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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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테라
2020년 01월 02일 15시 47분  조회:571  추천:0  작성자: 오설추
   지원군으로 6.25전쟁에 나가셨던 시아버님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돌아오시면서 몬스테라(龟背竹)란 식물 하나만을 달랑 들고 오셨단다.
   어느날, 세돐된 아들녀석이 막대기 들고 소림사흉내를 내다가 몬스태라줄기를 꺽어놨다. 그러자 아버님이 벼락같이 소리치며 단박 지팽이로 손자를 후려칠 태세이다. 그것이 아무리 중한들 손자보다 더 귀할가. 당장 격분되여 도끼눈으로 아버지를 힘있게 올려다보며 애를 막아서려하는데 아버님이 불시에 식은 땀을 쫙 흘리며 한쪽다리를 붙잡고있었다. 꺽어져 푹 땅에 드리운 몬스테라 줄기와 아버지의 아픈다리가 45도 각을 이루면서 내눈을 아프게 찔러왔다.
   운동 때 학생들한테 스팀관즈로 얻어맞아 꺽어질번 했던 다리였다. 할빈의과대학 제 1기 졸업생이고 졸업후 공산당에 가입하면서 천신만고로 꾸렸던 개인 병원까지 혁명사업에 바쳤었다. 후에 주덕해주장님이 혁명하던 3지대에서 위생대대장직을 맡으셨고 조선지원군으로 나가실 때 이미 사장급이였다, 그러니 이마에 피도 안마른 녀석들의 시린 꼴이 눈에 차겠는가, 치면 칠수록 더 푸르낏낏 살아나 자식 꾸짖듯 호령했단다. 당내의 자본주의 길로 나가는 집권파가 반란파맹장들하고 두 손 싹싹 비비며 빌어도 다 못빌겠는데 감히 반란파들을 호령하다니,  그 비참한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아버님은 다리아픔이 잠간 멎자 인츰 상한 몬스테라부터 치료하는라 분주했다. 전선의 부상병에게 붕대를 감아주듯 조심조심 줄기를 동여매고 제자리에 온전히 붙어있도록 막대기로 받쳐놓았다. 애도 금방 있었던 일을 금시 잊어버리고 대롱대롱 눈물을 단채 할아버지를 도와 가위랑 날라주느라 야단이다.
   몬스테라는 누가 자기를 미워하고 사랑하는가를 다 아는 령물이야. 줄기를 꺽으면 우리 한생이 주사맞을 때처럼 아파한다구. 할아버지가 손자를 타일렀다.
  그 후부터 아침이면 애가 할어버지따라 몬스테라잎을 살랑살랑 닦아주며 아파, 아파? 하고 묻는다. 꺽어진 줄기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보살핌속에서 점차 원모습으로 회복되여갔다. 어느날, 바깥 창문턱에 중뿔나게 돋은 풀이 눈에 거슬려 뽑으려는데 애가 가을바람에 놀란 여치처럼 황겁히 소리친다. 어머니 뽑지 마시요, 풀들이 주사처럼 아파합니다. 허참, 누가 그 할애비 손자가 아니랄가봐, 이젠 죄꼬만 자식놈의 시집살이까지 하게 생겼네.
   몬스테라는 시집식구들이 아버님따라 하느님 모시듯 우러르는 화초이다. 그래그런지 키가 제맘껐 자라 푸르죽죽 천정을 뚫을듯한 기세다. 잎마저 물독아가리만큼 커가지고 거기에 년륜처럼 칼날같은 홈까지 패여있어 똑마치 거부기등같은 위엄기가 배여있다. 그 기세에 눌렸는지 금방 돋아난 애기잎들은 얼굴 감히 못펴고 담배말이처럼 돌돌 감겨나온다.
   아버님도 군대성격이여서 자식들더러 죽어라하면 죽는 시늉까지 내야 하는 호랑이 아버지이시다. 자유분방한가정에서 어려움없이 자란 나는 응석은 커녕 말대꾸 한마디 못하고 그저 예, 예하며 순종만 하는 당신의 자식들이 안쓰러웠다. 약자의 편에 서게 되는것은 인간의 본능인가, 더구나 아들놈의 장난질로 아버님과 트러불이 생긴후부터 당신처럼 기가 엄청난 몬스테라까지 덩달아 미워지기 시작하였다,
   어느날, 아버님도 료양를 가시고 남편도 외지로 일보러 나갔다. 마침 기회 만났다고 나는 몬스테라를 박대하기 시작했다. 우선 아버님의 간곡한 부탁을 어기고 비료삼아 공급하던 콩삶은 물을 끊어버렸다. 활 당긴김에 코물 닦는다고 아예 맨물마저 주지 않았더니 푸르죽죽하던 잎들이 노랗게 생기를 잃고 휘줄군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여 오랜만에 아버님의 기를 납작하게 만든것 같아 속이 다 후련해졌다. 흥, 손자는 어쩐다 해도 이 며느리와는 어쩌지 못하렸다.
