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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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매가 그립습니다
2012년 01월 17일 17시 33분  조회:2073  추천:3  작성자: 최화길

아픈 매가 그립습니다
 
 

   첫살에 부모를 잃은 불우한 나에게 다행이였다면 고모가 있은것입니다. 그만큼 고모는 나에게 있어서 엄마를 초월하는 존재입니다.
세월을 거슬러 추억의 쪽배를 젓노라면 아직도 생생하고 감동적인 기억들이 그냥 화폭마냥 눈앞에 선합니다. 그런 감동을 내혼자 묵새긴다는건  너무나 잔혹한 형벌이 아닌가싶어 이 글을 씁니다.
나를 낳고 한시간후에 이세상을 떠나셨다는 어머니, 그 어머니의 뒤를 이어 한달사이에 아버지도 뒤따라가셨다니 나는 아마 운명적으로 불행한가 봅니다. 하긴 아들며느리를 앞세운 우리할머니도 불행하긴 마찬가지였을것입니다. 할머니는 그때 이미 정신을 잃어버린상황이였을것입니다. 오죽했으면 금방 태여난 나를 쪽구석에 처박아둔채로 어머니의 장례를 치렀겠습니까.  어머니의 장례를 다치르고나니 하루가 썩 지난뒤였다고 합니다. 죽은 사람은 죽었지만 사람을 어떻게 한구석에 처박아둘수 있는가하며 고모가 포대기에 싸인나를 헤쳤다는데 그때까지 나의 숨이 붙어있더라는것이였습니다. 내 생명은 바로 고모손에서 시작되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입니다.
첫살에 부모 모두를 잃은 고아, 나는 철저한 고아였습니다. 할머니 손끝에서 자라게 된 나는 어렸을적에 집안의 황제였답니다. 할머니는 더 말할나위도없이 내말이면 어명으로 받아들였답니다.  그러기에 나는 그때 범무서운줄 모르는 아이였답니다. 별로 어려운 식구가없는 우리집이고 보니 동네할머님네들이 우리집에 많이 마실을 왔는데 그 할머님네들 모두가 나를 한결같이 불쌍히 여겨 무엇이든 좀색다른것이 있으면 꼭 감추었다는 나를 가져다주군하였다고 합니다. 그런것을 나는 또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이군하였답니다.  지금 시체말로 하면 아마 좀 싸가지없는 언행을 서슴치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래도 우리 할머님은 그냥 어려서 그렇거니하거나 크면 제절로 셈이들겠지로 미루며 매 한대 올려붙이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이런 정경이 고모눈에 띄이면그 당장에서 나는 벌을 받아야했답니다. 그벌이란 다름이 아니라 아픈 매였지요. 그때 내눈에 제일 무서운 존재는 할머님이 아니라 바로 고모였습니다.  고모는 나의 부정행위나 례의에 어긋나는 언행에 인정사정을 두지 않았으며 당장에서 실시하였습니다. 물론 내몸에 매가 떨어지면 머니가 두둔해나서서 나를 감싸주며 되려 고모를 욕했으며 지어는 시집으로 가라고 내쫒기까지 하였답니다.
철부지 나때문에 그렇게 집으로 쫒겨가기도한 고모였으나 밤이 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싶게 또 우리집에 찾아오군하였습니다. 집안의 황제인 내가 고모를 보기싫다고 가라고 떼질쓰면 고모는 언제나 환한 얼굴로 나를 품에다 꼭 껴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귀속말로나를 달래였는데 그러면 내마음의 고드름은 어느새 사르르 녹아버렸으며 언제 고모한테 맞았냐싶게 고모의 품을 파고들었습니다. 그품은 그렇게 따스하였으며 그품은 나의 넋을 앗아가기에 족했습니다.
할머님손에서 내하고싶은대로 자란 나에게는 무슨 일이나 내마음대로하는 나쁜 버릇이있었습니다. 그런 내마음대로가 물론 할머님한테는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알려지였으나 고모만은 절대 허락을 하지않았습니다.
