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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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7월 19일 17시 13분  조회:1074  추천:8  작성자: 오설추
      어깨까지 드리운 머리가 탐스럽다. 한올이라도 빠질세라 조심스레 빗는다. 그래도 부시시 가을잎 떨어지듯 한다. 떨어진 머리카락 한올한올이 “살붙이”처럼 아깝다. 살붙이’들이 땅에 스르르 누워버린다. 매끈하던 타일바닥이 온통 실뱀들처럼 지글지글해진다. 빗을 팽개치고 줏기시작한다. 출근시간이 아득바득 다가오는데도 그만둘념을 안한다. 남편이 보다못해 소리친다. “머리카락과 좀 그만 '전쟁'하면 안되오, 그게 무슨‘계급의 적’이요?”
     머리카락이 몸에 붙어있을 때는 생명이 있어 아름다운것이요, 떨어지는 순간 생명이 없어 추해보인다더니 그게 정말 생명이 없는 추물 같아서 ‘계급의 적’이 되여보일가. 그런데 얼마전에 본 이른바 생명이 없는 머리카락들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한메터가 더되는 머리카락 수십만오리를 벽에 쭉 걸어놓고 전시하는것을 본적이 있는데 그야말로‘전설바다속의 밤물결’같은 극치였다. 이것들이 떨어진 내 머리카락들처럼 바닥에 쫙 널려있다면 어떨가? 보나마나 단떼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처럼 욱실거리는 뱀들 같았을것이다.
    기실 뱀이라고 다 지옥같은것은 아니다. 곡예단의 꽃뱀을 구경한적이 있다. 이름 그대로 꽃같이 아롱진 몸체였지만 길다란것들이 스믈스믈 기여다닐 때마다 풍기는 음산한 기운때문에 그 꽃무늬들이 오히려 악마의 비늘 같은 감을 주었다. 그런데 이눔들이 몸체를 일자처럼 곧추 세우고 일제히 춤을 출 때 보니 천사의 날개가 돋친듯 색채의 조화가 생생히 살아있어 그야말로 률동미와 곡선미가 넘쳐나는 자연예술 그 자체였다.
    “배궁사영”(杯弓蛇影)이란 성어가 있다. 술잔에 가로 비낀 활그림자를 뱀으로 착각하고 놀라 앓았다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때 그 활이 가로가 아니고 세로 비꼈더라면 과연 이런 성어가 생겨났을가.
    보다싶이 똑같이 가늘고 긴 물체라도 남가일몽마냥 천당과 지옥을 오갈수 있는 요지경을 연출하고있다. 살붙이 되였다가 “계급의 적”이 되고 “밤물결” 같다가도 뱀 같고 천사의 날개 같다가도 악마의 비늘 같았다. 요는 그 무슨 생명과 죽음의 차이가 아니라 서있는것과 누워있는것간의 차이였던것 같다. 내 머리카락도 머리에 붙어 수직으로 드리워져있다가 땅에 떨어져 180도로 누워있지 않는가. 순식간에 요지경을 연출할수 있는 공간차이가 바로 황금 같이 둔중한 90도에서 비롯된것인것 같다.
    어느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는데 불시에 섬뜩한 기운이 끼쳐왔다. 몇해전 산에 갔다가 뱀에게 물렸던 감각이 확 되살아나는 순간이였다. 황급히 객실을 둘러봤으나 아무 흔적도 없었다. 이에 시름놓고 부엌으로 들어가다가 혹시나 해서 침실에 가보았더니 아니나다를가 화장대서랍이 활 열려있었다. 패물을 몽땅 들어간 모양이였다. 집에 들어섰을 때의 감각이 적중했었다.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본능이 가장 믿음직하다했던가. 동네로인들과 물어봤더니 옛날부터 도적이 들면 꼭 “사람독”을 집에 남겨놓고 간다는다는것이였다. 호기심이 동해 유관재료를 찾아보니 마음속에 오래동안 뭉쳤던 탐욕, 불안, 공포들이 갑자기 폭발하는 순간 엄청난 량의 독이 뿜겨져나온다는것이였다. 과학자들이 그런 사람들의 입김을 모아 독극물실험을 한 결과 맹독성물질이 나왔다고한다. 도적들이 물건을 훔칠 때의 탐욕, 불안, 공포들이 분명 살아있는 독으로 집에 남겨졌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독을 뱀독과 련결시키게 되는것일가. 생각지 않던 도적을 뱀과 련계시키고나니 자연히 도적의 인생궤적도 뱀처럼 길고 가늘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란 량심과 탐욕이 동시에 움틀수 있는 동물이 아닌가. 탐욕을 종축으로, 량심을 힁축으로 인생좌표를 정할 때 주체할 길 없는 탐욕은 무한정 종적으로 치솟을터, 이에 미처 힁적으로 넓혀갈 여유가 없는 인생은 약하고 길다란 궤적밖에 이뤄질수 없을것이다. 이런 기형적인 궤적은 안정도가 특별히 낮아 넘어지기 십상이다.
