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张学奎文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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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장학규 소설

에볼라 에볼라
2015년 04월 22일 19시 44분  조회:940  추천:1  작성자: 장학규
단편소설
 
에볼라 에볼라
 
 
 
 
(왜 아직도 오지 않지?)
티비는 출입문 우쪽으로 고정되여있어 프로를 시청하면서도 들어오는 사람들을 그때그때 바로바로 확인할수 있었다. 
마침 뉴스프로시간이였는데 한창 하남성의 한 녀대생이 학교로 돌아가던중 실종되였다는 소식을 전하고있었다. 붙는 불에 키질인셈이였다. 
홍교수는 달아오른 가마의 개미처럼 안절부절 못했다. 벌써 네번째로 듣는 녀대생 실종사건이였다. 달포전에 중경 녀대생이 불법택시 운전기사에 의해 살해돼 암매장된 사실이 전해지더니 20여일전에는 남경에서 실종된 녀대생이 결국 변사체로 발견되였다는 소식이 보도되였다. 홍교수가 사는 이 동네도 안전지대는 아닌듯 싶었다. 얼마전 성도회지에서 한 녀대생이 불법택시 운전기사한테 끌려가 나흘동안 감금되여 성폭행당하다가 요행 공안에 의해 구출되기도 했었다. 
(도대체 무슨 세상이 되자고 이러지?)
홍교수는 지금 대학동료 철민이를 기다리고있다. 정확히 말하면 철민이는 동료에 앞서 먼저 제자이다. 홍교수가 이곳 대학으로 전근하기전에 가르쳤던 학생이다. 그 학생이 졸업하고 모교에 남아 교편을 잡은걸 홍교수가 특수인재영입프로젝트에 올려 스카우트해온것이다. 
아직 이른 저녁무렵이여서인지 된장국집내에는 손님이 별반 없었다. 가게 주인인 뚱보마담도 카운터에 들어앉아 할일없이 티비를 쳐다보고있었다. 
성격이 활달한 뚱보아줌마는 속이 편한만큼 살집도 매일매일 불어나고있었다. 가끔이기는 하지만 웬간한 녀자의 다리보다 굵은 팔을 쭉 올리뻗어 기지개를 켜기도 했다. 바로 저 손맛이 이 장국집을 부근에 유명짜하게 만들었다. 
홍교수가 이 장국집과 도킹된것은 순전히 철민이때문이였다. 철민이가 해변도시로 갓 조동해왔을 무렵이다. 대학기숙사에 얹혀 사는 철민이는 교내식당에 질린나머지 속풀이하려고 학교 주변을 돌다가 발견한것이 바로 이 “대흥식당”이다. 덕분에 전 학과 선생님들이 다 알게 되였고 이곳에서 간단한 친목 모임도 자주 가지기도 했다. 그래도 대흥식당이란 정식 이름을 대면 열에 아홉은 뭐가 뭔지 모른다. 반면에 장국집이라면 용하게도 모두들 잘 알아먹는다. 
“저런 저런…물에서 시체가 발견되네요…”
뚱보마담이 혀를 끌끌 차며 홍교수쪽을 힐끔 건너다보았다. 홍교수는 자기와 하등의 상관도 없는 일인데도 별로 속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였다.  
(결국 죽고마는구나!)
그때 출입문이 드륵 열리면서 철민이가 들어섰다. 거쿨진 몸매가 아름차게 다가왔다. 
“오래 기다리셨지요?”
철민이는 신발을 벗고 올라와 울방자를 틀고 앉으며 유난히도 큰 덧이를 활짝 드러내며 물었다. 
“아니…”
홍교수는 왜 이 자식한테 이렇게 정이 흠뻑 들었던지 도무지 알수 없었다. 물론 철민이가 공부를 남달리 잘했던 원인도 있었다. 그러나 덩치 큰 철민이가 큰 의지가 된다는게 더 큰 리유일지도 모른다. 아들이 없는 홍교수는 가끔10년 터울이 나는 딸애와 철민이를 겹쳐놓는 환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댁 부근에서 한잔 하실거지 왜 이 먼곳까지 오셨습니까? 오늘은 수업도 없었잖아요?”
