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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된 아빠
2014년 10월 30일 10시 32분  조회:1082  추천:3  작성자: 장학규

수필


연장된 아빠

장학규






딸애가 아파 병원으로 갔다. 한여름 감기가 쉽사리 낫지 않는다. 꼬박 이틀동안 링겔을 맞고 겨우 3일만에야 딸애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래도 방심하기엔 이른 시점이였다. 하루종일 쉴새없이 재잘거리던 입이 아직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링겔 약을 호사 아가씨에게 전해주고 차례를 기다리고있는데 바로 앞에 선 대여섯살되여보이는 머슴애가 문득 돌아서면서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왔다. 잡생각에 파묻혔던 나는 애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꼬마야, 이제 뭐랬지?”
미안하다는듯 머슴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으니 이넘이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나 오늘 차 타구 왔어.”
“오, 그랬구나. 대단해.”
애를 잔뜩 띄워놓고 돌아서는데 아까부터 나를 건너다보던 딸애가 오래간만에 입을 열었다.
“아빠, 그 애가 첫마디 뭐랬는줄 알아?”
“뭐랬는데?”
“할아버지.”
나는 그만 머쓱하여 입을 다물고말았다. 하긴 거리에 나갔다가 간간히 “할아버지” 소리를 듣긴 한다. 바로 얼마전에도 딸애한테서 볼멘 소리를 들은적이 있었다.
“아빠, 머리 좀 염색해. 친구들이 내 할아버지인줄로 안단말야.”
이제 겨우 열살난 딸애가 나를 많이 안쓰러워하는 눈치다.
내 머리는 삼십대 중반부터 희여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거의 쉬임없이 두달에 한번꼴로 염색을 해왔다. 자칫 늦춰지거나 잊어서 시간을 넘기면 바로 희끗희끗한 로인의 몰골이 된다. 근년에 와서는 인터넷을 통해 머리 염색약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괜히 속이 졸아들어 염색을 자꾸 뒤로 미루기도 했었다.
솔직히 옛날같으면 쉰이 된 내 나이가 넉넉히 “할아버지”소리를 듣고도 남음이 있었을것이다. 좀 드물기는 해도 요즘 세월에도 그런 젊은 할아버지를 가끔 보게 된다. 실제로 얼마전에 청도에 있는 딸집으로 놀러온 친구와 술 한잔 하면서 킬킬거린적도 있다.
“당신은 손녀인데 난 딸이유.”
“아빠 오래하면 좋지. 난 자식들과 어울릴 일이 없어졌소.”
친구는 이젠 “할아버지” 역할만 남았다며 별로 맥빠진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고보니 친구는 어느새 아들딸로부터 “아버지”로, 며느리사위로부터는 “아버님”으로 격상되여있었다. 어느 누구도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돈 떨어지자 배고픈 경우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이런 때를 두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는지 알수 없다. 여하튼 그날따라 딸애가 내 주위를 빙빙 돌며 “아빠, 아빠” 그렇게 불러주어 나는 한껏 부풀어오른대신 친구는 많이 부러운 모습이 되여있었다.
따져보면 부모자식간의 연이 어느 한 선을 두고 쭉 갈라지는 법은 없다. 죽어서도 음과 양으로 나뉘여 그리움으로 회억으로 마냥 이어가는게 부모자식간의 정이다.
나는 자식 하나를 사고로 잃은 사람이다. 아들을 앞세운 고통과 참회의 긴 터널을 지나 어렵사리 다시 만난 자식이 지금 열살난 딸애다. 마침 그때가 연해도시 진출 내또래 조선족들중에서 둘째를 낳는 바람이 일어났을때이고 그 바람에 편승하여 마음이 죽어버렸던 나도 소생하여 “아빠” 직업에 다시 복직하게 되였다.
새로 등업하고보니 이 직업이 철부지일때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무언가가 있다는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였다. 신성함과 위대함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이 인내하고 양보하고 자상해야 하는 역할이 덧붙혀진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한없이 커지고 끝없이 작아지는 그 공간을 부지런히 오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흔히들 중년의 나이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사회에서 중층이여서 우아래로 샌드위치처럼 짓이겨져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해소할데도 없다. 누구처럼 직장이나 사업을 쉽게 때려치울수 없다. 젊은 친구들은 혈기가 왕성하여 바로 새로운 직업에 적응하고 두려움없이 창업을 시도할수 있다. 중년은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핍박감에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한번 넘어지면 자칫 다시 일어설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혀있다. 그만큼 인생을 다시 리모델링하기에는 넉넉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그렇게 마음에 화가 쌓여있을때 아이가 곧 약이 된다. “아빠” 한마디에 온몸을 짓누르던 스트레스가 어느새 훌쩍 날아가버린다. 후줄끈해서 들어서는 아빠의 품속에 뛰여들기라도 하면 난데없는 새힘이 부쩍 솟아나기도 한다.
연장된 아빠는 그래서 좋다. 멋있다. 그리고 참말 보람차다.
“아빠”만큼 큰집은 없다고 알고있다. 자식들이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큰집이다. 우산처럼, 나무처럼 그늘을 만들고 보호막을 쳐서 어린 자식들을 한뺌한뺌 키워서 사회에 내놓아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아빠이다.
그런데 자식을 다 키워놓고보면 아빠는 자식들로부터 멀어지는 존재가 된다. 자식을 지키려는 본능이 어느새 자식들에게 코미디처럼 다가가고 한사코 손을 잡고 가르치려는 행동이 많이 부담스러워진다. 그리고 습관적인 타이름이 벌써 잔소리로 굴러떨어진다. 교감이 적어지고 시각차이가 심해지면서 점차 “아버지”로 멀어지게 된다.
이제 “아버지”에 비해 “아빠”의 우점이 한결 선명해보인다.
아빠는 아직도 자식과 스킨쉽을 시도해도 거정당하지 않는 단계이다. 스킨쉽을 통해 혈육의 정을 듬뿍 느껴받을수 있는 행복한 당사자이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어쩌면 연장된 아빠한테는 자식이 큰집일수도 있다. 퇴근하자바람으로 집으로 달려오게 하는 흡인력이 있다. 자식에게 사랑을 구걸하느라고 별의별 개그를 다 펼치게 되고 자식에게 이끌려 어디론가 가고싶어진다. 자식이 큰 선심을 써서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한입 크게 물려준다면 평생 행복으로 간주하게 된다. 거기에 키스 하나를 선사해준다면 그대로 금상첨화로 새삶을 찾은 기분이다.
한번 “아빠”를 연장해볼만 하다. 여기에 핑계나 구실을 앞세울 까닭이 없다. 내가 보람차고 자식이 배로 사랑을 받는 윈윈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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