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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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원
2009년 02월 27일 08시 54분  조회:1679  추천:48  작성자: 오설추
     관리워이, 관리워이’ 사무실동료가 손짓하며 부른다. 그러자 전쟁 싸이렌소리나 울린듯 난전을 벌렸던 떡과 남새광주리들이 우르르 숨어버린다. ㅎㅎ, 갓난애기 제방기에 놀란다더니 관리원이라니까 모두들 내가 세금받는 시장관리원인가 했던 모양이다. 장난기가 바짝 동한 나는 “주로우(猪肉的)디, 수이로우(水肉的)디, 퉁퉁 매바(卖吧)!”하고 한바탕 “중어”를 답새겨주었다. 저네 되오? 숨이 한줌만해 있던 떡과 남새광주리들이 포복요절하며 감히 다시 등장한건 5분후였던가.
     관리원이라는 요 재밌는 명칭때문에 나는 늘쌍 이렇게 빗나가서 웃고 웃어서 빗나가는 일상이 된다. 어디 시장관리원뿐만이겠는가. 이불관리원, 책상관리원, 창고관리원, 심지어 장대걸레관리원까지… 도련님꽁무니에 쫄쫄 묻어다니는 방자처럼 천하고 값싸다는 물건들은 다 내 요 관리원 이마에 쫄쫄 묻혀다닌다.
    조선친척때문에 이불을 얻어 달라는 친구가 있어 이불 몇채를 해결해주었더니 해준다는 소리가 류학생부에 있다니까 큰노릇을 하는가 했더니 겨우 "이불관리원"이였구나, 동아리들의 활동때문에 반공실용품들을 구해 내놨더니 시시한 "창고관리원"인 모양이다, 세집맡은 친구에게 장대걸레를 얻어줬더니 겨우 "장대걸레관리원"이구나, 아무튼 뢰봉동지따라 열심히 좋은 일을 해줄 때마다 딱딱 보답해주시는 명칭들이시다.
    마치도 유치원생들이 심란이란 이름이면 “심술돼지”, 방자면 “방기퉁재”, 봉남이면 “뽕구대”하고 별명을 붙이듯 유치란만한 보답이 줄줄 이어진다. 류학생들이 숙사에서 애완견을 몰래 길렀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다간 "애완견관리원"까지 묻혀올수 있다.
   이렇게 석탄바곤처럼 “천한”명칭이 줄줄 이어지던 일상의 어느날, 기껏해야 책상이나 장대걸레나 해결하던 이 관리원이가 글쎄 어벌도 크게 동아리들의 반공실까지 해결했단다. 이럴 때는 큰맘 먹고 "반공실관리"라도 붙여줘야 하잖는가, 하지만 석탄같은 천한 바곤에 어찌 반공실같은 어마어마한 이름자를 붙이리오, 그래 기껏 해주신다는 말씀이, 제같은 관리워이 어떻게 반공실을 다 해결하오? 정말 놀랐소!이다.
    거기다가 헛간이나 행랑채에나 둔치고 있어야 할 “방자”같은 천한 놈이 감히 반공실에 궁둥이를 깔고앉아 커피나 마시는 수준이니 “형벌”처럼 견딜수가 없었던 모양, 베쮼동지처럼 불원천리하고 반공실까지 찾아 일깨워주신다. 이제 정돈하게 되면 저네 과실이 없어지고 공인편제만 둔다오, 원래 제가 하는 일이 공인편제나 하는 일들이지…
    우리 과실책임자가 이말을 전해듣고 우스개를 피운다.
     “ 저네 친구들이 다 갱년기를 잘못 넘긴게 아뉴?”
     요럴 때는 아이러니하다는 현대식언어를 써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정말 놀랐소”라는 순진한 친구나 베쮼동지처럼 불원천리하고 찾아온 덜 순진한 친구나 역시 나처럼 덜도 더도 아닌 관리원이였다면? 더 뿌리캐다보면 관리원아래서 분주히 기계나 돌렸던 로동자였더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적코등이 낮은것은 모르고 객관적코등이 낮은것만 열심히 념려해주신다. 그네들을 볼라치면 나처럼 순 제노력으로 공인편제로부터 간부편제로 된것이 아니라 남편이나 부모들의 후광을 입고 그만한 자리에 홀라당 앉으신 분들이였다. 이런 지체가 허망 높아진 사람들일수록 심리평형을 찾느라 콤플렉스발산이 심한 법이다. 
     하긴 나도 앉으나 서나 관리원이였으면서도 여태 자기가 관리원인줄 몰랐으니 누굴 어떻다고 말할 처지도 못되는것이다. 대형기업의 공자와 로동정액을 책임졌던 나를 보통 로신(劳薪)이라 불렀지 관리원이라 부르지 않았기때문이다. 그때 둬살된 우리 애마저 너 엄마 이름이 뭐냐? 하면 우리 엄마이름이 로신임다 할 정도로 그 명칭에만 익숙해있었던것이다.
