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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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구름 코구름
2013년 12월 04일 19시 22분  조회:1205  추천:0  작성자: 오설추
 전번 주 어느날, 우리 중한문화교류협회방문단 일행은 인천공항을 거쳐 순조롭게 루비님의 전세집에 도착했습니다. 옛날 18평 단칸집 같은 작고 아담한 아파트였습니다. 루비님집의 랭동기에서 아리바바보물마냥 술술 나오는 음식 덕분에 우리 일행은 만포식하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원래 잠자리를 바꾸면 잠들지 못하는 체질이라, 더구나 별구름님(아이디)의 특이한 코골이반주에 저는 아마도 새벽 4시까지 잠들지 못한것 같습니다. 짜증나다 못해 그 눔의 코를 막 조반(造反)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인격을 존중시하는 이 사회에서 어찌 남의 귀한 코를 주물러놓을수 있단말입니까, 못고칠 행위는 재밋게 봐줘라. 어머니의 명언이 생각됩니다. 그래, 가야금 소리를 즐기듯 재밋게 봐주자. 눈 펀히 뜨고 신경질로 온밤을 허송할 일이 있습니까. 이래서 궁하면 길이 생긴 다는 말이 나왔는 모양입니다.   
   별구름님 코의 첫시작은 그래도 남을 의식해서인지 아주 착하고 얌전한 소리가 나옵니다. 다르르다르르, 풀밭에서 유아차가 굴러가듯 그렇게 평화롭고 단조로울수가 없습니다. 인생의 유아기도 그렇잖아요. 세상이 겁난줄 모르고 첫발자국부터 탐방탐방 잘도 걸어갑니다. 항상 산같은 아버지와 바다같은 어머니가 지켜주는줄로 압니다. 균형을 잡지 못해 비청거려도 무서울게 없습니다. 어머니의 손길이 닿을줄 애기는 언녕 의식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유년기는 저항없는 잔디밭입니다. 왕세자가 따로 없습니다. 다르르다르르, 안땅장단이라나 할가요, 그렇게 자유롭고 평화롭게 굴러가다 소년기를 맞게 됩니다.   
   우리 별구름님의 코소리도 받침없는 다르르 소리에서 받침 달린 다르릉다르릉 소리로 올리훑고 있네요.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만났는 모양입니다. 휘모리장단마냥 맥심이 뻗쳐나고 탄력이 넘쳐납니다. 책가방같이 묵중한 숙제부담, 성적표 압력, 부모들의 짜증나는 감독과 잔소리, 선생님들의 엄격한 요구와 통제, 이런것들이 어울려 번거로운 이응받침이 됩니다. 버겁게, 좀은 숨차게 부담을 안고 다르릉다르릉 굴러갑니다. 그러다가 청년기를 만나게 되지요.   
   우리 별구름님의 코소리도 덩달아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응받침에서 다르륵다르륵 기윽받침에로 줄달음치고 있네요. 굿거리같은 절주 있고 책임성 있는 장단입니다. 가정도 이뤄야 하고 가정을 책임질수 있는 직업도 찾아야 하고 하여튼 송아지를 갓 벗어난 여린 소에게 멍에를 씌우듯 고달픔의 시작입니다. 이제부터 홀로 갈아야 할 돌밭이랑이 이어지겠죠. 그렇게 갈다갈다 어느덧 장년기를 맞게 됩니다.   
   우리 별구름님의 코에서도 50의 년륜이 다 된것 같은 된소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따라라 따라라, 승진을 해야 하고 상전의 눈치도 봐야 하고 자식들의 결혼비용, 아파트도 자가용차도 마련해 줘야 합니다. 따라라따라라 일생동안 분투하며 아껴먹고 아껴 모은 돈을 일시에 탕진합니다.   
   쿠루루쿠루루, 아이구, 깜짝이야. 별구름님코가 불시에 된소리에서 거센소리로 바꿔집니다. 늙다리 부림소가 막바지에서 숨이 턱에 닿았나, 아예 구들고래를 훑어라, 훑어. 그런데 이게 뭐입니까, 갑자기 쿠루룩 하더니 딱 멈춰집니다. 거의 1분이 조용합니다. 드디여 푸―하고 늙은 쇠 투레질하듯 거침없는 날숨이 굴러 내려옵니다. 숨이 넘어가지 않나 숨 죽였던 나의 코에서도 안도의 숨이 활 나왔습니다.   
   드디여 달관에 다달은듯 느리고 무게 있는 진양조가 나옵니다. 당그레 당당, 당그레 당당, 열반한 스님의 사리소리련가, 그렇게 숭엄하고 승리에 찬 환회일수가 없습니다.   
   음악이 장단이듯 자연도 곡선이고, 자연이 곡선이듯 사람의 인생도 굴곡입니다. 굴곡이 없는 직선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을것입니다. 이런 인생의 굴곡이 나무의 년륜마냥 우리의 무의식속에 새겨져 있었다는것, 그것이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잠속에서 코를 통해 음악의 장단처럼 흘러나온다는것.   
   직선은 예술이 아닙니다. 곡선이 예술입니다. 곡선이 예술이듯 인간의 삶도 예술이 아닐가요. 그 리치대로라면 코골이도 엄연한 예술입니다. 더구나 별구름이라는 시적인 언어가 코구름앞에 접두사처럼 버티고있으니 그 야말로 예술의 극치라 할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정말 코골이처럼 싫증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옛날 우리 옆집 할머니가 그러하였습니다. 늘 우리집 쌀독이 아니면 장독에 손 대군 하였습니다. 하루는 어머니가 록두죽을 써놓고 잠간 집을 비운 사이에 죽까지 퍼갔습니다. 그런줄 모르고 어머니가 할머니 대접하려 죽 한 대접 퍼들고 들어갔더니 깜짝 놀란 할머니가 죽사발을 팽개치며 소리치더랍니다.   
   “제사 내 도독질해 먹는가 해서 감시할라 왔재이요? 늙은이 먹으면 얼마 축낸다고 그래오.”   
   도둑이 도둑이야 소리친다더니 이건 정말 해도 너무 한것 아닙니까. 신경질이 나서 이런 할멈하고는 아예 상종도 말랬더니 어머니 말씀이 더 가관이였습니다.   
   “세살때 버릇이 이제 고쳐지겠냐, 도둑질 취미까지 없으면 할머니가 무슨 멋에 살겠니, 그저 재밋게 봐주어라, 그게 덕이다.”   
   어머니처럼 도둑질도 취미로 재밋게 봐주다나면 그런 못된 행위들도 삶의 그 어떤 굴곡점이 되고 예술점이 되여보인다는것, 하여 우리 몸뚱의 살점처럼 떨어질래야 떨어질수 없는 서로의 한부분이 된다는것. 그것이 곧바로 덕이라는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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