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张学奎文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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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찌와 초불
2017년 08월 21일 15시 28분  조회:487  추천:1  작성자: 장학규
 
 
별찌와 초불
장학규 

 
 
해마다 8,9월이 되면 중국 한겨레 사회는 갑자기 자극을 받은 용암마냥 부글부글 끓어번지기 시작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꺼번에 떨쳐나와 알락달락한 새 옷을 차려입고 촌 운동회로부터 향 운동회, 현 운동회, 지구 운동회, 성 운동회, 전국 운동회까지 줄기차게 펼쳐나간다. 거기에 심심찮게 문예 경연이란 것까지 곁들여 퍼그나 활발하고 생기가 넘치는 양상을 나타낸다.
"중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이 이처럼 멋지게 살아갈 줄 몰랐어요."
몇몇 고국분들의 한마디 칭찬에 모두들 정신이 혼미해져 올리 추슬러진 짧은 바지가 팬티가 되여가는 줄도 모른다.
기실 그 화려한 표피를 벗기고 안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통채로 "무깍지", 좋게 말하면 빛 좋은 개살구요 속되게 비유하면 그대로 비단보에 개똥이다.
얼씨구 절씨구를 사나흘 하고 집에 돌아가면 여전히 앞이 캄캄하지 않고 뭔가?! 배는 기름기를 재촉하고 아들은 처녀 게걸이 들어서 한숨을 톺고 어린애는 엄마를 내놓으라고 발버둥히지 않는가? 무당 굿하듯 얼씨구 절씨구를 푸닥거려 그러한 문제들이 해결되면 몰라도 이건 순전한 랑비가 아닐 수 없다. 애들이 책 한권 사도 펄쩍 날뛰던 량반들이 그런 곳들엔 잘도 찾아와서 흔전만전 먹고 마시는 것을 보면 이 넘의 민족성이란 것이 해괴하다고 할 수 밖에... 그런 놀음을 한번만 중지하고 그 돈들을 한데 모으면 오상조선족사범학교는 열번도 넘게 하얼빈으로 이사했을 것이다.
"여보,그런 모임도 없으면 우리 민족은 아예 죽은게 아니요?"
혹자는 이렇게 변명을 늘여놓을지 모른다.
어쩌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잠자는 고양이처럼 늘쌍 소리 소문없이 살았으니깐, "야웅"이라도 한번 질러서 살아 있음을 알릴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론을 하면 그게 바로 문제라는 것이다. 평소에는 모두들 어디 가서 죽어 있다가 한꺼번에 별찌처럼 나타나 반짝하는가 말이다. 어디가 좋다 하면 썰물처럼 와야 밀려나가고 무엇이 어떻다 하면 밀물처럼 후다닥 달려드는 여기에 우리 민족의 큰 약점이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 민족만큼 시공간 공백을 자꾸 만들어내는 민족은 다시 없을 것이다. 죽었으면 고스란히 죽은 흉내를 줄창 내면서 실속을 굳히던가 아니면 살아있음을 나타낼바엔 하다못해 초불만큼 빛을 내더라도 꾸준히 가물거리는 것이 인간의 도리요 지혜가 아닐가 싶다.
심양에서 있을 때의 일이다. 한번은 주임이라는 량반과 소위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니 마침 점심때가 되였다.
'어디 가서 대충 요기하지."
"그럽지요."
주임은 많이 까다로운 편이여서 조선족이 만든 음식이 아니면 절대 입에 대지 않는 성미였다. 그래서 그 "대충 요기"가 반시간이 넘도록 할 수가 없었다. 한글 간판을 보고 들어서면 여불 없는 한족 식당이였다. 다섯번째든지 여섯 번째든지 마침내 체념을 하고 척 들어 앉아 랭면 한그릇씩을 받아들었는데 소위 랭면이란 것이 차지는 않고 지독하게 달기만 했다. 주임이 저가락을 던지고 음식 타발을 하는 사이에 나는 심부름하는 아가씨와 이런 대화를 주고 받았다.
"랭면도 바로 못하면서 한글간판은 왜 내걸었소?"
"원 주인이 조선족이였어요."
"그러니까 영업 허가서를 새로 내지 않고 그대로 물려 받았단 말이지?"
"그런 셈이지요."
"본래 주인은 어디에 갔소?"
"듣자니 한국에 갔다더군요."
허참 역시 그런 판국이였구나.
개혁개방 초기에 우리 음식점들이 수풀처럼 왁자하게 일어섰던 진한 풍경을 독자 제씨들은 잊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대중 도시들에 어지간히 널려 있는 조선족 음식점의 주인들속에 진정 우리 민족이 경영하는 것이 얼마 안된다는 것도 직접 보고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한곳에서 꾸준히 버티며 일해온 사람은 백에 한사람이나 될가 말가. 모두가 잠간 별찌가 되여 반짝거리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토끼가 나무에 부딪쳐 죽는 일은 우연중의 우연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렸을 때 우화를 통해 이미 배웠었다. 그리고 합리성이 배제된 우연이란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철학을 통해 벌써 알았었다. 세상에 노력을 들이지 않고 공으로 생기는 덤이 어디 있겠는가?
공짜애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어디서 보았던지 들었든지 하는 우스운 이야기 한토막을 적어본다.
려객기 한대가 하프리카 사막지대를 날아지나다가 고장이 생겼다. 락하산은 충분히 갖추어졌던고로 스튜디어스는 손님들더러 급히 뛰여내릴 것을 요구 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까딱 할 념을 하지 않았다. 비행기는 고도를 떨구기 시작했고 사색이 된 스튜디어스는 헐레벌떡 기장을 찾았다.
"아, 글쎄 저것들이 입 아프게 동원해도 도무지 목숨들이 아깝지 않는지 통 움직일 념을 하지 않아요."
수십년 비행 경력을 갖고 있는 기장은 알았다는 듯 시무룩이 웃더니 앞에 나섰다.
"여러분, 우리 한번 모험 행동을 해봅시다."
그러자 귀신에게 홀리운 듯 노랑 머리에 파랑 눈을 가진 친구들이 하나 둘 걸어나와 무작정 락하산을 집어들고 뛰여내리는 것이였다. 그들이 다 뛰여내리기를 기다렸다가 기장은 이번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그럼 이번에 경쟁을 벌려봅시다."
그러니깐 작달막한 일본인들이 부랴부랴 뛰여내리는 것이였다. 여태까지 태평무사하게 잠자코 있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우리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기장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여러분, 이번에 공짜 놀음 놀아보시죠?"
와! 려객기가 땅에 코를 박기전에 한사람도 빠짐없이 살아났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우리는 그 공짜를 바라서, 그 우연을 바라서 눈알이 동그래서 살아간다. 일단 그런 것들이 모종의 징조를 나타내면 뭘 본 오리처럼 오구구 모여들었다가 그것이 별찌처럼 사라지면 따라서 돌멩이 습격을 받은 닭무리처럼 활 흩어져 버리는 것이다.
우리에겐 초불과 같은 지구력이 필요하다. 어쩌다 땡 잡았다고 진취심을 잃고 배를 쑥 내밀고 안하무인격으로 놀아대는 사람들이 우리에겐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남의 나온 배를 손가락질 하며 허송세월 하는 인간들도 부지기수이다. 단 한가지 착실하게 일을 배우고 해나가는 분들이 너무너무 부족하다.
지금은 21세기, 강자생존의 시대이다. 요행은 없다. 사회와 시대의 언덕에 기생하면서 안일을 자랑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오로지 꾸준히 삶을 개척하고 꾸며가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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