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张学奎文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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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2014년 11월 12일 16시 21분  조회:615  추천:0  작성자: 장학규

 

수필

어서 오세요


장학규

 

근년 들어 우리집에 손님들이 부지런히 드나든다. 오래동안 멀리 외따로 떨어진 구석진 동네에서 살다가 청도에 돌아오니 갑자기 아는 사람이 많아진것이다.
하긴 이 동네가 여러모로 좀 웃기는 동네가 맞긴 하다. 우리민족과 연고가 옅은 이곳에 한겨레가 저그만치30만에 육박한다는 말이 떠돈다. 고향보다 한국이 더 가까운 고장이여서 비행기 티켓도 그만큼 싸다. 그래서 국제돌이를 하는 사람들이 심심하면 선택하는 코스이다. 동북에서 남방으로 나갈때도 부담없이 들릴만한 마을이다. 바다가 있고 겨레가 있고 입맛이 맞는 음식이 있고 두루두루 편하고 기분 좋아서 무슨 모임이나 회의장소를 특별히 이곳에 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연줄 있는 사람들이 오며가며 자주 찾는다.
“또 무슨 사람 온다는거예요?”
청도로 와서 얼마 안되여서부터 안해의 입에서 시도때도 없이 바가지 긁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손님 접대에 많이 지친 모습이다.
“고향 있을때 나를 많이 도와주었던 분이오.”
“혹시나가 역시나지. 세상에 얼마나 못살았으면 돌아가면서 신세지면서 살았어요. 쯧쯧쯧”
안해는 나의 고집앞에서 번마다 꼬리를 내릴수밖에 없었다.
하긴 정말 그랬다. 내 전반생을 돌아보면 고개마다 굽이마다 고마운 사람들이 똬리를 틀고있다. 어렵고 못나고 힘들어서 가는곳마다 남들한테 민페를 끼쳤다. 길이 막혔을때 앞날을 가르켜준 은인같은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절망에 빠졌을때 손을 잡아준 따스한 사람도 있었고 삶의 동력을 잃었을때 에너지를 충전해준 혜성같은 사람도 있었다. 이 모든분들 앞에서 나는 항상 빚진 사람이다. 그것을 갚자면 끝도 한도 없다.
그런 사람들과 간만에 만나면 당연히 흘러간 옛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마 우리 나이가 되면 현재보다 미래보다 과거가 더 매력적인가보다. 회억에 안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은 젊음으로 달려가고 우리몸은 즐거움에 젖어든다.
그 무드에 안해 역시 저도모르게 동화되여버렸다. 배꼽만한 술잔을 하루종일 들었다놨다 달싹이면서 지칠줄 모르고 끼여들기 시작한것이다. 재미있단다. 그리고 싫지 않단다. 이제는 사람이 오는것도 별로 말리지 않는다. 어떤때는 은근히 누군가 와서 “호랑이 담배 피울때 얘기”를 해주었으면 하는 눈치를 보인다.
이게 사람이고 이런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인간이 실증을 느끼지 않고 인생을 만끽하게 되는 리유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것처럼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수 있을것 같지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조건을 빠짐없이 고려할수 없기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한다고 반드시 생각한대로 일이 되여지는것은 아니다. 역으로 인생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만만하게 접어들다보면 그것이 씨앗이 되고 그것이 열매가 되는것이 아닐까. 원인 결과가 뭐 별게인가?
식당에 가면 출입문이나 창문 유리벽에 ‘어서 오세요!”란 글자가 씌여진것을 볼때가 나에게는 제일 기분 좋을때이다. 같은 값이면 분홍치마라고 개인집에도 사람이 찾아오면 “어서 오세요!”가 붙어있었으면 좋겠다. 꼭 허영스레 대문에 글자를 써서 붙이지 않더라도 안주인의 얼굴에서 손님이 그런 글씨를 읽어낼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집에 사람 찾아오는데 징그러운 동물을 대하듯 소태씹은 형상이라면 가히 지옥이 아닐수 없다.
특히 요즘같은 세월은 사람이 엄청 그립다. 우리가 자랄때는 친형제에 사돈에 팔촌에 이웃에 친구에 해서 바글바글 끓었었다. 엉켜서 그렇게 살다보니 별의별 해괴한 일들이 다 있었다. 그래서 그때 지지고 볶고 했던 일들이 안주삼아 술상에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게 아니다. 손님이 어쩌다 찾아오는걸 제외하면 일년내내 제집식구들끼리만 눈을 마주치면서 살아간다. 도대체가 사는 멋이 하나도 없다.
특히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오래동안 같이 해왔던 친척, 친구, 이웃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주위에는 온통 모를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웃하고있는 집의 성씨도 모르는 세월이다.
회사 일로 분주하고 자식 학원다니는 일로 신경 쓰고 그게 거의 전부다. 돈 버는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작은 시간 한토막 잘라내여 돈냄새없는 생활을 즐기는것도 역시 소중하다. 애들이 하루아침에 룡이 되면야 누가 마다하랴만 나중엔 허리 당겨 키 늘구는 격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들에게 활발하게 자랄수 있는 시간을 내주는것이 오늘날 시급한 화제다. 따라서 부모도 자식에서 해방되여 자기 삶을 느끗하게 즐기는 계기가 된다.
타향살이 하는 사람들은 더우기 간단할수록 좋다. 옷깃 한번 스쳐도 연분으로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사람이 찾아오면 친분을 재확인하면서 모처럼 기쁜 시간을 보내면 그뿐이다. 그런것들이 모여서 연고가 되고 테두리가 되고 힘이 되는것이 아닐가싶다.
“어서 오세요!”
이 한마디로 세상은 밝아지고 또 살맛이 되살아난다.
하물며 진짜로 인정이 있고 신세를 진 사람이 찾아오는데야 입 다물고 있을순 없다.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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