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张学奎文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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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장학규 소설

2020년 04월 25일 12시 59분  조회:542  추천:0  작성자: 장학규


단편소설


 


장학규

 

  오후 다섯시가 겨우 넘었지만 창밖은 벌써 어둠이 어둑어둑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홍교수는 쏘파에 무료하게 기대여 앉은채 리모콘을 들고 부지런히 채널을 돌렸다. 100여개 채널을 아무리 바꿔도 대체로 볼만한게 없었다. 조잡한 고대복장을 아무렇게나 차려입고 음모궤계에 열중하는 내용이 아니면 이 화평한 시대와 동떨어지게 아직도 총칼을 집어들고 충아싸야 하는 짓거리들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애들이 한창 밥상머리에 앉아있을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가미한답시고 공공연히 진한 배드신을 곁들이고 있었다.
(저런 걸 보고 애들이 뭘 배우겠어?!)
홍교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푼더분한 얼굴에 심한 짜증이 부글부글 괴여오르고 있었다.
교육자인 홍교수의 눈에는 요즘 젊은이들의 상태가 엉망 그 자체였다. 허영과 사치가 극에 달하고 서로 시샘하고 다투고 공격하는데 열중하는 모습이였다. 이대로 방치하면 하늘이 무너지진 않는다 손쳐도 사회가 크게 기울게 틀림없었다. 인성교육이 시급한데도 그 중임을 맡아야 할 매체들이 암투와 적개심과 색정을 부추기는데만 열중하니 구제불능이 아닐 수 없었다. 가끔 예능프로그램이 나오기는 했으나 외국걸 그대로 패러디한 흔적이 진하고 아니 나오는 생쇼를 억지로 꾸며서 눈쌀이 저절로 찌프려지기도 했다.
(대책이 없어 암튼. 너희들 클라스가 원래 저질스럽지.)
홍교수가 신경질스레 리모콘을 한옆으로 팽개치는데 침실쪽에서 안해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종래로 들어보지 못한 호칭에 간사한 목소리였다.
홍교수는 부시시 일어나 침실로 느릿느릿 걸어갔다. 마흔을 갓 넘긴 나이인데도 벌써부터 무기력하다. 아무런 격정과 감흥도 없다. 정말로 한때 심장이 두개인 듯 가슴이 널뛰였던 때가 있었을가 싶을 정도로 심드렁하다.
침실에서 안해는 화장대 거울을 마주하고 서있었다. 홍교수가 들어서는 기척을 느꼈는지 그녀가 몸을 탈며 돌아보았다. 순간 홍교수는 흠칠 놀라며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안해는 얼굴에 마사지팩을 하고 있었다. 눈, 코, 입만 뚫어지고 나머지 면상 전체가 새하얗게 덮힌 안해는 얼핏 해골 처럼 보였다. 가슴이 섬뜩했던 리유도 그때문이였다.
“현박…”
현박은 홍교수가 안해를 시까스를 때 자주 사용하는 용어이다. 현씨 성의 안해는 사회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 부부는 중학교때 부터 동창이였다. 대학도 같은 대학을 갔고 졸업 후에는 같은 직장에 배치되였다가 한국 류학을 1년 사이를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났었다. 홍교수가 한해 먼저 박사학위를 따내고 청도로 귀환하고 안해는 이듬해 박사공부를 마쳤다.
“아빠!”
안해는 아양 떨듯 한번 더 불러놓고 빤히 홍교수를 쳐다본다. 얼마전 한국에 학술 교류를 갔다오더니 갑작스레 변해버린 호칭이다. 전에는 홍교수가 “미애야” 하고 부르면 “희철아 왜?” 하고 텁텁하게 대꾸했었다. 그들 부부간에는 여보당신이란 부름 자체가 생략되여있었다. 가끔 홍교수가 장난기가 발동하여 “현박” 하고 부르면 안해는 바로 “홍교수” 하고 되받군 했었다.
“웬일이여?”
  “오늘 무슨 옷 입고 갈까?”
  그러고 보니 안해는 오늘따라 동네 할머니들 처럼 소매 없는 회색 내복에 자잘한 꽃무늬가 새겨진 검은색 몸뻬를 입고 있었다. 전에 없는 모습이였다. 집에서 일 할 때는 언제 봐도 반팔 흰색 적삼에 스커트를 받쳐입고 깨끗한 앞치마를 두르고 있던 안해였다.
