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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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곤혹
2012년 01월 12일 11시 11분  조회:2005  추천:6  작성자: 최화길
수필

중년의곤혹
 

    한여름의 무더위가 청소한듯 깨끗이 사라진 싸늘한 마가을이다. 온통 푸름으로 장식했던 산과들이 차렷자세로 기립하고 무거운 생각에 잠긴듯. 바람도 더는 얼굴을 쓰다듬어주던 그런 후더움이 아니고 어딘가 쌀쌀함으로 다가선다. 꼭마치 따뜻한 보금자리를 빼앗긴서운한 기분을 주는 가을이다.  하기야 계절의 바뀜을  누가 막을수 있으랴만 가을이 깊어가면서 이런 느낌이 점점 더 깊어간다. 울긋불긋 산과 들을 곱게 단장하던 단풍의 계절도 지나고 열매의 향기도 사라진 마가을의 들녘에 서면 그냥 서리발 반짝이는 사색이 앞선다. 여름의 들끓던 희열은 옛말처럼 아득히 멀어지고 삭정이와 흑먼지를 일구는 시끄러운 바람이 마음대로 불어치는 스산한 풍경이다. 가을은 호함진 열매를 선사하는 희열을 동반한다지만  그냥 희열만이 아니다.  희열을 마주한 색다른 의미를 뚜렷이 세워주는 계절이다.
     온하루가 단조로운 선률이다.  근삼십년을 하루같이 지켜선 교단에  서는 일이다보니 사무실에 앉으면 학생과 더불어 교재 그리고교수법에 신경을 쓰는 일, 가끔 사무실내의 동료들끼리 오가는 한담에서 폭소가 터지는 경우도 있긴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찰나나 순간에 그치고,   별로 새로운 소식이 없는가하면 별로 반겨맞게되거나 반겨맞아야 할 충동이나 흥분이 갈앉은 느낌이 자신도 별로좋아하지 않건만 한자리를 틀고 앉아 비켜주지 않는다.  사실 막 들뜨고싶은 심정이 사라진것은 아닌데 그렇게 막 들떠지지를 않는다. 참! “내 나이 먹어보면 알수있을거다” 하던 옛날 웃어른들의 말이 새삼스러운 오늘이다. 사람도 계절처럼 단계가 주어졌는가? 이슥한나이는 보는 사람을 속일수없을뿐만 아니라 버둥거리는 자신도 속일수 없는듯하다.  그냥 나이타령만은 아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문지도리는 좀 먹지 않는다”는  근면을 칭송한 우리말 속담이다. 사람이 근하면 근한만큼 원색을 보존한다는뜻이 다분한 제시인데 사실 말이지 이는 어디까지나 속담이 지적하고싶은 어떤 지향적인 뜻이 아닌가싶다.  세월의 기록으로 주어지는우리의 나이는 오직 근면으로 앞당기거나 뒤로 미룬다함은 어딘가 론거가 부족한 론증이 아닐가? 혹시 특수한 경우를 들고나온다면잠간 수긍이될는지는 몰라도 대다수를 아우르는 일반적인경우와는 빈틈을 많이 보이는 근거이다
    호기심이라는 끈이 어디를 갔는지 아득하다.  어떤 일에도 호기심이 앞에 세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수도 있다는 느슨한 리유를세워주기도 한다. 세상살다보면 그럴수도 있겠지! 그러고보면 모든 일이 순리인듯 그저 그렇다는 수용으로 넘어가기가 일쑤이다. 원하는바는 아니지만 허다한 일들이 집념을 불러오기전에 벌써 흐르는 물이 되고만다.
    때론 자신을 추스르기도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나 한단계의 집착으로 그치고마는 경우가 다반이다. 결과에다 주해를 달아주는가하면 과정을 통채로 알아주며 그럴수도 있다거나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는 두가지를 다 수용하는 이중자세이다. 어찌보면 모든 일에 가장할말이 많은듯하지만 또 가장 할말이 없다함도 배제할수 없다. 존재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의 관성일수도 자신에 대한 과대한 확신일수도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객관현실에 대한 확실한 진단은 아니다.
    세상리치대로라면 틀리는것과 맞는것을 한줄에 세울수는  없는것이다.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여야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것은 존재가치를 상실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기때문이다.
    사실 한인간의 고뇌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정시하지 못하는데서 이루어진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회피  바로 그것이다.  중년이 완연한데 중년임을 부정하는 심리에 대한 배반이나 부정이다. 몸의 어느 부위인가도 가까운  어제와는 달리 령활하지 못할뿐만 아니라지긋지긋해난다. 내 몸이건만 내 몸답지 않게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
     련습이 없는 자신의 인생, 이 나이를 먹었으면 이러려니 해야하는 순리가 잘 먹혀들지를 않는다. 마음과 몸이 두쪽으로갈라지는듯한 느낌으로 하여 자아갈등이 치렬하다. 이런 갈등은 찰거마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질념이 없다. 자신을 확인하기란 이렇게 어려운것인가? 하며 자문해도 그냥 확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밖은 마가을의 맵짠 바람이 불고있다. 문득 이것이 바로 이 계절이 나한테 선사한 둘도없는 선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살갗을 어루쓸던 봄바람도 아니요 따뜻한 손길같은 여름의 미풍도 아니니 많이 괘씸하고 허전해야 하지만  쌀쌀함과 매서움만을 기발처럼 치켜든  가을바람에정신이 펄쩍 들기때문이다. 뺨이라도 한대 얻어맞은 얼얼함을 주는 가을바람에 정신이 펄쩍 들었기때문이다. 거의 낭떠리지에 이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알몸이 된 나무를 쳐다보며 새라새록 일어서는 생각을 금할수 없다. 때가 되면 버릴건 버려야 한다는 리념을 세워본다 하긴 버리지않으려 해도그건 어디까지나 욕심이지 그러안고 버틸수 없는것 또한 순리가 아니랴?! 이순간 내 마음을 사로잡은 시 한수가 떠오른다. 다시는 묻지 말자//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수 없는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 돌아보는 법이 없다/고개를 꺾고 뒤 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새로 펼쳐질 하얀 지평선에 새로운 발자국을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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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2 ]

2   작성자 : 소나무
날자:2012-01-13 13:46:34
김선생님이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새해가 되세요.
1   작성자 : 별천지
날자:2012-01-12 15:42:38
오늘 또 좋은 글을 읽는군. 건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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