“그게 글쎄…”
때맞추어 음료수가 올라오고 이어 미리 주문한 료리가 올라와 홍교수는 궁지에서 빠져나올수 있었다. 
사제간은 시시껄렁한 세상화제를 주고받으며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역시 뚱보마담의 손맛은 일류였다. 풋배추와 두부에 감자까지 넣고 끊인 된장국은  빨간 고추가루를 듬뿍 뿌리고 한숟가락 뜨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기 바쁘게 금세 속을 편안하게 다듬어주었다. 
“선생님, 오늘 왜 자꾸 그렇게 멍때리고있습니까? 선생님답지 않네요.”
“그래?”
“무슨 일 있는거지요?”
“실은…오늘 혜경이가 학교 숙사에 들어갔어.”
혜경이는 홍교수의 무남독녀이다. 올해 금방 대학에 붙은 신입생이다. 홍교수가 기어코 우겨서 자기가 가르치는 대학으로 끌어온것이다. 학과는 달라도 옆에 두고 지켜봐야 마음이 놓일거 같았다. 그만큼 혜경이를 여직껏 단독으로 어디 내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 
“아, 선생님도 참 …이제 본지 몇시간이라고 벌써 이러십니까? 허허허…”
철민이는 또 큰 덧이를 훤히 드러내고 껄껄 웃는다. 
(임마, 헛다리 고마 짚어라.)
그러나 홍교수는 내색없이 후룩후룩 장국만 들이켰다. 뭔가 철민이에게 부탁하려던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서른 넘은 더벅머리 총각이 직접 부탁하지 않아도 그 정도 눈치는 있겠지싶었다. 
한사코 택시로 모셔다준다는 철민이를 밀치다싶이 보내놓고 큰거리로 나오니 막힘없는 바다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왔다. 더불어 바다생물의 비릿한 냄새도 함께 코끝을 간지럽혔다. 해변의 가을밤 하늘은 마냥 소시적 고향의 밤하늘처럼 맑고 투명했다. 듬성듬성하게 깜박이는 별들도 향수를 자아내기에는 족했다. 
혜경이한테서는 여직 전화 한통도 없었다. 홍교수의 지청구로 혜경이는 학교 기숙사에 들어서는 즉시로 전화를 해주기로 약속했었다. 그렇게 답복받은후 한집식구가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홍교수는 딸애보다 한발 앞서 집을 나섰었다. 
원래는 산보나 하고 집으로 들어갈려고 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어떻게 멀리 학교까지 왔다. 오히려 잘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있다가 딸이 무탈하게 잠든다는 인사를 받고 돌아가면 더욱 마음이 놓일것도 같았다. 그런데도 혜경이는 그후로 몇시간이 흐른 지금도 전화를 줄념을 않는다. 
홍교수는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더듬어 찾아냈다. 련락인리스트에서 딸애의 이름을 찾아내여 클릭하려다가 딸애의 화난 얼굴이 떠올라 포기하고말았다. 
“아빠, 내가 뭐 어린애야? 이만 끊어요.”
혜경이는 틀림없이 이렇게 나올것이 분명했다. 항상 그랬다. 부모가 무엇을 어떻게 걱정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관심을 거부하는 딸애였다.  
홍교수는 발 가는대로 몸을 맡겼다. 딱히 어디로 가야할지 그 자신도 알수 없었다. 그리고 어디든 가도 무방하다는 마음이였다. 유독 집으로만 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였다. 사랑하는 딸이 갑자기 비여진 그 공간에는 단 한순간도 멈추어 숨을 쉴수가 없을거 같았다. 
그러고보니 안해한테서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쉽지 않다. 딸의 문제로 평소에 몇번씩 전화를 해오는 안해였다. 그러한 안해가 아무런 채근도 없다는건 적어도 딸의 행방을 알고있다는 말이 된다. 지금까지 딸과 함께 집에 있지 않으면 학교에 돌아간 딸년이 엄마한테 무사함을 전했을 가능성이 크다.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돌아간건 아닐가?)