“그것도 이번에 사온 건가?”
“뭐 말이예요? 몸뻬?”
  “응”
“오사모님도 자택내에서는 몸뻬를 입으시더라구요. 그렇게 기품있는 분이 친정엄마 처럼 친근한 느낌이였어요. 집에서 움직일 때는 캐주얼보다도 훨씬 편하고 분위기도 좋아보였구요. 돌아올 때 남대문시장을 거쳐 몇견지 골라왔어요.”
오사모님이란 안해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의 부인이다. 안해가 억수로 닮고 싶은 모델이다.
홍교수가 말없이 시무룩히 미소만 띤채 되돌아서는데 안해의 종알대는 목소리가 애교처럼 등뒤에 따라왔다.
“뭐 입으면 좋을가?”
“아무리나 입어. 정장이 좋더만은”
홍교수의 기억에 안해는 정장외에 다른 옷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그만큼 항상 반듯하고 점잖은 이미지의 안해였다.
어쩌면 이번 한국 행차가 안해에게 어떤 충격을 준게 틀림없었다. 성경, 코란, 불경과 동급의 성서를 펼쳐낼 것처럼 만사불구하고 학문에 얼굴을 틀어박고 살던 안해가 느닷없이 그 얼굴에 팩을 붙히기 시작한 것 부터 미스테리한 일이였다. 목소리가 말랑말랑해지고 호칭이 느끼하게 변한 것도 심상치는 않았다. 아빠가 뭐지? 오빠도 아니고 아빠가 뭐야 아빠가?
실은 옷차림에 크게 신경을 써야 할 자리도 별로 아니였다. 십년쯤 못본 고향친구와의 저녁 약속이였다. 새로운 이민도시 청도에서는 흔하디 흔한 일이였다.
태호와의 재회는 약간 희극적이였다. 서로 한 도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래왕없이 여직껏 지내왔었다.
보름전의 일이다. 퇴직을 앞둔 김학과장이 홍교수를 불렀었다.
“홍교수, 이번엔 홍교수가 수고 좀 해줘야겠어요. 모레 미래독서회란 단체에서 ‘민족교육과 우리의 출로’라는 테마로 토론회를 조직하는데 우리 학과 교수가 가서 주제강의를 해달라고 요청왔네. 나 몸이 많이 말째여 아무래도 홍교수가 모처럼 한번 다녀와야겠어요.”
당초 홍교수를 이 대학으로 불러들인 당사자인 학과장은 머리가 희끗해진 지금까지도 직접 호명을 하는 법이 없이 언제나 홍교수 홍교수 하고 불렀다. 
“아, 글쎄요.”
홍교수는 잠간이지만 머뭇거렸다. 사실 홍교수는 그런 장소에 다니는 것이 딱 질색이였다. 주머니에 돈푼깨나 챙겨넣고 하늘이 낮다고 으시대는 꼬락서니들을 도무지 보아줄 방법이 없었다. 홍교수는 교수라는 허울도 별로 사답잖게 보는 사람이였다. 그 껍데기를 벗으면 모두가 똑같게 생긴 인간임에도 괜스레 폼을 잡는 짓거리가 꽤나 우습기도 했다. 특히 모임장소에서 한 인물 뽐내고파 안달이 나서 퐁퐁 튀는 작자들은 그저 눈꼴이 실뿐이였다. 홍교수는 세상을 등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해왔었다. 학과장도 그 점을 잘 알기에 여직 홍교수를 사회활동에 내몬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아니였다. 퇴직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야 할 홍교수를 마냥 사회의 변두리에 방치해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울며 겨자 먹기로 나간 그 토론회에서 홍교수는 뜻하지 않게 소굽친구인 태호를 만나게 된 것이다. 오회장으로 불리는 태호는 그번 모임의 협찬인이였다. 굵직한 허우대에 값비싼 양장을 하고 붉은색 넥타이까지 맨 태호는 일견에도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희철이 맞구나. 난 홍희철 교수가 온다는 말을 듣고 간대로 정말 너일까 싶더라. 이게 몇년만이니? 정말 반갑다.”
먼저 와서 주석대에 점잖게 앉아있던 태호가 행사장에 들어서는 홍교수를 먼저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와 반갑게 손을 잡았다.
