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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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2014년 10월 23일 11시 01분  조회:939  추천:0  작성자: 오설추
                                   
 
                                                           진심
 
                                                          오설추
 
 
   시아버님이 저녁을 넘길것 같지 못하단다. 부랴부랴 응급실에 달려갔더니 아버님이 산소통을 단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있었다. 그런데도 큰동서하고 둘째동서는 문어귀에서 쿨적이고만 있었다. 왜 들어가지 않느냐 했더니 녀자들은 들어오지 말라고 한단다. 아무리 그래도 시아버지님의 마지막모습을 외면한다는것은 며느리로서의 도리가 아니였다. 말리는 두 동서의 손길을 뿌리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님, 하고 부르며 아버님이 운명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드리고 남편을 거들어 아버님께 수의를 입혀드렸다.
   아버님이 숨을 걷우시자 문밖에서 쿨적이던 동서들이 와- 통곡치며 복도에 쓰러졌다. 화들짝 놀란 시형들이 뛰쳐나가 각자의 마누라들을 달래느라 돌아가신 아버님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하여 우리 부부가 아버님을 담가에 옮기고 사체실까지 밀고가야 했다.
나의 한 친구는 시아버님이 돌아갔을 때 눈물이 나오지 않아 혼났다고 한다. 눈에 침을 바르는 쇼까지 해가며 겨우 난처한 장면을 모면했다는데 솔직히 나도 눈물이 나오지 않을가봐 은근히 근심했었다. 그런데 사체실까지 담가를 밀고가는 내내 눈물이 줄줄 흘러내릴줄이야. 유감이라면 그때 밤 12시여서 내 눈물을 증명할 사람이 없다는것이다. 그날도 밤새도록 사체실에서 아버님을 지켜야 하는 일 역시 우리 부부 몫이였다.
   이튿날, 세 아들과 며늘들이 아버님유상에 절을 하고 술을 부었다. 신문기자들까지 와서 사진 찍고 록상하는 타이밍에 맞춰 두 동서는 배우가 울고갈 정도로 대성통곡이였다. 그런데 이 세째 며느리만은 친정부모가 아니여서 그런지 이튿날까지 쿨적거릴 슬픔이 없었다. 랭랭한 나의 태도에 친정어머니마저 보기 구차하던지 옆구리를 찌르며 우는 시늉이라도 하란다.
   장례를 치르고 단위에 출근하니 우리 사무실에 한 녀성이 전근해 와있었다. 첫대면부터 집이 어디에 있는가고 물어보기에 의학원울안에 있다했더니 의학원원장님이 돌아가신것을 아는가고 물었다. 내가 바로 그 집 며느리라했더니 자기의 친정아버지가 원장님과는 3지대 전우였단다. 장례식에 갔었는데 위의 두 며느리들은 슬프게 우는데 세째며느리만은 울지 않아 말들이 많더란다. 아무래도 그 며느리가 시아버님과 감정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라며 그 녀성이 물었다. ‘저는 그 세째며느리 아니겠지.’
버선목이면 뒤집어 보이겠는가, 내가 바로 그 세째며느리였다며 억울함을 하소연했더니 그 녀인의 말이 진짜 걸작이였다.
‘제 아무리 전날 저녁에 혼자 고생했다 해두 누기 알아봐주오? 장례식에서 가장 슬프게 우는게 효성이지. 그런 노력도 안했으니 욕먹어 싸오.’
    ‘울기싶지 않는걸 억지로 우는건 노력이 아니라 가면입니다. ’
    ‘가면이 다 나쁜건 아니지, 여자들이 화장하는것도 가면이 아니요, 얼굴을 가꾸는것도 부지런해야 하지 게으르면 못하오. 가면이란것  도 어쩌면 로동처럼 부지런해야 되지 않을가.’ 
   이 녀자 수다스러워도 제법 철학적인 데가 있었다. 그 론리대로라면 장례식 전날의 궂은 일은 혼자 다하고도 장례식 날 울지 않은것은 게으른 표현이고 궂은 일엔 살짝 빠졌지만 이튿날 열심히 눈물 흘린 두 동서들은 부지런한 표현이란다. 비록 그 론리가 황당하긴 하였어도 여지껏 자신만만하게 지켜왔던 나의 삶의 진심이 도대체 무엇이였던가 반성하여보는 계기가 되였다.