홍교수는 다시 마음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분명 남편이 걱정하고있을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자기 혼자 집에 돌아가 태평무사하게 이불속에 들어가면 어쩐단말인가. 도대체가 녀자들은 자기밖에 모른단말이야. 
틀림없이 혜경이는 학교에 돌아갔다. 아홉시가 넘으면 기숙사는 “통금시간”이 된다. 학생관리의 편리와 사고방지를 위해 기숙사에서는 엄격한 시간관리를 한다. 기숙생들은 그걸 두고 “통금시간”이라고 뒤에서 수군들거리고있다. 그걸 혜경이가 모를리 없다. 그리고 또 그걸 지키지 않을수도 없다.
(그런데 왜 나한테는 전화하지 않았지? 엄마한테만 했을리는 만무한데…)
홍교수가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고 딸의 전번을 누르려는데 눈앞 사거리에서 무언가 땅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불시에 들려왔다. 곧이어 칙하고 자가용이 급정거하는 요란한 소리가 귀가에 들려왔고 다시 여성용 스쿠터가 길가에 나뒹구는것이 눈속에 들어왔다. 
홍교수는 화들짝 놀랐다. 가슴이 쿵짝쿵짝 세차게 튀기 시작했다. 주변사람들과 허둥지둥 앞으로 달려갔다. 
교통사고였다. 딸애 또래의 녀자애가 그것도 둘씩이나 차에 치여 널부러져있었다.  인명사고까지는 면했지만 피자국이 흥건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높은걸 보면 크게 다친게 틀림없었다.
실컷 절하고보니 남의 집 묘라더니 괜히 놀랐다며 가슴을 내리쓸던 홍교수는 저도몰래 얼굴을 붉혔다. 아무리 속으로 했던 생각이라고 해도 인류령혼의 공정사라는 교육자가 사고 현장에서 안도를 할수 있었다는게 너무 창피했다. 더는 이렇게 망상에 시달리고싶지 않았다. 무작정 핸드폰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뜻밖에도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안해였다. 잠투정이 잔뜩 묻은 짜증스러운 목소리였다. 
“왜 당신이 이 전화 받아?”
“내 전화 내 받지 않구 누가 받아요?”
안해는 상대하기 싫다는듯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이런 젠장…”
안해는 초저녁 잠이 류달리 많다. 그리고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여기저기 돌아치면서 옆사람들이 자지 못하게 난시를 피운다. 근년에 와서는 더욱 늙은 냄새를 풍긴다. 
전화번호를 보니 틀림없는 혜경이의 번호다. 그런데도 자기 전화라니? 
아, 홍교수는 그제야 생각났다. 혜경이가 대학입학통지서를 받은 날 한국에서 출장중이던 홍교수는 소식을 듣고 딸과의 약속대로 한화 80여만원을 주고 삼성캘럭시S5를 사왔었다. 그 덕분에 골동품 핸드폰을 들고 다니던 안해는 딸애의 샤오미 Mi3을 대물림으로 물려받았다. 그러니까 홍교수는 혜경이의 새 핸드폰번호를 입력하지 않았던것이다. 
거리에서 대책없이 서성이는 홍교수의 눈에 오색불빛이 어둡게 깜박이는 스탠드바 하나가 발견되였다. “반달”이라는 다분히 시적인 냄새를 풍기는 스탠드바였다. 흔히 “지존”이나 “황궁”이나 “제호”와 같은 신분을 암시하는 이름이 아니면 “야미인”이나 “에게해” 같은 야한 뉴앙스를 풍기는 명칭이 대부분이였다. 지적인 냄새를 풍기는 스탠드바를 홍교수는 처음 보았다. 아무튼 앉을만한 자리가 있어서 무엇보다 감사했다. 적어도 학교 “통금”이 시작될때까지만이라도 이곳에 있고싶었다. 아니, 혜경이가 전화를 해줄때까지 있어야 했다. 
