통화내용이 더 걸작이였다. 이미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통화의 분위기는 벌써 많이 무르익어있었고 현재 진행중인 통화의 내용은 분명 어떤 녀인과의 사랑의 속삭임이였다.
-정말이야,난 세상에서 네가 제일 좋아.
-정말이야, 거짓말 하면 난 개야, 아니, 개새끼야 아니야 개보다도 못한 놈이 야. 아니야, 개아들이야. 아니야 개손자야.
-정말이야, 난 너를 위해서 이 세상에 태여난 것 같아 난 이제 너만을 위해 살거야.
-온 세상을 다 준대도 너와 바꾸지 않아. 사랑해.
이렇게 누구나 다 평생에 한번쯤 미친듯이 사용했을 사랑의 밀어들을 밀어가 아닌 공개방송으로 뻐스안에서 떠들어대는데 ...눈뜨고 뻐스안을 살펴보지 않아도 온 뻐스안이 그 량반의 목소리 하나로 요란하고 다른 소음이 없는걸 봐선 뻐스안이 모든 사람들이 그 소리를 <경청>하고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누구나 다 속으로 생각하고있을거였다.
-그놈자식, 공중장소에서 너무하는군, 공중질서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한심한 놈이군.
하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남이야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혹은 일부 아니꼬운 눈길이 자기를 향하고있건 말건 그 량반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더니 급기야 통화내용이 더 높은 고지를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뭐라고 오늘 저녁 너에게로 오라고?
-그럼 나 너의 세방에서 잘거야. 크크.
-나 너와 사랑을 나눌거야. 정말이야.
-정말이야. 그래도 돼? 아, 만세!
그러더니 전화에 대고 뽁뽁뽁 입맞추는 소리 요란히 내더니 이런 내가 눈을 더 감고있을래야 감고있을수가 없게 눈을 뜨지 않을래야 뜨지 않을수가 없게 뻐스바닥을 쾅쾅 발로 내리치며 흥분을 표출하는게 아닌가.
--음음, 너무 좋아 너무 좋아. 너무 사랑해, 내 지금 당장 가서 목욕부터 할거야.
--왜는 왜야? 너에게 나의 깨끗한 몸을 보여줘야지. 깨끗한 몸으로 너에게 달려가야지..
그리고 계속되는 그 휴대폰을 향한 요란한 키스와 발 구르기.
하도 희한하고 억이 막혀서 멍하니 그 량반을 쳐다보다가 난 문득 자문했다.
난, 사랑하는 내 녀자에게 저렇게 사랑고백을 했던적 있던가?
난 내 사랑을 저렇게 진솔하게 온 세상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칠 정도로 표현했던적이 있던가?
없었다.!
그래서 한심한 그 친구의 그 무아경의 흥분상태를 쳐다보며 슬그머니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그래, 잘해봐 ,친구 너는 그렇게 했지만 나는 그렇게 못했다.
그러면서 또 어느 한 내 글쟁이 친구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느 신문사의 편집으로 있으면서 내게 원고청탁을 무조건 아무날 몇시까지 보내오라고 일방적으로 명령하다싶이 해놓고 내가 시간이 바빠 힘들것 같다니까 <야. 이자식아, 내가 써달라면 써줘야지. 네가 뭐 그리 대단하냐. 씨발, 써주지 않았다만 봐라, 내가 도끼들고 달려가서 네 그것을 거세해버리지 않나?>
하고 무지막지하게 원고청탁을 해오던 내 귀여운 친구의 모습을
그래, 친구야. 너는 그렇게 멋있게 원고청탁을 해오지만 난 그렇게 못해봤어. 옛날 나도 편집일적엔...
부럽다. 대방의 사정같은거, 주변의 분위기 같은거 의식하지 않고 내 기분이 내키는대로 내 살고픈대로 내 가지고있는 모습 그대로 남앞에 보여주며 그렇게 진솔하게 살수 있다는 그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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