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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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2020년 01월 24일 17시 45분  조회:657  추천:0  작성자: 오설추
    자다가 발바닥이 텁텁한것 같아서 깨여났다. 대야에 물을 떠서 가만가만 발을 씻고있는데 가마목에서 쉬던 어머니의 잔소리가 깨여났다
.   에그, 아침저녁으로 발을 씻구두 모자라 이 밤중에 물질이냐, 도대체 물로 발을 씻냐, 발로 물을 씻냐, 저렇게 물오리질하다가 농촌에 내려가 며칠이나 견뎌내자구 저러누?
    아닌게 아니라 모주석의 지시를 받들고 농촌에 내려갔던 이 하향지식청년이 거퍼 한달도 견디고 못하고 오직 모욕을 위해 젱젱 연길로 되돌아오고야 말았다. 아무렴 하루에도 열댓번씩 손을 씻고 발을 씻고 하던 이 물오리가 빈하중농집에 얹혀살며 하루에 고양이 세수나 겨우 한번 할수 있는 정도였으니 견딜수나 있을손가, 아무리 빈하농의 재교육을 받으며 열심히 사상이 붉어지자 해도 몸이 찐덕찐덕해가지고서는 도무지 붉어질수가 없었다.
   그때 가정의 어려움때문에 겨우 3 원이라는 일년 생활비밖에 가지지 못한 신세였음에도 승승장구로 연길로의 모욕행차를 실시했던것이다. 누군가 “황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더 나야말로 한번의 모욕행차ㅡ황후의 밥에 차비 1원20전(총재산의 40%)나 탕진하고나니 “걸인의 찬”신세가 되고말았다. 돈이 없어 이팔청춘에 치솔질도 소금으로 해야 했고 세수도 빨래비누로 해야 했으니 언김생심 얼굴에다 덧칠이라도 해보겠는가?
   두번 다시 ‘황후의 밥’을 꿈꿨다가는 걸인의 찬도 차레질것 같지 않았다. 그후부터 아예 산개울에 가서 목욕했다. 봄부터 얼음이 지는 초겨울까지 강에서 풍덩거렸는데 그것도 남이 본다고 밤에야만 해야 했다. 초겨울이 되여 얼음이 서걱거리는 개울물에 들어설 때면 그야말로 모주석의 어록으로 용기를 북돋우지 않으면 안되였다. 덜덜덜 떨면서도 결사적으로 모주석어록을 랑송하군 했는데 그것은 곧바로 “결심을 내리고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만난을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하자!”였다. 이렇게 천신만고로 승리를 쟁취하고 나면 얼굴이 얼어들다 못해 파랗게 날이 섰고 머리카락이 주렁주렁 고드름처럼 드리워 ‘빙산에서 온 손님’이 따로 없었다. 그야말로 목욕이라면 목숨도 마다할 드팀없는 각오여서 도대체 저 “톡톡”을 어느 눈 먼 총각이 데려가겠는가 하는 어머니의 걱정도 무리는 아니였다.
  
    “톡톡”이란 새로 산 옷도 꼭꼭 씻어야 입고 씼어 말리운 옷도 기어이 털어야 입는 나의 습관때문에 “그렇게 톡톡 털다간 사람정도 다 털어버리네라.”하는 어머니의 잔소리에서 비롯된 별명이였다. 솔직히 나도 나의 톡톡 터는 습관때문에 앞으로 같이 털어줄 동반자가 없을가봐 은근히 걱정되였었다. 그런데 하느님이 도왔는지 마침내 “눈 먼”총각이 나타날줄이야. 하지만 톡톡 터는 버릇은 언니 말마따나 개도 못떼주는지 집안에 남들이 좀만 얼씬거려도 줄기차게 따라다니며 걸레질해대군 했다. 그 성화에 늘 나에게 푸른등 켜주는 남편도
    “니 그게 병이다. 병”
    하며 못마땅해했다. 그 “병”때문에 한타스나 되는 조카들은 물론이요, 두살터울이여서 친구처럼 지내던 막내오빠마저 웬간해서는 우리집에 오지 않았다. 혹시 일이 있어도 올라오지 않고 아예 봉당에서 얘기하다 돌아가군 했다.