    그러다가 10년후인 89년도에 의학원에 조동해와 중급직함을 평하게 되였는데 당안을 복사하며 보니까 분명 “로신관리원”(劳薪管理员)이라고 적혀있었다. 공자와 인사공작을 하여도 로신관리, 회계나 출납을 하여도 재무관리, 연구원이나 도서관에서 잡지를 책임져도 도서관리, 결국은 다가 관리원이라는 직책이였다. 하지만 보통 선생 혹은 로신, 회계, 출납이라 부르지 관리원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을 사람이라 부르지 않고 김아무개, 리아무개라 부르는것과 똑같은 도리이다.
     우리학교에서도 사감(숙사감독)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관리원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튕기며 골랐다는 이 류학생사감만은 관리원이라 부른다. 그것은 류학생부가 금방 건립되면서 인원부족때문에 정식직공이 아닌 임시공을 초대사감으로 임명했다는 리유에서였다. 뿌리깊은 차별의식이 임시공을 쉽게 선생님이라 존칭할수 없었던 모양, 그렇게 습관된 명칭이 3년후인 나에게까지 세습된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본인의 직함이나 공자에 영향을 주는것도 아니여서 크게 개의치 않았는데 장마당의 떡과 남새광주리들처럼 모두들 공연히 개의들하니까 내사 다시 개의하게 되는것이다. 개의하다보니 수필에서의 발견처럼 발견된 면도 꽤 있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였다. 이런것을 현대말로 하면 반귀효과(反馈效果)라 하는가.
    인간의 무의식에는 가장 낮은 서렬로부터 탈출하려는 교묘한 본능이 있다 한다. 이런 본능의 가장 생동하고 천진한 례로써 유치원을 들수 있다.
     “오늘 아침 세수하고 온 어린이 손드세요, 기발을 올려줍니다.”
     하면 아침에 세수하고 온 녀석이나 전날 묵은 코범벅을 그대로 달고온 녀석이나 다 손을 쳐든다. 더한층 높은 서렬로 되려는 귀여운 탈출들이였다. 그런데 뛰는놈우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난 어제 벌써 세수 다 했씀다!”
     하고 우쭐렁대는 눔도 있다. 과시 창발성있는 견해였다. 선생은 한낮 세수라는 물리적인 행위로 서렬을 시도했지만 다섯살생은 어제와 오늘이라는 승화된 시간개념으로 서렬을 시도한다. 그러니 기발 하나를 더 올려줘야 하잖는가. 당연히 “어제세수”기발이 우에서 우쭐렁대고 “오늘세수”기발이 아래서 주눅들게 되였다. 원장선생이 아시고 못내 타발이시다. 그런 엉터리로 교육하는게 어디 있소?
    엉터린게 아니라 인간은 본래부터 우, 아래 서렬을 만들어가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걸 원장님은 알으셔야 했다.
    과거 소와 돼지를 잡던 백정들조차 나는 적어도 개는 안잡는다는식의 서렬을 시도했다 하니, 도서관리나 장부관리도 얼마든지 자기는 적어도 숙사따위는 관리안했다는식의 서렬을 시도할수 있잖은가, 거기다가 이불이나 장대걸레같은 접두사를 붙이면 더 효과만점이고,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필자행위도 곧바로 이런 의식의 역설적인 발로가 아니겠는가.
    너나 나나, 다들 그렇게 해서라도 앙금처럼 남아있는 무의식속의 ‘천한’농도로부터 탈출될수만 있다면, 그래서 “사람은 다 제 잘난 멋에 산다”는 애절한 심리를 보상받을수만 있다면, 또한 그러한 천진한 서렬시도가 타인의 우월감에 대한 위기감과 렬등감을 없애고 보다 높은 자부심을 키워갈수 있는 지렛대라도 될수 있다면, 하여 보다 조화로운 인간질서와 인간평화가 금자탑마냥 굳건할수 있다면, 이 “관리워이”가 기꺼이 웃층의 우월감을 확인시킬수 있는 밑층의 구실을 할련다. 기발 한대쯤 더 양보할 용의도 되여있다. 아직까지 그런 차원쯤의 서렬시도는 “어제 세수한 녀석”처럼 앙증스럽고 깜찍스러운 삶의 동력으로 봐줄수 있으니까. 까짓거, 장마당에서처럼 ‘주로우(猪肉)디, 수이로우(水肉)디, 퉁퉁 매바(卖吧)!’하고 한바탕 중어를 답새기면 그만 아닌가.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낮은 서렬에서의 탈출시도가 아니라 질투로 인한 인격폄하수단으로 될때는 이미 본능이 아닌 타락이기에 인간수양을 쌓을 필요가 있지 않을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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