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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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 생활의 메아리
2014년 01월 02일 10시 38분  조회:940  추천:3  작성자: 최화길
 

답답해나는 가슴을 달래고저 산에 오른적이 있다. 그리고 산의 정상에 올라서 목청껏 웨쳐본적이 있다. 그때 그 돌아온 메아리는 지금도 마음속에 깊이 간직되여있다. 뿐만아니라 때때로 내 마음의 거울이 되여 나의 생활을 동반하고있다.

아주 벌거벗은 내 석쉼한 목소리가 멀리 저쪽의 어딘가에 부딪쳐서 다시 돌아왔다. 그 소리는 내가 들어도 섬뜩하리만치 격에 맞지 않았고 내 소리가 옳은가 의심이 갈 정도로 수긍이 안 갔다. 하지만 그것이 분명 내소리임은 속일수도 없는 일이였다. 온 산에 나 혼자뿐이고 금방 웨쳐댄 소리가 되돌아왔음에야 승인하지 않을래야 승인하지 않을수 없는 엄연한 내 웨침의 메아리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공되지 않은 순 메아리가 그렇게도 귀에 설었다.

산울림이 되여 되돌아온 메아리로부터 나는 내 생활을 반추하게 되였다. 우리의 일상에서 되돌아오는 소리가 아닌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생활의 메아리는 곧 자신의 생활지향이고 생활태도이며 자신의 어제와 오늘의 축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였다.

산다는 의미가 확실치 않은 20대의 애숭이로부터 “지천명”으로 불리우는 50대를 조약하면 그 생활의 심처에 느긋이 깔려있는 보기 흉한 허물들이 약속없이 뛰쳐나온다. 물덤벙술덤벙하던 그 세월에 찍힌 나의 발자욱은 너무 조잡하고 헝클어져서 내 인생의 뒤안길에 사라졌다면 다행이라고 간주하겠는데 그렇지가 않은것이 생활의 진실이고 생활의 본색이 아닌가싶다. 까맣게 잊혀져서 없나 했는데 어느날, 어느곳에서 어떤 계기를 만나면 새파랗게 되살아나 나를 괴롭힌다. 나절로도 인정하는 나의 둔한 기억력임에도.

가지고싶은 물건이 많았다. 당시 류행하던 모든것에 호기심을 보였고 흠모하였으며 모든 류행을 따르려 했다. 자신의 처지는 뒤전이고 오직 발빠른 그 시대에 뒤지지 않으려는것이 그때 생활의 거의 전부였다. 그래서 짧은 다리임에도 입었던 꼴불견의 나팔바지, 련 몇달동안 가위를 대지 않아 녀자가 아닌 녀자로 탈변했던 폭포머리, 오직 류행에 걸맞아야 현대를 사는것이고 현대생활이라고 착각 아닌 착각에 코노래가 성했던 그 시절, 지금은 별로 기념할만한 기억으로 남은것이 아니라 다시 생각하면 너무 유치했다는 아름다운 반성으로 내 마음에 자리하고있다. 하지만 긍정하고 넘어야 할것은 이것이 바로 그때 당시의 생활임은 묵과할수 없는것이다. 그때 우리의 생활은 단조롭고 단일한 일색에서 다색으로 과도하는 시기였다. 자신의 남다른 개성 과시에 금방 눈을 뜨면서 괴상하면 괴상할수록 아름답게 보이고 엉뚱하면 엉뚱할수록 기발하다는 인정을 받던 극단으로 몰려가던 시기였다.

물론 한두가지 사실을 가지고 생활을 론하기에는 론거가 역부족임을 알고있다. 그리고 닭알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는것도 아주 자명하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이 다시 되살아나 나의 기억의 창고에서 일어나 밖으로 성큼 걸음을 뗄 때면 나는 당황하다. 그런 유치한 과거가 사람들의 입에 다시 오르는것이 싫다. 오늘의 나와 대조되는 어제의 나를 너무 싫어했던 나날들의 아픈 기억에 부채질하는것이 괴롭기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내 인생에 있은 생활의 한토막임은 누구도 부정할수 없는것이다. 바로 내 생활의 메아리가 아니겠는가?!

생활의 메아리, 말 그대로 내 생활 이상으로 돌아오는 법은 없다. 내가 어떻게 살았으면 어떻게 살았다고 그대로 고백하고 그대로 돌려주는것이 바로 생활임을 절실하게 느껴보았다. 헝겊막대처럼 그렇게 갈팡질팡 자신이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를 몰랐던 그 년대의 생활 한토막은 그대로 후날 내 생활에서 교훈의 거울이 되였다. 원래 생활이란 나의 그림자이고 나의 쌍둥이자매였구나. 나를 분식할줄도 모르고 그렇다고 나를 내리까거나 나를 형편없이 짓뭉개는것도 아니였다. 오직 내가 어떻게 살았다는 고백을 그때가 아니라 썩 후날에야 되돌려주는것이다. 물론 그런 되돌림도 내가 찾아야 가지는것임은 틀림없다. 그냥 묵과해버리면 그런 되돌림은 자신도 의식하기전에 스쳐지나 영원히 세월속에 묻혀버린다. 생활에 대한 투철한 리해가 맑은 물속의 고기마냥 꼬리치며 여유작작 노니는 모습을 보는듯하다. 메아리를 탓하나 나무리고싶지 않다. 탓해봤자이다. 아무런 의미를 부여할수 없는 어제의 불찰이나 불행이 그리움만 되여지고 더는 새로운 부활이 없다면 생활은 만세라는 메아리를 돌릴것이다

한수의 시를 선택하는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고싶다. 사람은 사랑한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은 사랑한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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