    어느날 큰언니가 우리집에 왔다. 그런데 불시에 화닥닥 뛰여나가는것이였다. 그 동작이야 말로 라스트선을 향한 단거리선수지 관절로 삐꺽거리던 늙은이가 아니였다. 너무 이상해서 따라가봤더니 워쩐걸, 길건너에 있는 작은 언니네 화장실에 들어가 빠따따ㅡ 하고 큰일을 보고있었다. 원래 며칠전부터 앓던 리질이 우리집에 오자마자 또 도졌던것이다.
    “아무리 우리 톡톡공주가 톡톡 털기로서니 우리집이 무슨 농업비료 지원하는 장소요? 급하면 제자리에서 해결할거지, 우정 여기로 오기는, 그러다가 바지에라도 적시면 어찌자구 그러오?”
     하고 죽겠다고 웃어대는 작은언니와
     “똥이 륜기를 가르는 줄을 모르니?”
     하고 무심중에 던진 큰언니의 말 한마디가 가슴을 찔러왔다. 언니 말대로 변은 확실히 륜기를 가르는것 같다. 남 자식의 대변은 더러워해도 제자식의 대변은 더러운줄 모른다. 누워않는 시아버님과 친정어머니를 차례로 모실 때도 어머니의 배설물은 마스크를 끼지 않고 처리하면서도 시아버님의것은 기어이 마스크를 끼고야 처리할수 있었다. 그랬다고
     “똥을 가지고 편을 가르니?”
    하는 남편의 지청구를 들어야 했고
    “자기 아버지 역성을 들다 못해 이젠 아버지 똥까지 역성들겠구나.”
    하고 맞다들어서 얼마나 웃었던가? 같은 이물질이라도 친부모와 시부모간에는 분명 더럽고 덜 더러운 감각이 있었고 계선이 있었던것이다. 가까운 혈육일수록 더럽다는 감각이 덜한것, 이것은 끊래야 끊을수 없는 륜기의 뿌리이자 륜기의 흐름이며 윤기의 본능이기도 하다.
     이런 천성적인 륜기의 본능대로라면 언니는 꺼리낌 없이 우리집 화장실를 써야 했다. 그런데도 감히 쓰지 못하는것은 무엇때문이였 을가? 언니의 무의식저변에 내가 타인처럼 보였기때문이였을가. 나이차가 많아서 부모 맞잡이인 큰언니에게 이럴 정도였다면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들에게는 또 얼마나 말못할 어려움과 피곤을 가져다주었겠는가.
“물로 발을 씻니, 발로 물을 씻니, 그렇게 톡톡 털다간 사람정도 다 털어버릴라.” 하던 어머니의 잔소리가 40 여년만에 다시금 귀에 쟁쟁 울려온다. 아니, 가슴에 쓰르르 스며든다.
    물로 발을 씻는것이 아니라 발로 물을 씻는다는 말은 물이 발의 서비스를 하는것이 아니라 발이 물의 서비스를 한다는 뜻이라 하겠다. 즉 깨끗함에 집착한 나머지 깨끗함의 노예가 된다는 어머니나름대로의 정의였을것이다. 지나친 깨끗함은 깨끗함이 아니라 결벽이다. 결벽이란 결국 인간의 정을 톡톡 털어버릴 정도만이 아닌, 인간의 삶을 감염시키고 인간의 륜기를 질식시키는 일산화탄소와 같은것으로서 의학적으로 말하면 일종의 강박증에 속하는 심리적 병균이였던것 같다.
   
.    ”니 그게 병이다. 병”
    하던 남편의 말이 진짜 중점 발언이였던것 같다. 인간의 륜기를 병들게 하는것만큼 루추한 “병원균”은 없으니까 말이다. 저혼자만 깨끗하고 우아한척, 남은 더럽고 저질이라고 생각하는것 만큼 유치한 심리적 바이러스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소위 수필을 쓴다는 나의 작품에는 이런 심리적 바이러스가 없었는지, 비단보안의 개똥처럼 속은 구리면서도 겉으로는 향그러운척, 거칠면서도 우아한척, 엉망이면서도 부드러운척, 딱딱하면서도 나긋한척, 아니면 제자랑만 잔뜩 늘여놓아 독자들의 시간을 축내 지나 않았는지, 한번 따갑게 반성해볼 일이다.
    아니, 반성하기에 앞서 우선 우리 형제들이나 편안히 나들수 있도록 화장실부터 개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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