“어,.. 저…”
홍교수가 미처 반응을 못해 떠듬거리자 태호가 가볍게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왜 나를 몰라보겠어? 나 태호야. 뒤싸울의 오태호.”
“아…”
그제야 홍교수는 눈앞의 이 번들번들한 사나이가 어렸을 적 한동네서 같이 자란 소굽친구 오태호란 걸 알아냈다. 소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태호 덕분에 홍교수는 이젠 기억에도 아리까리한 고향마을의 이름을 용케 기억해냈다. 뒤싸울, 옳지. 어렸을 때 앞싸울, 뒤싸울 하면서 오갔었지.
“우리 10년전에도 만났었잖아. 너 한국서 금방 청도로 왔을 때 우리 달포쯤 같이 지냈었는데…”
물론 홍교수도 잊지 않았다. 아니, 여직껏 잊혀지지 않았었다. 마음 깊은 곳에 애써 깔아두고 그 기억이 되살아날가봐 어마지두 걱정하면서 근 10년을 살아왔었다. 정말이지 다시 더듬고 싶지 않는 아픈 상처였다.
그때 홍교수는 갓 한국에서 청도로 복귀했었다. 제자를 보기에 스승만한 눈은 없다고 대학시절의 은사였던 김학과장이 청도로 자리를 옮기면서 홍교수를 호출한 것이다. 한국어학과가 갓 설립되여 시동 중이라 대학에는 아무런 마련도 없었다. 김학과장은 학교에서 직접 영입한 인재이기에 여러모로 대우가 따라갔지만 홍교수는 숙소마저 없어 림시로 세집을 잡아야 했다. 처음으로 인간에게 타이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의식했을 무렵이였다. 학교에서는 길어서 반년은 세집살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안해 미애가 아직 일년 더 한국에서 박사공부를 해야 하기에 홍교수는 최대한 지출을 공제해야 하는 처지였다. 홍교수는 학교 부근에서 5평 남짓한 단칸방 하나를 세맡았다. 침대 하나를 들여다놓고 옷 트렁크에 책 보따리들을 갖다놓으니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실내에서의 활동은 침대우에서만 가능한 상황이였다. 그래도 홍교수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불편이 습관되면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누가 그랬던가. 문제를 문제로 삼지 않으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새로운 일터에서 한껏 재능을 펼쳐보리라 마음 다잡으니 이 정도의 어려움은 술자리 안주감도 되지 않는 일이였다.
홍교수가 유일하게 참기 힘든 일은 안해에 대한 그리움이였다. 하루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차가운 이불과 마주할 때면 마음은 어느덧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무너진다. 안해의 품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그들은 결혼한지 3년도 되지 않는 신혼부부였다. 중학교때 부터 찰떡 처럼 붙어다녔던 그들은 대학도 같은 대학을 선택했다. 직장에서도 매일 얼굴을 맞대다가 홍교수가 류학을 떠나니 안해는 견디지 못하고 일년만에 쫑그르르 한국까지 따라왔었다.
홍교수는 안해가 보고 싶을 때면 술로 달래군 했다. 청도는 그러기에 안성맞춤한 도시였다. 문만 열고 나서면 어디서든 청도맥주와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병사리로 담은 것이 있는가 하면 캔으로 봉한 것도 있었고 더우기 통에 부어놓고 내리 받아먹는 것도 있었다. 선술집에 가면 커다란 유리고뿌에 생맥주를 부어주기도 했고 어떤 가게에서는 주머니 옅은 나그네들을 위해 전문 비닐봉지에 생맥주를 떠서 팔기도 했다.
그날도 홍교수는 불면의 밤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밤중에 거리에 나섰다. 늦여름의 청도는 모질게도 더웠다. 자정을 치닫는 시간대인데도 골목에는 여기저기에 웃통을 벗어버린 남정네들이 맥주에 땅콩을 곁들이면서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원체 말썽을 싫어하는 홍교수는 얼근히 취해 왁짝 고아대는 주정군들을 피해 멀찌감치 사거리까지 씨엉씨엉 걸어갔다. 아무튼 잠이 오지 않는 날이다. 이렇게 밤새도록 걸어도 무방할 거 같은 기분이였다.
사거리를 건너 아무렇게나 자그마한 슈퍼에 들어가 봉지맥주를 사는데 주인인 듯한 사내가 자꾸 홍교수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것이였다. 혹시 얼굴에 무엇이 묻었나 싶어 손을 들어 낯을 훔치던 홍교수는 정면으로 가게 주인과 눈길을 마주쳤다.
