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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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그 아픈 속살
2017년 02월 25일 13시 36분  조회:669  추천:0  작성자: 최화길
고독, 아픈 속살
 

 
  행주치마를 둘러야 한다. 채소를 볶아야 한다. 맛이 있으나 없으나 군소 리조차 할수 없다. 식후에는 그릇을 가셔야 한다. 둬봤자 누구 가셔줄이가 없다. 그리고 오늘은 이것이 먹고싶어 상에 올렸건만 통 맛이 나지 않는다. 음식은 혼자 먹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깊어진다. 그래도 먹기는 먹어야 하 는 매 한끼가 지겹게 느껴진다. 전에 없었던 새로운 감수가 이 근년에 새 로 머리를 빳빳이 쳐든 나의 일상이다. 안해를 “잃은” 자취생활이란 정말 슴슴하다. 슴슴하다 못해 느끼하다.
방학이 되면 거의 빠짐없이 한국행이 주어지지만 반년을 아우르는 한학 기라는 긴 시간을 혼자 지내는 고역을 이미 5년을 겪어오고있다. 그만큼 고독은 피할래야 피할수 없는 “인간수업”이 된 오늘이다. 왜 이렇게 사느 냐고 물으면 할 말이 궁금하다. 물론 아주 간단하다. 안해가 집을 떠나서 이다. 헌데 왜 집을 떠나게 했는가를 물으면 역시 확실한 대답이 어렵다. 리유를 찾으면 구구하지만 그것이 또한 리유 아닌 리유인것으로 생각되여 아예 입을 다무는편이 더 편하다는 생각이다. 안해가 한국으로 간후부터 시작된 독신생활에 신물이 나는 나날들을 겪으면서 나는 오직 숙명처럼 고 독을 씹고있다.
  일찍 지난 세기 8-9십년대에 주어진 한국행은 오늘까지도 그 기세가 누 그러들줄 모른다. 아직까지는 누그러들수도 없다는 현실이다. 밀물처럼 들 이닥친 조류를 어느 한사람의 힘으로는 거역이 어려운 법이다. 사실이 증 명하다싶이 나에게는 한국으로 떠나는 안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은 것도 사실이였다. 중국에서는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사람이고 또 한국에 서 버는 돈만큼 벌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가 하는 물음에는 대답을 줄수 없 었기 때문이다. 그놈의 돈이 무엇인지?
  내가 몸을 담고있는 학교에는 쌍직공이 몇쌍 있는데 때론 그들 부부동 반 출근이 부럽다. 적어도 그들은 이런 생리별을 모르고 산다는데서이다.  한국행 모두를 아우를수는 없지만 생리별도 서슴치 않는데는 어쩜 돈의 유 혹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집을 떠난 안해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선은 내가 적합한 일자리를 알선해주지 못한것이고 또 나 자신 의 엷은 수입으론 날따라 높아가는 물질생활에 만족을 주지 못한것이니 이 모두는 되려 나의 무능을 증명하는 재료나 별다름이 아니다. 그러니 나를 멀리 떠난 안해에겐 리별을 참아가며 이악스레 돈을 벌고있다는 좋은 평판 이 차례지고 가정을 위해 자식들의 앞날을 위해라는 슬로건으로 만사람이 입을 모으지만 남편은 그냥 그렇게 살아 마땅한듯 별로 아껴서 말하는 사 람조차 없는 오늘이다. 그래도 할말이 없는 남편들이 아닌가? 찍소리 한번 크게 못하고 그냥 숙명처럼 고독을 썰고있는 남편들이다.
  세탁기가 윙윙 소리치며 돌아간다. 믹서기가 누가 쫓기라도 하듯 드륵 드르륵 달음박질이 한창이다. 흡진기가 씩씩 숨을 몰아쉬며 방안을 핥는다. 텔레비의 채널이 대중없이 바뀐다. 록음기가 꽝꽝 집안을 흔든다. 집에 있 는 모든 가전제품들이 총동원하여 방안의 적막과 싸우고있다. 아니 방안 의 적막과 승부를 가리려는듯 맞붙어 칼부림 한다.