   내가 소학교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우리 부락에서 학교까지가 한 3리가량 떨어져있었는데 그때 우리는 교실이 모자라는 상황이여서 오전 오후로 교차수업을 하였습니다. 말하자면 2 학년에서 오전 수업을 하면 3학년은 오후수업을 하게되였습니다. 우리마을에서 학교로 갈려면 꼭 작은 강을 건너야 하였는데 문제는 바로 그 작은강이였습니다. 그날도 나는 집에서 학교로 간다고 나와놓고선 그강에서 놀다보니 그만 수업시간을 어기게 되였는습니다. 시간을 이미 어기게 되였으니 학교에 가도 욕보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에라어긴바하곤 아예학교로 안간다고 단정하고 그냥 제놀음에 빠져 날이 어둑해서야 학교에서 돌아온양으로 스물떼리고 집에 돌아갔습니다. 물론 할머니는 그런 낌새도 모르고 이왕과마찬가지로 나에게 밥상을 차례주었으며 항상 그러하듯 내 머리를 쓸어주셨습니다. 바로이때 우리집문이 벌컥 열렸습니다. 고모였지요. 어디서 들어알게되였는지는 모르나 고모는 노기등등하여 다짜고짜로 밥도 채먹지 못한 나를 잡아일으켜세우더니 비깡댕이(비자루)를 잡아쥐고 사정없이 내리쳤습니다. 덜돼먹기로 어디서 함부로 아무런 연고없이 학교를 안가느냐였습니다. 사건의 시말을 대충 알게된 할머님도 이때만은 나의편을 들어주지않으셨습니다. 죄를지었다고 생각된 나도찍소리 못하고 맞았습니다. 아마그매가내 평생에서 제일 아픈매라고 생각됩니다. 그 매가 있었기로 나는 그후부터 연고없이 학교에 안가는 일이 더는 없었습니다. 아마 그 매가무서워 그후로는 그런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한것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정을 두지 않고 나를 때린 고모건만 나중에는 우는 나를 안고 자신도 함께 우시였습니다. 그것도 슬프게 슬프게 우시였습니다. 그러면서 나를 꼭 껴안고달래였습니다. 너는 우리집의 기둥이라며 앞으로 공부를 잘해서 큰사람이되여야한다고 절대 노름에 탐해서 공부에 지장주는 일이 없어야한다며 결국은 눈물로 나에게서 다짐을 받아냈습니다.
   무정세월은 흘러 나의 잊지 못할 동년을 40여년이나 뿌리치고 달려왔지만 지천명을 치달으는 오늘도 새라새록 떠오르는 향수에 젖는 추억입니다. 사실 나보다 한살 어린 동생을 둔 고모였기에 나는 알게 모르게 고모님의 젖을 얼마나 먹었는지를 모릅니다. 우유사러간 할아버지께서 그것도 돈을 아끼느라 20여리를 걸어 현성에 가서 사다보니 제때에 오지 못하는 때가 태반이였답니다. 그때마다 가까이에 있는 고모가 나의 “엄마”였음은 말하면 잔소리나 다를바가 아니지요. 그런 고모기에 고모가 나를 대함은 그냥 엄마가 자식을 대하는 당당함이였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내 성장과정에 제일 깊은 기억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고모가 선사한 아픈 매입니다.
그때는 나에게 눈에 든 가시처럼 미웠던 고모입니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내가 커가면서 그것도 셈이 들어가면서 미워지기는커녕 내마음속에서 점점 거연하게 커가는 고모입니다. 아마그때 고모의 그 엄한 단속이 없었더라면 내가 어떻게 발전했겠는가가 환히 알려지여서이겠지요. 할머님의 응석둥이로만 자랐다면 아마 나의 오늘은 그냥 꼴기없는 무골충이 아니였을가 하는 생각도해보게되는오늘입니다. 그만큼 고모가 나에게 안긴 매는 사랑을 감싼 가장 순진한 바램이기에 돈으로도 살수없는 값진 매이며 나의 평생을 바른 길에 에워넣은 둘도 없는 사랑의 매였음을 절실히 느끼는 오늘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미 지천명에 치달으는 오늘도 나는 머리가 뜨거워날 때면 언제나고모님의 그 아픈 매를 떠올리며 자신을 반성하는것으로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군합니다. 내 인생의 보석으로 빛나는 아픈 매, 나는 그 매를 어머니사랑의 대명사로 간주하며 내 평생의영원한 길동무로 생을 다하는 날까지 고이 간직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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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별천지
날자:2012-01-19 08:38:34
추천하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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