(엉?)
두사람은 동시에 흠칫했다.
“혹시 희철이?”
“태호…?”
두 소굽친구가 이렇게 약속없이 고향에서 수천리 떨어진 청도에서 20여년만에 상봉한 것이다.
“여긴 어떻게 왔어?”
  “얼마전에 저 앞의 대학에 취직했어. 넌?”
“글쎄 유학까지 갔단 말은 얻어들었다. 이 가게 내가 하는 거야.”
“그렇구나.”
서로 상대의 집을 확인한 결과 홍교수의 세집이 훨씬 가까웠다. 두 친구는 한사람이 봉지맥주 두개씩 들고 세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안으로 들어서던 태호가 느닷없이 빈정대는 어투로 두덜대는 것이였다.
“이게 집이냐? 대학 선생이 이런 데서 산다는게 말이나 돼?”
“대학교 선생이면 사람이 다른가?”
“그건 아니구…”
  홍교수는 자기 집으로 가자며 우기는 태호를 겨우 침대에 눌러앉혔다. 가운데 신문지를 펼쳐놓고 볶은 락화생 한줌과 슈퍼에서 가져온 마른 안주를 벌려놓고 둘은 봉지맥주 네개를 밤새며 다 마셔버렸다.
“기막혀. 내 무식이 태산을 찔러도 이렇게는 안 산다. 이게 웬 꼬라지니? 자슥아.”
“글쎄 그런 사연이 있다구.”
“사연이구 뭐구 안되겠다. 내일 당장 우리집으로 가자. 방 세개짜리 아파트인데 어차피 비여있으니 같이 살자. 난 밥 할 줄 모르니 그것만 저절로 챙기면 돼.”
“제수는 어쩌구?”
  “말투 한번 고약하다. 형수지 어떻게 제수냐? 그나저나 내 마누리도 한국에 있어. 거기서 물건 해보내면 난 여기서 팔구 그런다구.”
이틑날 퇴근하기 바쁘게 태호가 차를 구해가지고 찾아왔다. 감동앞에서는 언어가 창백했다. 주인집에 한달치 집세를 더 주고 홍교수는 태호한테 공손히 끌려갔다.
태호는 가게일때문에 항상 한밤중에 귀가했다. 거기에 지역 사업가모임의 회장직을 맡고 있어서 이틀이 멀다하게 곤죽이 되여 돌아왔다.
“희철아, 저거들 다 깡패출신들이여. 델꼬 가서 같이 술 먹고 싶어도 홍박이랑 어울리기 어려워. 양해해.”
아침은 언제나 홍교수가 했다. 시장을 보고 와서 료리를 다 해놓아도 태호는 드렁드렁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어차피 사전 약속이 있었던 만큼 홍교수는 군말 없이 매일 열심히 아침상을 차려놓고 출근했다. 저녁에 돌아와 보면 밥상우의 밥과 채소는 폭격당한 듯 지저분하게 헤집어져 있었고 빈그릇들이 그대로 팽개쳐져 있었다.
(자식이, 내가 뭐 자기집 종넘인줄로 아네.)
홍교수는 투덜거리면서도 상을 치우고 그릇들을 가셨다.
한달쯤 지난 어느날이였다. 그날은 휴일날이였고 홍교수는 집에서 다음주 북경에서 열리는 전국학술포럼에 내놓을 론문을 집필하고 있는 중이였다. 오후 네시가 좀 넘어서 태호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희철아, 저녁에 친구 셋이 우리집에 술 마실러 가니 채소 좀 맛있는 걸로 서너가지 해놓아라.”
이번에는 장난기를 담은 “홍박”도 삭제된채 명령식으로 지시하고 있었다. 귀가 거슬리고 마음이 불쾌했지만 꾹 참고 시장에 달려가 새우와 바다물고기 그리고 여러가지 조개류를 한아름 사들고 와서 부지런히 씻고 데치고 삶고 볶고 지지면서 두시간 좋이 서둘러 한상 푸짐하게 차려놓았다. 미처 앞치마도 풀지 못하고 이마에 돋은 땀을 훔치고 있는데 태호를 선두로 시커먼 장정 셋이 줄레줄레 따라들어왔다.
