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추
http://www.zoglo.net/blog/wuxueqiu 블로그홈 | 로그인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문학 -> 발표된 작품 -> 수필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기행

보슬비
2013년 07월 24일 11시 31분  조회:888  추천:1  작성자: 오설추
    문화혁명전 연변사범부속소학교 제 1기 졸업생들인 우리 동창들이 반주임이셨던 조영옥선생님에게 드리는 감사패에는 이런 글이 씌여있다.

    "어여뻤던 조영옥선생님, 자식처럼 아껴주던 그 사랑을 오늘 우리 제자들은 부모에대한 사랑과 존경으로 선생님한테 보답하렵니다. 어여쁘게 오래오래 앉으세요."


    정남길을 비롯한 우리 몇몇 동창들은 선생님의 75주년 지일에 즈음하여 무슨 선물을 드릴가고 고심참담하다가 마침내 제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을 표달할수 있는 감사패를 선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것은 그 어떤 묵직한 선물이나 화려한 선물일지라도 옛날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쏟아부었던 사랑앞에서는 너무나도 무색해보였기때문이였다. 오직 마음속 뿌리에서 우러나온 글로만 선생님의 사랑에 저그만이라도 보답할수 있을것 같았다.

    문화혁명전의 우리반은 짜장 문자 그대로의 '태자'반이였다. 주덕해주장과 김명한서기를 비롯한 고급간부들의 자녀들은 물론 정진옥, 동희철, 허동활, 방초선등 유명한 인사들의 자녀들도 거진 우리반에 있었다. 선생님은 바로 이런 막강한 후비군을 거느린 '태상황'이였다. 그떄 당시 선생님께서 당신 자신을 위하여 무엇을 할려고들면 그야말로 '갈래갈래 로마'로 통하지 않는 길이 없었을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런데 대해서는 천성적으로 감각이 무딘 분이시다. 간부자녀에 대해서는 엄격한 요구로 다스렸지만 소부분(전반 학생들의10%)의 공인자제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애대와 관심을 주셨던 분이였다. 마치도 부모들이 강한 자식에 대해서는 오만해질가봐 엄한 사랑을 주고 약한 자식에 대해서는 기가 죽을가봐 부드러운 사랑을 주듯이 말이다.

    한번은 주덕해주장님의 둘째아들 양청이가 간식시간에 심술을 쓰며 '단식'이란 왕패를 내들었다. 자기 앞에 차례진 사과가 다른 애들것보다 작다는 한차례 시위였다. 평소에 주장님께서 총명한 이 둘째아드님을 제일 총애하셨단다. 이럴 때 역어빠진 사람같으면 언녕 호떡같은 '태자'님의 심술을 보지 못해 못받아주었을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우둔'한 선생님은 저절로 굴러오는 호떡도 마다하시고 버릇을 뗀다고 사과를 주지 않았더니 아니나다를가 우리 '태자'님께서도 이런 '우둔'한 선생님 앞에서는 그 어떤 왕패도 무효라는것을 재빨리 판단하셨는 모양이다. 당장에서 '단식'하려던 결심을 취소하시곤 '삥간 께이바!'하고 소리치더란다. 금방까지 작은 사과는 안먹겠다고 내치며 벽에 돌아앉았던 모습과는 딴판이였다. 옆에 한족선생님도 있어 제딴에는 중어를 답새긴다는것이 그만 핑궈(사과)를 '삥간(과자)'으로 오발했던것이다. 이 일은 우리 동창들이 두고두고 웃어주는 에피소드중의 하나이다.

    정남길국장은 지금도 잊지 않고 외우는 일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기 부모가 편찮았을 때 선생님께서 금싸락같이 귀했던 닭알을 사들고 병문안을 오셨던 일이였다. 그때 자기네 집은 생활이 곤난한데다가 평민자제여서 늘 위축을 받았었는데 선생님의 이런 따뜻한 보살핌으로하여 적지 않은 보상을 받았다고한다. 평민의 자식인 자기가 오늘 이만큼 떳떳하게 사회에 나설수 있었던것도 모두 선생님께서 보상해준 자존심 덕분이라고 한다.

