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 시초
리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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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가에서
취옥색 비단결 따라 우유빛 물안개 헤치며
미끄러져 가는 쪽배는 내 마음일레라
청산에 가지런히 수놓인 하얀 민가들이
배전에 너울너울 감겨 곱게 갈라질레라
차원에는 차향이요 죽림엔 죽향이라
미풍에 실려와 푸름도 농염하게 고여있슴일레라
담백한 수묵화 한 장 앞뒤로 둘러 고요롭고
백로가 가볍게 선회하며 무심을 자아 낼레라
붓을 들어 공백에 시 한 수 써 넣을려니
락서일가 서슴거리며 보고 있을 즘
무뜩 그리운 얼굴이 안개속에 아련히 떠올라
그림속에 혼자 들어 가긴 아쉽고 외로울레라
(2) 몽경 夢境
내려 보면
태호는 하늘이요
올려 보면
하늘은 태호이라
하늘가와 수평선이 맏다아
가늘한 실오리 위로
어디론지 가는 고기배 한 척
예날 옛적 고풍이 묻어나네
무한이란 푸른 시공속에
지금은 어느 세월이냐 ?
바람 따라 왔다가 바람 따라 가는
묘연한 나는 누구인가
갈잎 하나 따서
흐르는 물에 던진것과 같은 것
그렇게 오고 그렇게 가는 것
아, 일장춘몽일레라
(3) 돌다리
천년 세월이 이끼로 푸른
활등같은 화강암 돌다리
연체 동물처럼 부드럽게 움직인다
스리슬적 허물어졌다 다시
쫄랑대며 가다듬어지고
흩어지고 모아지고 흔들거리고
끝없이 형체를 알수없게 움직인다
흔들리는 결따라
꺼꾸로 가는 피카소의 그림같은 사람들
허영들이 무형들이
사라지고 나타난다
이 세상을
우리는 꺼꾸로 왔다가
꺼꾸로 가는것은 아닐까 ?
허영으로 왔다가 허영으로 사라지는것은 아닐까 ?
허영속에
무겁고 괴로운것들을 가득 채우고
고행길에 슬픔을 걷어 담고
허영으로 왔다가 허영으로 가는것은 아닐까 ?
2015년 8월 26일 상해에서
태호는 거울이요 거울은 태호라
돌다리우 시인님 두둥실 떠오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