“아, 벌써 다 해놓았군. 희철아, 인사해. 이분들 다 이 부근에서 괜찮게 나가는 친구들이야. 저긴 식품하는 김사장이구 이쪽은 악세사리하는 방총경리구 여기 이분은 전자회사 하고 있는 심회장이야. 여러분, 이 친구는 내 동창입니다. 자 얼른 앉으시지요.”
홍교수가 소개 받는대로 알은체 하고 있는데 상대방들은 배가 더 급한지 주섬주섬 상에 들어앉아 저가락을 집어들기 시작했다. 
술상은 세시간 넘어 끌어서 열시반에 끝났다. 그들은 서로 목청을 비기 듯 왕왕 소리치며 세상사를 주고 받으면서도 건너방에 그들을 위해 료리를 한 사람이 배를 곯으면서 책을 보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2차로 노래방에 간다면서 우르르 쓸어나간 다음에야 침실문을 열고 나온 홍교수는 술과 물과 담배꽁초로 범벅이 된 밥상을 보고 억이 막혀 한동안 입을 하 벌렸다. 배가 무지 고팠지만 식욕이 동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세상에 이런 경우도 있냐 싶었지만 정말로 먹고 싶은 마음이 꼬물도 나지 않았다.
새벽 한시쯤 되였을가. 홍교수가 어슴푸레 잠이 들고 있는데 태호로 부터 또 한번 전화가 왔다. 친구들이 배가 고프단다. 밥을 하고 채소들을 덥혀 놓으란다.
홍교수는 대꾸없이 전화를 끊었다. 먼저 상에 쓰레기들을 깨끗이 거두었다. 태호 요구대로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친 후 료리를 덥혀서 솥에 그대로 두었다. 집안을 둘러보니 너무 지저분한 거 같지는 않았다. 홍교수는 트렁크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그날 태호는 홍교수를 다시 찾지 않았다.
이틑날 점심 무렵에 태호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나 홍교수는 받지 않았다. 한참 후 문자가 날아왔다. 어디 있냐고 물었다. 다시는 낯짝 보지 말자 그렇게 답복하려다가 점잖게 학교에서 강의 중이라고 대답했다.
사흘날에도 전화벨이 울렸으나 홍교수는 조금도 주저없이 끊어버렸다. 그리고 나흘째 되는 날에는 전화번호를 바꾸어버렸다. 그리고 그 후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않았다.
아무튼 홍교수는 독서회 강의를 어떻게 했는지 모른다. 행사가 끝난 후 태호가 별도로 술 한잔 하자고 끌었던 거 같다. 그 우직한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대목도 어슴푸레하다.
“안해가 한국에 학술대회 참가하러 갔다가 오늘 돌아와. 마중 나가야 해.”
아마 그렇게 둘러댔을 것이다. 태호가 한사코 전화번호를 물어서 마지못해 대주고 도망치 듯 쫓기 듯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왔을 때 홍교수는 거의 탈진한 상태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솔직히 별로 흥분할 일도 아니였다. 그들은 원래 결이 다른 사람이였다. 자신은 교수고 태호는 기업가이다. 노는 물부터 달랐다. 그들이 같이 어울리자고 끌어도 홍교수는 뽕 맞은 것처럼 동네 미쳐돌아가는 짓거리는 절대 못하는 타입이다. 그러면서 왜 삐졌던가 싶다. 교수라는 껍데기 한벌 걸치니 허영심이 배꼽까지 꽉 들어차서 괜한 일에도 자존심이 쉽게 스크레치 난 모양이였다.
예상대로 이틑날 태호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저녁에 부부 동반으로 식사하자는 요청이였다.
“며칠 후 보자구. 안해가 며칠 출장갔다 오더니 몸살이 심해.”
십년 묵은 체증이 하루밤 사이에 풀렸는지 홍교수는 저도모르게 너스레를 떨었다. 스스로도 약간 어이가 털렸지만 별로 부자연스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제 태호가 정말로 또 전화를 걸어왔다. 다시 핑계 대면 혼날 줄 알라면서 위협 아닌 위협까지 가했다. 강아지도 되게 당한 골목에는 가지 않는다는데 하면서도 홍교수는 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안해는 약속시간이 아득바득 다가올 쯤에야 방에서 나왔다. 흰색의 목폴라티에 롱스커트를 받쳐입고 유백색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나오면서도 저절로 서먹서먹했는지 내려다보고 뒤돌아보고를 거듭했다.