코구멍만한 출입문과는 달리 실내는 퍼그나 넓었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좌우로 길게 늘어선 스탠드에 마주 앉은 손님들이 열심히 칵테일을 즐기고있었다. 가끔 실음악도 연주하는 모양으로 한옆으로 무대가 설치되여있기도 했다. 
홍교수가 바텐더에게 칵테일 한잔 부탁하고 두리번거리는데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가볍게 툭 쳐왔다. 흠칫 놀라며 얼굴을 돌려보니 이십대 초반의 낯선 젋은 아가씨 하나가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람마냥 반가운 웃음을 한가득 띄우고 손을 내밀고 있었다. 입술을 빨갛게 칠하고 싸구려 향수내를 진하게 풍기고있었다. 아무리 노출을 지향하는 세월이라지만 이건 너무 했다. 유니폼이 분명한 꽉 조인 옷은 젖무덤 하나 제대로 가리지 못해 훤히 드러났고 하의는 실종된듯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선생님, 저 양주 한잔 사주시죠?”
아가씨는 악수를 거부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듯 옆으로 다가 앉으며 말을 걸어왔다.
술장수하는 아가씨들은 “사장님”을 개여올리지 “선생님” 소리는 잘하지 않는다. 하다면 이 아가씨가 무슨 냄새라도 맡은것인가? 혹시 우리학교 학생이 아닐가? 
학생들이 등록금을 벌려고 밤업소에 들락거린다는 소문은 벌써 교내에 파다하게 퍼진지 오라다. 이 동네서는 대학생들이 아직 오피스텔같은 고급 사무소에서 알리바이트를 할 기회가 거의 없다. 슈퍼나 매장같은 곳이 상대적으로 점잖은 업종이다.  대신 봉투가 많이 엷다. 식당 또는 심부름센터들은 그보다 돈을 좀 더 주지만 일이 많이 힘들고 더럽다. 그래서 얼굴이 조금이라도 반반한 녀자애들은 벌이가 쉽고 편안한 밤업소를 택하고있었다. 
“칵테일이라도 괜찮아요.”
홍교수가 덤덤하게 그대로 앉아있자 묵인으로 알았던지 아가씨는 손저어 바텐더를 불렀다. 
“여기 꼭같은걸로 한잔 더 부탁해요.”
요즘 애들은 당돌하기 이를데 없다고 홍교수는 속으로 한탄했다. 별종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수치심이란것이 전혀 없이 세상에 나설수 있냐 그 말이다. 이건 헤픈것도 아니구 파렴치한것도 아니구 도대체가 무슨 생각으로들 사는지 모르겠다.  
“왜 표정이 그렇죠? 가슴이 아픈가 보네요?”
“그럼 살덩이같은 내 돈이 떨어져나가는데 안 아파?!”
“아우 유머스럽네요. 대박이야 대박.”
아가씨는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소리내여 깔깔 웃었다. 제스처가 지나치게 과장되였고 소리가 구새먹은듯 텅 비긴 해도 나름 귀여운데가 있긴 있었다. 몸을 달삭일때마다 통통 튀여나온 젖살이 흔들리면서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저런 탄력있고 싱싱한 가슴을 만져본지도 아득한 옛날일이였다. 마누라는 이젠 많이 늙었다. 욕망이란것이 싹 식었는지 축 처진 물렁한 젖가슴에 손이 닿는것마저 주책이라며 무지 질색한다. 물론 침대를 같이 써본지도 오래되였다. 녀자를 안아보고싶다는 잠의식이 서서히 깨여나면서 아래도리가 간만에 용을 쓰기 시작했다. 홍교수는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도 속물이기는 매한가지라고 속으로 꾸짖었다.  
“학생이지?”
“어떻게 아셨죠?”
“왜 이런 일을 하고있어? 대학에서 배운것들이 억울하지도 않아?”
그건 홍교수도 풀지 못한 숙제였다. 생존기술을 배우려고 대학에 온 애들이 대학공부가 필요없는 생존기술을 활용하고있다는게 일단 리해되지 않았다.
“”승자는 강한자가 아니라 살아남는자라는걸 모르시나보죠.”
“색다른 가문의 유전자이군.”