   보름이 지나 남편이 돌아올 쯤에야 근심이 좀 들었다. 몬스테라가 완전히 죽어버리면 남편과의 감정도 상하게 된다. 할수없어 문앞의 거지에게 묵은 밥 던져주듯 대수간 물을 뿌려주었다. 물을 주면서 볼라니까 푸르죽죽 텃세를 부리던 선배잎들이 황달에 걸린듯 노오래서 석삼년 묵은 수수대신세가 되였고 언녕 밀라죽었으리라 여겼던 애기 잎들이 오히려 푸르청청 기가 살아있었다.
  너무 신기해서 처음으로 몬스테라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참대가지를 방불케 하는 몬스테라는 새잎이 새록새록 돋을적마다 한매듭씩 키돋음하며 쥐꼬랑대같은 곁뿌리를 낳고있었다. 그 곁뿌리들이 젖줄기처럼 얼기설기 엉켜 젖샘인 땅에까지 슬쩍 뻗는다. 아마도 공급을 조절하는 개페기(开闭机) 역할을 하는것 같았다.
   물이 충분히 공급될 때는 개페기를 열고(꼬랑대곁뿌리를 땅에 슬쩍 박고)원뿌리를 도와 앞다투어 자양분을 빨아들인다.
   물을 주지 않아 가물게 되면 선배잎들이 선듯히 개페기를 닫고(곁뿌리를 땅에서 건뜩 쳐들고)자양분을 어린 잎에게 양보한다
 . 아니나다를가 요 며칠 박대받고있는 나날에 선배잎들이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곁뿌리들을 건뜩 쳐들고 단식투쟁을 하고있었다. 그 덕분에 애기잎줄기들은 그 어느때 보다도 굳건하게 곁뿌리들을 땅에 박고 자양분을 충분히 흡수할수 있었다.돌돌 말렸던 얼굴도 해바라기처럼 활짝 펴져가고있었다.
   그야말로 자아생존본능을 초월한 생명예술 그 자체였다.
   콩을 물에다 푹 불궈 삶았다. 남편이 들어오더니 고소한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며 이죽거린다. 오늘 해가 서쪽에 뜬거 아니오, 어쩌다 이렇게 자각적으로 몬스테라를 위해 복무하오?
   어느날, 우리집에 운동후기조사조의 사람들이 왔다. 운동 때 살판치며 마구 사람을 폭행한 학생들을 조사해서 법적처리를 하는 사람들이였다. 나는 아버님이 다리 부러질직전까지 폭행당했던 분이라 언녕 격분되여 적발하리라 여겼다, 그런데 아버님은 학생들이 젊은 의기에 혁명하다보면 그럴수도 있다며 오히려 두던해주는것이였다. 그놈들의 악행을 세세히 묻는데도 기어이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분들이 돌아간후에 내가 더 격분하여 그 씹어먹을 망나니들을 왜 그냥 놔두냐고 했더니 적발하면 감옥가게 되는데 자식같은 애들의 전도를 어찌 망치냐 하시는거였다.
   아버님에게 고개가 숙여졌다.
   아버님은 운동 때 맞은 후유증으로 끝내 몸져누웠다. 직급이 있는 분이라 고급약이란 고급약은 얼마든지 쓸수 있었으나 고치지 못할 병이라며 점적주사도 거절하시였다. 공산당원으로서 나라돈 아니, 벡성들의 세금을 랑비할수 없다는것이였다. 호사들마저 감동되여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약도 안쓰고 버티다가 석달만에 아버님성격대로 후닥닥 세상를 뜨셨다. 암 초기라 여느 고급간부들처럼 고급약을 지그시 썼더러면 적어도 2.3년은 버텼을것을…
    돌아가신날 몬스테라가 갑자기 화분채로 탕하고 온동네를 울리며 땅에 거꾸러떨어졌다. 안정도가 그지없이 큰 묵직한 화분통이 왜 밤 12시에 상에서 떨어졌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그 이튿날부텨 몬스테라가 갑자기 시들기 시작하였다. 물이 충분한데도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꼬랑대같은 곁뿌리를 건뜩 쳐들고 도무지 땅에 박을 념을 안한다. 백약이 무효였다. 식물들이 물리적인 영향만 받는것이 아니고 정신적인 영향도 받는다는것을 그제야 알았다.
   백골이 진토되여 넔이라도 있고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인가.
   당에 향한 우리 아버님의 일편단심…
  우리 자식들이 할수 있는 일이란 오직 아버님과 몬스테라에 다시 한번 고개 숙이는 일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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