어색하기는 홍교수도 마찬가지였다. 여직껏 반듯한 정장 차림새의 안해만 봐왔던 홍교수는 눈앞이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이였다. 안해가 저 정도로 예뻤던지 의심이 들 지경이였다. 오늘 하루 안해는 기품있는 대학 부교수로 부터 시골아줌마로 갔다가 다시 시체 녀인으로 화려하게 부상한 것이다. 이번에 오사모님한테 단단히 세뇌당한 거라고 홍교수는 생각했다. 안해는 무슨 일에나 올인하는 성격이였다. 한번 어떤 사유모식이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고 지궂게 한곬으로만 흘러가는 타입이였다.
홍교수 부부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태호는 로비 쏘파에 몸을 파묻고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테이블 우의 담배재떨에는 담배 꽁초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다가서는 홍교수를 째리듯 노려보는 듯 싶더니 인차 얼굴에서 분노를 몰아내고 웃음을 게발랐다.
“난 홍교수가 아니 오는 줄로 알았어.”
“그럴리가…”
홍교수는 태호가 내미는 손을 잡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현박, 이 분이 내가 말하던 소시적 친구요. 인사해요.”
다시 태호를 향해 안해를 소개했다.
“우리 안사람이여. 현씨구 지금 부교수 직함을 가지고 있어.”
“아, 형수님, 반갑습니다.”
태호가 정색해서 허리까지 굽히면서 인사했다. 문뜩 10년 전의 일이 다시 환영마냥 떠올랐다. 자기가 형이라며 바락바락 우기던 태호가 아니였던가.
식당은 호텔 2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태호의 안내를 받으며 룸으로 들어서던 안해가 주춤하고 멈춰섰다. 그와 동시에 룸에 진한 화장을 하고 앉아있던 웬 요염한 녀인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를 질러댔다.
“아니, 현선생님 아니세요? “
“혹시 지…지…”
“현선생님 맞네요. 네, 제가 해순이예요. 지해순.”
두 녀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새된 소리를 지르며 퐁퐁 뛰기 시작했다. 작지 않은 룸이 두 녀자로 인해 꽉 찬 느낌이였다. 홍교수는 어안이 벙벙하여 눈이 데꾼해진 채 두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고 태호는 언녕 이런 장면에 익숙하다는 듯 슬슬 자리를 찾아 앉아서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여보, 이 현선생님 덕분에 내 살아났어요. 우리 오늘이 있는 것도 현선생님 덕분이구요.”
“엉? 뭔소리여?”
태호는 난처한 듯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고 이마살을 찡그리며 낮다랗게 중얼거렸다.
“내 맨날 외웠잖아요. 한국서 일자리 떼우고 주머니가 바닥이 났을 때 마침 현선생님을 만나서 오사모님댁에 가정부로 들어갔다구요. 바로 그 은인이예요. 그 바람에 우리 가게가 살아남은 거지요.”
그 사실은 홍교수도 안해한테서 들어 아는 소리였다.
홍교수가 귀국하고 안해는 남아서 박사공부를 계속하던 어느 날이였다. 그날 따라 안해는 생리중이여서 심한 복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려서 부터 조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고질로 남겨진 병이였다. 지도교수에게 말미를 맡고 동네 병원으로 가던 안해는 병원 문어구에서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웬 녀인과 조우했다. 지금 처럼 늦가을이 다가오는 계절인데도 녀인은 홑옷을 입은 채로 오돌오돌 떨면서 담옆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눈길을 잠간 주고 받고 의사한테서 약을 받아 나오는데 아까 녀인이 그 자리에 퍼더버리고 주저앉아있었다. 얼굴에는 진땀이 배여 있었다. 타향에서 온 사람이 분명했다.
“여보세요. 혹시 도움이 필요한 거 아니예요?”
“네에…”
녀인은 낮다랗게 대꾸하고 얼굴을 깊숙히 파묻었다.
“무슨 일이세요?”
  “저 지금 하루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어요. 라면 하나 사주실 수 없겠어요?”
안해는 두말없이 녀인의 손을 끌고 슈퍼에 찾아들어갔다.