“주옥같은 망발은 사양하구 술이나 마시자요.”
“먹어. 그렇더라도 입은 세탁하고 다니자.”
분위기가 굳어지면서 대화가 뚝 끊어진 두 사람은 말없이 술만 마셨다. 무드가 엉망이여서 그런지 아니면 1차 장국집 술이 이제 요동칠때가 되였는지 홍교수는 속에서 열물이 올리솟는 느낌이 들었다. 가끔 코구멍으로 된장국냄새가 흘러나오는듯 싶었다. 홍교수는 표정없이 자기를 건너다보는 아가씨에게 량해를 구하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갔다. 그러나 더부룩한 속과는 달리 배속의 이물질은 쉽사리 나오려고 하지는 않았다. 손가락을 질러넣어봤지만 웩웩 마른 소리만 흘러나왔다. 손을 깨끗이 씻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나이프로 입가까지 샅샅히 훔친 홍교수가 체면있게 자기 자리로 되돌아왔을때는 아까 옆에 앉았던 아가씨는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나를 많이 욕했겠지. 늙다리가 생까고 자빠졌다구.)
홍교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서운하기보다는 속이 오히려 편안해졌다. 
저런 딸을 둔 애비는 어떤 심정일가 잠간 고민해봤다. 홍교수 자기 같으면 당장 아버지를 사퇴하고말것이다. 하기야 멀리 있는 애비가 딸자식이 저러고있을리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있을것이다. 용케 붙은 대학에서 공부 열심히 하면서 가족을 빛내줄거라 믿고 허리 휘는줄도 모르고 생활비 한푼이라도 더 보낼려고 아득바득하겠지.   
같은 또래의 딸자식을 가진 홍교수로서는 강건너 불구경만은 아니였다. 물론 마냥 후라이팬에 콩 튀기듯 방방 뜰수만도 없었다. 콩가루집안이 어디 따로 있다던가. 돈 떨어지자 배고프다고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세상 못할 노릇이 따로 없다.
그나마 혜경이는 참했다. 여러모로 삐여났다. 예쁘기도 하고 공부도 잘하고 속도 깊었다. 게다가 등록금, 생활비 념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고보니 인간은 역시 레벨차이가 엄존한다. 적어도 혜경이는 생활난으로 인해 일찍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인간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접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였다. 
실내에는 여전히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있었다. 그사이 손님들이 부쩍 늘어나 스탠드에 빼곡히 들어찬것은 물론 구석구석에 놓인 테이블도 빈자리가 없었다. 
홍교수는 마시던 잔을 마저 굽내고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시간은 어느새 열한시를 넘어서고있었다. 스탠드바에 들어선지도 잠간인듯싶은데 벌써 두시간이 훌쩍 지난것이다. 이래서 세월은 류수라는 말이 나왔나보다. 
혜경이한테서는 여전히 전화가 없다. 인젠 잠들어도 한참이였겠지싶었다. 홍교수는 좀은 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날씨는 변해도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더니 여직 자기 중심으로 자란 혜경이는 지금도 부모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있었다. 
홍교수는 웨이터의 부축을 받으면서 스탠드바를 나왔다. 평소보다 별로 더 마신것도 아닌데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았다. 휘청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놀리면서 홍교수는 빨리 어딘가 눕고싶다는 생각을 앞세웠다. 이제는 집으로 가야할때가 된듯 했다. 딸이고 뭐고 안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게 도리에 맞는거 같았다. 안해를 생각하면 취중에도 많이 미안했다. 안해로부터 오래동안 마음을 비워왔다. 마음의 비중이 딸애한테로 옮겨간줄도 모르고 여직껏 살아왔다. 어쩌면 안해도 홍교수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텅텅 비여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전화를 무작정 닫았듯이 마음도 닫아버렸는지 알수 없다.  
해변도시의 밤거리는 여전히 식을줄 모른다. 바다도 잠들었는지 잠잠하다. 바람이 한풀 꺾인 한가을 날씨는 열기로 푹푹 찌고있었다. 긴 거리 량옆에는 웃통을 벗어제낀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양꼬치에 청도맥주를 마시고있었다. 늦더위를 날려버리기에는 알맞춤이란듯이 장사치들의 호객소리 또한 요란하다. 