    4학년때 우리반에는 심한 소아마비후유증으로 두다리를 못쓰는 경자란 학생이 전학해왔었다. 아버지는 보이라공이고 어머니는 무직업이여서 차를 살 형편이 못되였던 모양이였다. 날마다 쇠약한 부모등에 업혀 학교로 다니고있었는데 특히 눈이 와서 길이 미끄는 날에는 우리 눈에 보기도 위태스러웠다. 학생들의 곤난한 처지만 보면 거저 지나치지 못하는 선생님은 마침내 당신의 호주머니부터 털어내놓았다. 이에 감동된 전반 학생들이 너도나도 뒤질세라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학생들이 얼음과자 사먹을 돈까지 내놓았다. 지금 남경에서 방역사업을 하고있는 리택림이는 자전거(60년대는 자전거가 아주 희소했다.)까지 내놓았는데 그것이 세바퀴 인력차를 만드는데 큰몫을 담당하였다. 우리는 차를 만들어주는데만 그친것이 아니라 그 인력차에 경자를 앉히고 학교로 오가는일도 앞다투어 맡아나섰다. 그바람에 신체의 자비심으로 인한 성격때문에 늘 왕따를 당하던 경자가 일시에 반급의 총아로 탈바꿈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늘 가난한 학생들에게 도시락 반찬을 갈라주던일, 학생들이 등교하기전에 난로불을 뜨뜻히 피워놓고 학생들의 언손을 잡아주던일, 당신의 털수건을 벗어 얼어서 빨갛게된 학생의 귀를 감싸주던일, 간조시간만 되면 학생들의 점심도시락을 명심해 덥혀주던일, 일요일에는 학습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보도해주던 일, 우리가 마반산 2대로 일주일간 로동단련을 갔을 때도 젖먹는 막내딸 금화때문에 같이 오지 못했던 선생님이 로동단련 마지막 날에 사탕과 과자를 사들고 우리를 보러오셨다. 그때 눈물부터 글썽이며 우리를 와락 안아주던 일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러고 보면 선생님은 눈물이 많으셨던 분 같았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의 마실 물때문에 수도물을 마다하고 운동장밖의 우물터에 물길러다니셨다. 임신임에도 무거운 드레박으로 물을 올려 물바게쯔에 채워 들고오시군 했다. 선생님께서 늘 허리통이 헐렁한 옷을 입고다니셨기에 우리 녀학생들은 임신 막달에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거저 선생님이 불시에 실해졌다고만 생각했다. 선생님이 힘들게 물을 길어와도 아무 느낌도 없이 선생님은 응당 그러려니하고 서비스를 받아주는데 길들여져있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남학생들이 눈치채고 선생님의 드레박을 뺏기 시작했다. 녀자들이란게 임신중인 선생님을 돌볼줄 모른다며 한바탕 훈계하며, 선샌님이 이 일이 너무도 고마와 늘 다른 선생님들과 외우며 눈물을 글썽이군 했다. 주창권교장님이 문화혁명기간에 투쟁을 맞으며 고생하실 때에도 선생님이 이렇게 눈물을 글썽인적이 있다. 투쟁장소에 차마 가지는 못하고 학생인 나와 가만히 투쟁대회정황을 물어보면서 눈물을 흘렸던것이다. 듣건대 주교장님이 갇혀있으면서 월급도 제대도 받지 못하고있을 때 가만히 돈도 꾸어드렸단다. 교장님께서 너무 힘드시니 감히 다른 사람과 말 못하고 조선생님과 가만히 부탁했던 모양이다. 그때 자본주의 길로 나아가는 집권파를 잘못 보황했다간 같이 투쟁받을 위험성이 있었지만 선생님의 사랑의 마음이 이처럼 위험한 일을 감수하도록 하였던것이다.

    선생님의 사랑은 이렇게 크지도 소리도 없는 보슬비와도 같은 사랑이였다. 눈에 띄우지 않는 보슬비는 땅의 뿌리가지 적실수 있지만 요란한 소낙비는 땅두께밖에 적시지 못한다.

    선생님의 옛사랑이 30여년이 지난 오랜 세월까지도 마르지 않는 샘물마냥 우리 마음속 뿌리에 남아있을수 있었던것은 바로 이런 잔잔한 보슬비의 은혜요, 소리없는 보슬비의 은총이라고 생각된다. 보슬비의 은총으로 무성해진 마음의 뿌리는 다시금 사랑의 아지를 뻗어가며 더욱더 무르익은 사랑의 열매를 맺어갈수 있다.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으로 선생님한테 보답하렵니다."는 우리 제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 바로 이런 승화된 사랑의 표징이 아니였을가.

    조영옥선생님과 같은 분들이 이 세상에 어디 한둘뿐이겠는가, 이젠 70에 가깝거나 70중턱을 넘어선 우리 선생님들 모두가 이런 사랑스러운 분들이라고 생각된다. 문화대혁명의 피비린 대동란속에서에도, 옥수수떡만 먹고 곡갱이질 하던 재교육의 나날에도 우리 모두가 변함없이 꾿꾿한 인간으로 될수 있었던것도 바로 이런 선생님들의 보슬비같은 사랑으로 커온 보람이였으리라.

    아들의 선생님들한테 굽석거린 허리가 불편할 때마다 우리 학생들이 '황제'로 군림했던 옛시절이 생각나서 이 글을 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3 톡톡 2020-01-24 0 656
22 몬스테라 2020-01-02 0 570
21 혁명적으로 2019-12-23 0 1413
20 반작이 2019-12-18 1 1108
19 수염 2019-11-27 0 1202
18 삶의 절대적 공식 2016-08-15 1 949
17 혈소청 2015-08-17 1 974
16 진심 2014-10-23 0 938
15 별구름 코구름 2013-12-04 0 1204
14 한삽의 흙도 2013-11-26 0 955
13 수필:건강 2013-11-06 0 963
12 청보리와 노고지리 2013-10-29 0 696
11 빨간볏 쫗기 2013-10-17 1 1877
10 까마귀 2013-10-12 1 821
9 보슬비 2013-07-24 1 888
8 2013-07-19 8 1072
7 성애에 대한 정면교육을 2012-12-06 1 1089
6 훔칠수 없을것 같다(오설추) 2011-07-27 0 2757
5 환원된 생명의 메아리 2009-03-04 29 1999
4 관리원 2009-02-27 48 1678
‹처음  이전 1 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