알고보니 녀인은 중국에서 온 조선족으로 이름은 지해순이라고 불렀다. 한국에 나온지 1년이 좀 넘는데 하루도 놀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원래 시골에서 자란 터라 육체적인 고생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시도때도 없이 욕설을 퍼붓고 쩍하면 노임을 잘라먹는 행태에는 견뎌내기 어려웠다. 그래도 매일같이 악으로 버티며 한잎두잎 모아서 국내에 있는 남편에게 부쳐보내군 했다. 남편을 그 돈으로 자그마한 슈퍼를 시작했다고 알려왔다. 점차 규모를 늘려가면서 자금도 더 들어갈 무렵 해순이한테 뜻하지 않은 일이 들이닥쳤다.
그날 오후도 해순이가 함바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문이 열리며 오야지가 어슬렁어슬렁 들어섰다. 평소에 틈만 나지면 집적거리던 오야지인지라 해순이는 바짝 긴장했다. 아닌게 아니라 오야지는 히물히물 다가서며 해순이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해순이가 몸을 탈면서 한쪽으로 벗어나자 여직껏 한번도 목적을 달성 못한 오야지는 악이 받치는지 와락 달려들면서 독수리가 병아리 채듯 그녀를 덥썩 안아들고 그녀의 숙소로 마련된 안쪽 방으로 씩씩거리며 걸어갔다. 코에서는 역한 참이슬 냄새가 풍겨나왔다.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요.”
해순이가 발버둥치며 고아대는 소리가 현장에서 메아리쳤다. 급해난 오야지는 해순이를 그대로 바닥에 동댕이치고 꼬리빳빳이 도망쳤다.
“너 어디 두고 보자.”
아닌게 아니라 며칠 후 함바집에는 해사하게 생긴 중년녀인이 찾아왔다. 오야지는 그 녀인이 새로온 식모라면서 인수인계를 마치고 당장 떠나라고 호령했다. 물론 이런 저런 핑계를 만들어 원래 많지 않던 노임을 반나마 잘라버렸다. 불법 취업 중이였던 해순이는 억울하고 분했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신분때문에 다시 취직이 되지 않았어요.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가게는 망하고 지금껏 헛수고한 셈이 돼요. 도와주세요. 무슨 일이라도 되니 주선만 해주시면 열심히 일할게요.”
안해도 조선족이란 것을 알게 된 해순이는 손을 비비면서 애원했다. 원래 마음이 약한 안해는 머리가 뜨거워져 그 길로 해순이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왔고 이틑날에 곧바로 지도교수님 댁 가정부로 소개했다. 오사모님이 언제부터 참한 가정부를 찾아달라고 부탁해온 터였다.
“너 같은 애면 딱 좋겠어.”
오사모님은 직방 대고 말하지는 않았으나 안해더러 도와달라는 말이 분명했다.
안해도 그 일자리가 무척 욕심났다. 금방 귀국한 남편은 아직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자신도 일년 더 공부해야 하니 아르바이트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그러나 얼굴이 가려워 차마 자신이 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금전 유혹에 빠진 사람 처럼 보이는 것도 그렇고 박사 공부한다는 사람이 가정부 일을 한다는 것도 얼굴이 깎이는 일이라 생각되였다. 마침 그때 해순이가 오게 된 것이다.
“소개해주고 얼마나 후회되던지. 얼굴에 철판 한번 깔면 모든 어려움이 일소되는데 왜 그리 간단한 일도 못했는지…”
안해가 두고두고 외워서 홍교수는 마치도 자신이 겪은 것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해후를 한 두 녀인은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끝도 없이 재잘거렸다. 해순이 입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던 안해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새 “언니”가 되여있었다.
홍교수는 태호를 슬그머니 건너다보았다. 술 먹어서인지 얼굴이 붉그스레해진 태호는 인플레이션이 심하던 입을 술을 붓는데만 사용하고 있었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잠자코 홍교수가 술 들자면 들고 담배 피자면 피우고 따라 할 뿐이였다.
홍교수는 태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태호는 홍교수에게 죄책감도 가졌을 법 했다. 홍교수가 따분한 분위기를 깨려고 학과에서 “우리말축제”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태호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즉시로 자기가 협찬하겠노라고 나섰다. 절대 거절해서는 안된다고 못박기도 했다. 그간 대학공부를 하지 못한 알레르기가 심해서 괜히 호기를 더러 뽑으면서 살았다면서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술김이긴 했지만 진심이 전달되여 왔다. 간만에 두 친구는 밤이 깊어가도록 술을 주고 받았다.