  집이라고 들어와도 왔다는 말 한디 없고 나가도 나간다는 소리 누구에게 할수 없는 집은 그냥 려관이나 다를바가 아니다. 집이라는 의미가 새삼스 러운 순간이기도 했다. 때론 어이없어 문을 열었다 닫아버리고 식당으로 곧장 발걸음을 옮기기도 하였다. 그런 날은 애매한 술이 밤새 나의 동무가 되여 나의 쓰거운 하소연을 들으며 날을 밝히기도 하였다.
  물론 이는 이미 지나간 어제에 대한 회억의 한토막이다. 또한 고독은 이 것뿐이 아니임도 부언하지만 이렇게 나날을 엉망으로 보내는것이 아니라 는것도 그렇게 보낸 나날들이 알려주기도 하였다. 사람은 굽은 길을 걸어 봐야 굽었다는것을 확실하게 깨닫는 얄궂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고독은 고독을 벗어나려고 발광할수록 더욱 세찬 불길인것도 그때 함께 깨닫았다. 그리고 고독은 일종 인생을 차분히 점검하고 인생을 랭철하게 반성하는 촉 매라는것도 체감했다.
  “피할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줄느런히 이어질 고독을 고독자체 에 빠져 허우적일수는 없었다. 고독한 시간을 즐기는 시간으로 바꾸었다. 독서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모든것을 가신듯 잊고 책에 빠지면 그 비여있 던 무미한 시간들에 새파란 생기가 주입되였다. 머리는 맑아지고 마음은 가벼웠으며 산다는 존재가 만져지였다. 내용물이 없는 화는 갈앉고 스트레 스 또한 꼬리를 감추었다. 아니 스트레스가 생기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 이 계획한대로 거침없이 달릴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주어져 호황을 누린 다는 생각이였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원래 요렇게 요사한건지? 전에는 신 경을 자극하던 사소한 잡념들이 되려 좋은 기회가 되고 좋은 환경으로 바 뀌였다. 알게 모르게 독서 목록이 늘어나고 사색의 즐거움이 깃을 펴며 일상이 더는 마른 강대가 아니였다. 록음이 우거지고 바람에 실실이 춤추 는 강변의 수양버들인양 하느작이였다.
  쉴새없이 해도 해도 끝없이 할일이 있다는 행복을 만끽하고있다. 사람 은 할일이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간단한 삶의지침을 고독은 너무 알기 쉽 게 가르쳐주고있다. 이제는 되려 고독이 날 떠날가봐 무섭기도 하다. 고독 은 장명등이 되여 내 생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래일까지 비춰줄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그리고 고독은 내 몫이라고 세상 마주하고 아무런 부끄럼없 이 떳떳이 웨치고싶다. 고독을 위한 고독은 없지만 고독도 씹으면 씹을수 록 고소한 맛이 있다는 체험만은 공유하고싶다.
  봄을 기다려 선 저 겨울나무를 보면서 남자는 남자만의 아픔을 새길줄 알아야 한다는 메세시가 찡하니 내 가슴에 꽂혀왔다. 남자는 남자가 감당 해야 할 늘찬 고개길이 따로 있다. 남자는 취약한 면이 있지만 겨울나무 처럼 속은 파랗다.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싶게 파란잎을 피우며 봄을 마중 하는 저 강변의 수양버들처럼 말보다 행동을 앞세우는 조용한 지혜도 한 가슴에 넘친다. 오직 묵묵히 때를 기다리는 나무의 침묵은 결코 나약함의 대명사가 아닐것이다.
  고독, 잠시 혼자사는 나에게 차례진 뜻밖의 선물이지만 그 고독이 가져 다준 선물을 세상에 내놓아 해볕을 보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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