홍교수는 괜한 유혹에 말려드는거 같아 머리를 긁적이며 차도에 내려섰다. 택시를 잡고 집으로 갈참이였다. 
그때 한무리의 대학생들이 홍교수를 밀치다싶이 하면서 욱 거리를 가로질러갔다. 열명이 넘어되였는데 남녀로 짝을 지어 팔짱을 끼고 히히닥거리고있었다. 어디서 한잔 이미 걸친듯한 애들이 들고 안고 멘 물건중에 텐드 가방도 들어있는걸 보니 아마 해변가로 나가는 모양이였다. 이 야심한 밤에 탠드를 들고 나간다는건 귀교를 포기했다는 증명이였다. 하다면 바다가에서 이 밤을 지새운다는 말인가? 
홍교수는 본능적으로 그들 뒤를 따라갔다. 배 고픈건 참아도 궁금한건 못 참는 홍교수이다. 자기 학교 학생들의 밤 모습이 이런것이였다는데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닌게 아니라 애들은 백사장에 탠트를 치기 시작했다. 10여명에 탠트는 고작 세개뿐이였다. 이윽고 탠트가 세워지고 랜턴이 켜지더니 왁자지걸 고아대며 패를 나누어 기어들어가고있었다. 아마 야식부터 시작할참인가보다. 실컷 먹고난후엔 그대로 엉켜져 자는건가.
홍교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해변길을 따라 쭉 늘어선 건물들은 거개가 고급 별장이나 호텔 또는 오피스텔같은것들이였다. 그중 한 호텔 한쪽 옆구리로 걸린 “찜질방”이라는 우리글 간판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홍교수는 비틀비틀 그쪽으로 걸어갔다.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가기는 열번도 글러먹었다. 도무지 마음이 차분히 내려앉아야 말이지. 이건 산넘어 산이다. 고개 넘어 열두고개다. 산마다 더 무겁고 고개마다 더 힘겹다. 젠장.
찜질방은 홍교수의 심정과는 별개로 성업을 이루고있었다. 자정을 치닫는 시점에도 프론트앞으로 손님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있었다. 
홍교수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면서 이제는 시야에서 희미해진 백사장쪽을 힐끔 뒤돌아보았다. 밥이 되던 죽이 되던 이젠 신경을 그만 끄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먹었지만 웬일인지 그게 잘 되여지지 않았다.  저 멀리로 아직도 등불은 켜진대로 있었다. 
열쇠를 받아든 홍교수는 2층 목욕탕에 잠간 들려 가운을 바꿔입고 곧추 4층 찜질방으로 올라갔다. 원래는 3층의 헬스장에 들려 러닝머신을 좀 밟으며 술을 깨볼가고 생각했다가 그러면 땀 흘려야 하고 그러면 목욕탕에 들려야 하고 또 그러면 전화를 받을수 없다는 강박감에 쫓겨 부랴부랴 찜질방을 찾았다. 
홀안은 무슨 피난처인듯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누워있었다. 사실 홍교수는 이런 시설에 잘 적응되지 않는 타입이다. 시끄럽게 코 고는 사람이 많은데다 자면서 뒹굴뒹굴 구부는 사람이 한두명은 꼭 있기때문에 소음이나 접촉에 민감한 홍교수는 많이 불편했다. 특히 덮는것이라군 전혀 없어 배가 허전한게 마냥 싫었다. 그런데 오늘은 오히려 그게 더 좋을거 같았다. 홍교수는 자기가 부지불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들가봐 더 걱정이였다. 