상을 파하고 집에 돌아온 안해는 어렵게 준비해 차려입고 나갔던 옷들을 와락와락 벗어서 그대로 침대밑에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다시 몸뻬를 찾아 주섬주섬 입었다. 헐렁해준 몸을 흔들면서 기분이 나는지 과장된 제스처로 거실을 한바퀴 돌기도 했다.
“편해, 편해, 정말 편해. 이렇게 홀가뿐하고 편한 걸 놔두고 왜 그렇게 조이면서 살아야 했지?”
홍교수는 그러는 안해를 보면서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어쩌면 자신도 그렇게 조이면서, 참으면서, 절제하면서 살아왔던게 틀림없다. 풀고 헤치고 벗으니 한결 가벼운 걸 가지고 괜스레 너무 오래 억지춘향노릇을 한 거 같았다.
홍교수는 래일 학과장에게 “우리말축제” 협찬금 소식을 전할 일로 안해보다 훨씬 더 흥분되여 있었다.


                                         <도라지> 2020년 제1호

 

창작수기

탈은 있으면 빛나고 없으면 편하다

장학규


인간은 사탄의 유혹을 못이겨 금단의 선악과를 먹으면서 락원에서 추방되였다. 알몸의 부끄러움을 알아 루추한 부위를 가린 것을 탈을 쓰기 시작한 기원이라면 인간은 그때로 부터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감추고 가리고 덧칠하고 분장하느라고 억수로 악을 쓰며 살아온 셈이다.
따져보면 “탈”의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의복이 먼저 탈이였다. 모름지기 표정도, 신분도, 직무도 아무튼 인간의 몸뚱이 이외의 모든 것이 탈인 게 분명하다.
동물과 구별되는 인류의 력사는 어쩌면 부지런히 “탈”을 만들어 자신과 점점 멀어지는 과정이였는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스스로를 더 잘 다듬고 더 멋지게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칭할지도 알바 없다. 아무튼 그래서 문명이란 허울을 만들어 쓰게 되였고 계급이나 신분이나 또는 규범들이 생겨나서 서로를 나누고 대립시켰던 것이 아닌가 싶다.
부지런한 사람이 부를 챙기고 덕이 있는 군자가 존경받고 힘있는 용사가 권리를 행사하고 총명한 사람이 지식을 가지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인류는 바로 이런 지성과 엔리트들에 이끌려 진화해왔고 구원의 긴 터널을 달리고 있다. 그들의 머리에 두른 광환의 “탈”은 빛날 수밖에 없고 또 천추만대로 이어가며 빛나야 하는 “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끔이지만 “탈”도 나름대로가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녀인들이 예쁘게 보이려고 값진 옷차림을 하거나 진한 화장을 하는 것은 출발점이 갸릇해서 즐겁기만 하다. 금전이나 리익을 위해 권세앞에서 간사함을 표현하는 행위도 어쩌면 먹고 살아야 하는 인간의 본능 발로라 량해가 닿을 듯도 싶다. 꼭은 아니여도 남을 해치려는 고의가 없다면 거짓도 품어줄만 하고 상대와 필요에 따라 부동한 역할을 배역하는 것도 눈감아 줄 수 있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데 “탈”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탈”들이 우리 사회를 더 다양하고 다채롭고 더 빛나게 장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로 되는 것은 그저 “탈”일뿐인데 그것을 고유 특권으로 착각하는 의식이다. 특히 스스로가 뒤집어쓴 “탈”이 아닌 경우는 더욱 그렇다. 스스로 찾아 쓴 것은 누구나 그것이 “탈”이고 또 어쩔 수 없이 썼다는 것을 잠의식에서도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이 씌워준 “탈”은 그것이 “탈”인줄을 잘 모를 때가 없지 않다. 어떤 시점에, 어느 라인에 어정쩡하게 나타났다가 느닷없이 선택되여 “탈”을 뒤집어 쓴 채 그것이 혹시 하느님의 실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야비하게 주변을 짓밟고 다니는 인간들은 꼭 한마디 해주고 싶은 존재들이다.
너에게 “탈”이 용케 차려졌더라도 그것은 휘두르는 무기가 될 수 없으며 더욱이 너의 추악함을 덜어주는 면죄부일 수는 없다.
“탈”은 남의 시각에서 빛나고 스스로는 벗을 때가 더 편하다.
아마도 나는 그래서 인간이 구원되여 복락원하는 그날을 기다릴 것 같지 못하다. 내가 못에 먼저 박혀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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