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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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상표가 붙지 않은 "약"
2016년 12월 30일 14시 41분  조회:699  추천:0  작성자: 최화길
사랑은 상표가 붙지 않은
 

 
  고향에 다녀온 뒤로 나에게는 한가지 명심할 일이 생겼다. 바로 옥수수 수염차를 끓여 마시는 일이다. 오늘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시고 있는 데 그걸 마셔서 어떤 효과를 보았다는 자랑의 뜻은 꼬물만치도 없다.
  내가 혈압이 좀 높다는 얘기를 어디서 얻어들었는지? 그리고 혈당을 낮 추고 혈압을 정상수치로 돌려놓는데 옥수수수염차가 좋다는것은 또 어디서 알았는지? 고모가 손수 마련한 고모네 터밭에 심은 비료 한알 안친 옥수수 수염차다. 지금 세월에는 얻기 무척 힘든 록색이다. 고모는 옥수수이삭이 여무는대로 옥수수수염을 알뜰히 말리웠다. 보지는 못했지만 한이삭도 빠 뜨리지 않고 옥수수수염을 열심히 모았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게 알뜰히 모으지 않았다면 어찌 별로 크지 않은 터밭에서 깨끗히 말리운 옥수수수 염을 한보따리나 보내올수 있으랴!
  그 사랑과 정성이 곱게 깃든 옥수수수염차를 끓여 마시면서 나는 행복한 사내로 되군 한다. 그리고 혈육의 정보다 더 뜨거운 정이 이 세상에 존재 하겠는가 하는 어쩜 초하루날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엉뚱한 생각에 잠기 기도 한다. 필경 옥수수수염차가 어떤 병근을 뽑을수 없다는것은 잘 알고 있지만 옥수수수염차를 마시면서부터 나는 근 반년동안 매일 아침 일어 나면 첫일과로 공복에 명심해서 먹던 혈압약을 아예 칼로 베듯 썩뚝 잘라 버렸다.
  오늘까지의 생애에서 약을 별로 입에 넣어본 경력이 없다 보니 약을 먹는 일이 정신적으로 지겨웁게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혈압약은 일단 먹기 시작하면 죽을때까지 줄곧 먹어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에 괜한 스트레스까 지 덧생기다 보니 알게 모르게 그것이 일종 정신부담으로 되였다. 하기에 몇달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같이 일상마저 리유 없이 뒤흔들렸다. 하지만 이런 나의 심리를 전혀 모르는 안해는 혈압약을 끈어버린 나의 소행에 그런 모험을 어찌 하는가 하며 불안해 하였고 나중 에는 매일이다싶이 바가지를 긁는데 이르렀다. 하지만 오늘까지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것을 보며 또한 정신적으로 포만한 나의 일상에 안심이 되였 는지 잔소리는 언제 그랬더냐 싶게 갈앉았다. 진정 옥수수수염차의 덕택인 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혈압이나 몸의 상태가 감각으로나마 차츰 제자 리로 가고있음은 확연하다.
  의사앞에서 이런 말을 하면 십중팔구 나를 정신이 좀 정상이 아니라고 비난할 소지가 다분하지만 몇달간의 체험에서 나는 자기 몸에 대한 확신 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거듭 가져보았다. 몸의 이상에 대한 진단 을 부정하는것이 아니고 의학에 대한 의심은 더욱 아니지만 진단이 난후 환자 자신의 심리가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체감하는 계기로는 충분하 였다.
  별로 반갑지 않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몸은 확실이 변하고있으며 그만큼 의식과 몸은 전혀 같은 방향으로 이전하는것이 아니임도 눈으로 보는듯 환해지고있다. 몸은 몸대로 변화를 일으키는가 하면 마음은 마음대로 젊음 을 끌어안고 놓지를 않는다. 생각은 뻔한데 몸은 말을 들어주지 않는 불균 형이 점차 일상을 괴롭히고있는 시점이다.
  “사랑은 상표가 붙지 않은 ‘약’이라.”는 명제가 새삼스럽다. 몸이 성할 때는 몰랐지만 몸이 좀 불편을 겪을 때일수록 사랑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 이 아마 인지상정이 아닌가 싶다. 이 순간도 누군가 나를 떠올리는 사람 이 있다는 확신과 나의 존재는 누군가에게 아주 소중하다는 생각만으로도 무거운 짐을 부리워 놓은 홀가분함이 깃들고 꽉 막혔던 숨이 활 나가는 후련함을 감수한다.
  엄마 없는 나에게 엄마이상의 사랑을 몰부어온 고모다. 이제는 운신마 저 귀찮은 고래희를 훨씬 넘긴 년세에도 그 사랑은 더 뜨겁게 끓고있나 본다. 오히려 더 받들어 모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고작 명절에나 다녀가는 별로 효도를 모르는 조카이건만 항상 마음에 두고 멀리 길 떠난 자식같은 걱정을 안고사는 고모다. 그러기에 그의 사랑의 손길이 속속 배 인 옥수수수염차를 마시며 나는 다시 젊음을 찾은 기분을 얻는다. 아니 먼 어린 시절로 돌아가 응석이라도 부릴만큼 감미롭다.
  억지 같은 론리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사랑으로 기적을 창조한 이 세상에 존재한 엄연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몸의 균형이 파괴된 소위 일컽는 병증도 사랑은 그 치유의 처방이라고 써넣고 싶다. 그만큼 사랑은 적어도 환자 당사자가 어떤 병증을 이겨낼수 있는 원동력에 불을 지펴주는 일이 되며 삶의 욕구를 촉구하는 촉매제가 되여 왕성한 정력이나 적극적인 배합 으로 병마를 단죄할수 있는 힘이 될수는 있다는 믿음이다.
  나 앞으로 약을 다시 입에 대야 할 소지가 충분히 있지만 약이 나의 균형이 깨진 몸을 치유할수 있다는 믿음은 확실하지 않다고 우겨본다. 그 만큼 상표가 번듯이 붙혀지고 설명이 구구한 약에 대한 믿음보다 볼수도 만질수도 없는 사랑에 대한 믿음이 더 굳건한것을 나 자신도 부정할수 없 어서이다.
  일상을 가꾸고싶다. 그리고 사랑으로 자신과 더불어 매일을 가꾸고싶다. 나의 사랑이 믿음으로 승화하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른 모든 사물 들에 사랑을 쏟아부을 때 내 몸은 껍질이 두꺼워지고 파란 잎들이 빨갛게 단풍이 들어도 속은 푸름이 짙은 랑만의 년륜을 새겨가는 나무처럼 튼실 하리라고 한번쯤 크게 광고하고싶다.
  “고모, 오늘도 어김없이 옥수수수염차를 끓여 마셨습니다.”
  매일 이렇게 고모한테 보고하고싶다. 고모 얼굴에 피여오를 함박꽃같은 웃음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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