   진심이란 단어해석을 보면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이라고 하였다. 거짓이 없다는것은 마음과 행동, 다시 말해 속과 겉이 같다는 뜻일것이다. 옛날에 한 왕이 백여명 되는 어린이들에게 꽃씨를 노놔주며 가장 꽃을 곱게 피워온 사람에게 상을 주겠다 약속했다. 약속한 날자가 되여서 애들이 저마다 화사하게 꽃피워 온 화분을 가져왔는데 한 아이만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빈 화분만 가져왔더란다. 왕님이 특별히 그 아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으시며 너야말로 거짓말을 할줄 모르는 착한 아이라 하며 큰 상을 내리셨단다. 왕님은 원래 싹이 근본 틀수 없는 볶은 꽃씨를 애들에게 나눠줬던것이다. 어려서부터 학교나 가정에서나 대개 이런 옛말과 교육에 길들여진 우리 세대로서는 백분의 백은 아니라도 백분의 90프로는 거짓 없는 진심으로 살아왔던것 같다.
   나는 늦잠꾸러기여서 날마다 8시 시계목을 부르쥐고 출근한다. 령도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사지장철 굳어있는 습관이다. 그런데 이런 굳어진 렴치도 눈 내린 날만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달음박질로 단위에 도착한 1분전 8시면 령도동지를 비롯한 동료들이 언녕 마당의 눈을 절반 넘어 쳐낸 뒤이기때문이다. 그때마다 다음 눈이 올 때면 꼭 일찍 출근해서 보상해야지 하는 큰 결심을 하면서도 또 다음 눈 오는 날에 그상이 장상이다. 세살 때 버릇은 여든이 되여도 못 고친다 했던가.
   어느날, 큰눈이 온 날도 여전히 1분전 8시에 도착했는데 웬일로 마당의 눈이 고스란히 자리보전하고있었다. 대박, 하느님 감사합니다. 어쩌다 이 늦둥이에게 앞장 설 기회를 주셨습니까, 기쁜김에 가방부터 내치고 눈부터 치기 시작했다. 땀 흘리기를 한시간이 푼히 지났을가, 마당의 눈이 거의 3분의 1가량 축났는데도 사람 하나 보이질 않는다. 의아해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는데 불시에 반공실대문으로부터 동료들이 벼락소리에 놀란 개미마냥 우르르 쓸어나온다. 젠장, 모두들 반공실에 있으면서 빤히 내다보고만 있었구나. 그래도 모두들 늦게 나온 봉창이라도 하려는듯 열심히 눈을 치기에 마음의 평형을 잡을가 하는데, 한 5분이 지났을가, 문득 '눈을 치느라 다들 수고 많습니다.' 하는 처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오늘 새벽에 출장 가신다던 분이 웬 일로 돌아오셨지? 알고보니 기차시간이 연장되여 래일 떠나게 되였다고 5분전에 전화로 반공실에 알렸단다. 오직 바깥에서 열심히 눈을 친 나만이 감감 몰랐을뿐이다. 모두들 오랫동안 삽질을 한것마냥  기진맥진한 태도로 처장님주위에 몰려들어 처장님의 수고했다는 인사를 받아주는데 또 한발 늦은 나만이 꿔온 보리자루마냥 끼일 틈이 없다.
진심이란 이렇게 외면 당하기 마련이다. 왜서 늘 당하는가, 그것은 진심이 진심이란 맨 몸뚱이의 외길만 고집하기때문이다. 진심이란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자면 진심이란 알몸뚱이에 더더욱 분을 바르며 치장하는 가면을 곁들었어야 했다. 가면이 다 나쁜것은 아니다. 그것은 노력과 부지런함의 또 다른 대명사일수 있다. 장례식 전날, 궂은 일을 다한 기초상에서 이튿날 눈에 침을 바르며 우는 노력을 했더라면 적어도 몰인정한 며느리로 락인은 찍히지 않았으리라. 눈을 혼자 치던 날, 잠자리마냥 눈을 360도로 뒤룩거리며 사태의 진전을 게으름 없이 살폈더라면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처장님이 들어서는 타이밍에 열정을 낼수 일을것이리라.  
   하지만 보통 마음이 진심인 사람은 진실만 믿고 태만하며 비노력적이다. 진심 아닌 자들이 더 진심인양 부지런을 떤다. 하여 진심은 항상 화장 한한 게으른 녀인처럼 밉상이고 가심은 정성들여 화장한 부지런한 녀인마냥 곱상이다. 이 세상 도처에서 나 같은 진심이 외면당하는데도 실은 그만한 리유가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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