홀중앙에 걸린 대형 티비는 보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제멋대로 돌아가고있었다. 스크린을 올려다보기 맞춤한 곳에 자리를 잡고 누운 홍교수가 좌우로 둘러보니 그나마 서너명은 자지 않고있었다. 다시 눈길을 돌려왔을때는 드라마가 막 끝나고 뉴스가 방송을 타고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성행하는 에볼라에 관한 소식이 톱뉴스로 전해지고있었다. 일단 한국에 입국한 나이지리아인이 고열 증세를 보여 격리조치되였다는 소식이였다. 중국은 아직 관련 보고가 없다는 뉴스에 이어  반기문유엔사무총장이 “에볼라와의 전쟁”을 선언하고있었다. 
이 치명적인 출혈열을 일으키는 필로바이러스과 바이러스인 에볼라는 1976년에 처음 발생했었다. 근 40년 이어온 에볼라는 현재에도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있다. 치료법이 부재한 에볼라는 그래서 더 무섭다.
홍교수가 눈을 떴을때는 아침 다섯시가 되여오고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두시간 정도를 깜박 잠들어버린것이다. 안 잔다 안 잔다 하면서도 결국 잠귀신을 이겨내지 못하고 깜박 졸아버렸다. 핸드폰을 살펴보니 부재중 전화는 여전히 없었다. 
홍교수는 부시시 일어나 2층으로 내려갔다. 탈의실에서 가운을 벗고 옷을 갈아입는데 밤새 여러곳을 전전한 몸뚱이가 쑤시고 근질거려 도무지 견딜수가 없었다. 잠간 망설였지만 곧 걸쳤던 옷을 다시 벗고 곧추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여느집과 마찬가지로 사우나도 있었고 한증막도 즐길수 있었다. 찜질방도 비빔밥처럼 짬봉이 되여있었다. 그러나 홍교수는 흥심이 없어져 샤워기에 사워만 하고 바로 나왔다. 
결산을 마치고 거리에 나와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생각밖에 전화 한통이 들어와있었다. 액정에 “혜경이”라고 적혀있었다. 어제 안해와 통화하던 그 번호였다. 
홍교수는 그만 소태 씹은 심정이 되여버렸다. 긴긴 한밤중동안 가슴을 조이며 기다리고 기다렸던 전화가 말도 안되게 딱 목욕탕에 들어간 그 10분안에 울렸다니 도대체가 인간세상이란게 요지경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안해가 분명한 그 전화의 메세지는 구경 어떤것일가? 외박한 리유를 채근하는것일가? 아니면 딸애의 소식을 전하는것일가? 혹은 다른 어떤 중요한 소식을 알릴지도 모르잖은가?
그러나 홍교수는 콜백하지 않았다. 해보았자 우선 먼저 어제밤의 궁색한 행적을 하나하나 해석해야 하니까 피곤할 일이다. 당해도 집에 가서 당하자 그렇게 마음 먹고 택시를 잡아타고 소 채찍하듯 기사를 다그쳐 집으로 돌아왔다. 
초인종을 누르고 후줄끈해서 서있는데 문이 덜컥 열렸다. 빨려들듯 집으로 들어서던 홍교수는 문을 열어주고 미처 몸을 돌리지 못한 딸애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아빠~”
혜경이는 볼부은 소리였지만 홍교수는 뭐가 뭔지 갈피를 잡을수 없는 어리벙벙한 표정이 되였다. 
“엉? 넌 왜 집에 있어?”
“전 집에 있으면 안돼요?”
혜경이는 부딪친 얼굴을 손으로 누르며 억울한듯 종알거렸다. 
“글쎄 그게 아니고…어제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했잖아? 아침에 돌아온거야?”
“어제 안 나갔어요. 왠지 엄마랑 하루 더 자고싶어서 가지 않았어요.”
“아!”
홍교수는 금세 어지럼증을 느끼며 휘청거렸다. 안해와 딸애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쳐다보는것도 의식하지 못한채 홍교수는 비칠거리며 침실로 곧추 걸어들어갔다. 침대에 넘어지기 바쁘게 하늘땅이 빙빙 돌기 시작하면서 머리속에서 번개같은것이 쭉 흘러내렸다. 방불히 혼령이 어둡고 깊은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 느낌이였다. 홍교수는 끊어지는 그 혼줄을 붙잡으려고 버둥거렸으나 도무지 주체할수 없었다.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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