    이브의 유전이여서 그런지 나에게도 금과를 훔친 과거가 있다. 몇백명도 아니고 몇천명 공인들의 월급과 장례금를 주관하던 나에게 채색텔레비 한대쯤 후리는것은 스위찌 끄듯 쉬운 일이였다. 80년대만 하더라도 텔레비가 가장 큰 재산이였으니까, 월급인상을 전제로 슬쩍 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량심만은 슬쩍할 일이 아닌 모양이였다. 그 채색유혹으로 온밤을 사상투쟁하다가 결국 본인에게 돌려주기로 작심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욕심이 어렵사리 90도 황금중력을 되찾은 인생좌표였다. 그때 나처럼 “채색낟가리” 쌓다가 종내는 바벨탑까지 넘보고 일어나지 못한 동료도 있었다. 이브를 사촉한 도적우의 우도적인 뱀도 하느님의 벌을 받아 기여다닐수 밖에 없지 않았던가. 어쩌면 집에 든 도적을 뱀독과 련계시킨것도 력대로 내려온 집단무의식의 발로가 아니였던가싶다. 
    간음은 생각만해도 죄라고한다. 그 리치대로라면 나도 엄연한 “도적”이였다. 하지만 그 90도가 받쳐준 덕분으로 직장이나 타인에게 손해준 일은 없었던것 같다. 우리집에 들었던 도적도 패물이나 훔치는 도적이여서 큰 손해는 없었다. 내 발등을 물었던 뱀도 의사님말씀대로 똘마니같은 뱀이여서 독이 허벅지에만 그쳤을뿐 생명의 위험까지는 없었다. 기실 이런 똘마니같은 도적은 크게 경계할바가 못된다. 진짜 경계해야할 큰 도적은 권력의 허울로 인민의 세금을 물쓰듯 하며 제앞길만 찬란히 닦는 자들에게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자들이야말로 의사선생의 말대로 “왕초 같은 뱀”이여서 나라심장에까지 독이 뻗칠수 있기때문이다.
    권력의 말이 났으니말이지 기실 권력의 속성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자’이다. 권력자는 복무원답게 ‘황제’인 인민앞에 90의 황금중력같은 인생좌표로 서있을수 있어야 수시로 복무할수있는 기본자세일것이다. 권력은 ‘서’있어야 산다. 권력이 복무사명을 잊고 도적의 인생궤적처럼 잔뜩 키만 늘구다가 어느날엔가 넘어져서 뱀처럼 흙바닥을 벌벌 기여다닐지 누가 감히 장담할수 있으랴? 뒤꿈치나 물라고 가만 놔둘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것이다. 적어도 나처럼 아침지각을 감수하면서라도 기를 쓰고 머리카락 주어내듯 줏어내칠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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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김 선
날자:2013-07-29 14:48:13
역시나 쪽집게입니다.
문제의 요점 그 끝을 날카롭게 집어 냈군요.
장자가 붙으면 꼭 그 끝자락을 쥐고 뭘 어뜨케 해 먹으려는 본인과
그 곁에 있다는 그 자리때문에 그 본인보다 더 발광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입니까?!
권력이 없는 사람들의 대리인으로 하신것 같은 그 보석같은 말씀 넘 좋네요.
또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는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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