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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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설레임(외8수)
2020년 05월 04일 11시 03분  조회:630  추천:0  작성자: 리문호
오월의 설레임(외8수)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향해 설레였다
세상을 보는 가슴도 아득히 설레였다
그때는 청춘
간이역에서 내려 가는 시골길에서도 설레였다
 
짚푸라기에 갈치 네댓마리 사서 묶어 들고
병사리에 소주 한 근 받아 쑥당대로 틀어 막고
군용가방 메고 가던 그때도 오월
물도랑에 서있는 왁새를 보아도 설레였다
 
비온 뒤 질작한 흙탕길에 군화를 벗어 들고
바지 가랭이를 무릅위에 올려 걷고
맨발로 비츨거리며 가던 황토길
써래친 거울 같은 논을 바라보던 마음도 설레였다
 
저 멀리 낮은 구름아래 펼쳐진 푸른 주단
모 꼽는 노래 랑랑하게 들려오는 전야
무리무리 그림자들 속에 나를 알아보고
논두렁을 휘청거리며 달려오던 미혼녀
 
 하얀 꽃 수건아래 핼쭉 웃는 눈
수줍어 훔쳐보던 눈길에 매료되어
감춘 내 마음의 설레임도 오월
오월은 이런 설레임으로 가득 했었다
 
무수한 오월이 오고 가고
나는 오월로 간다 오늘도
수염 날리며 딛갱이를 딛고 오월로 간다
혼자의 설레임 안고
시(詩)의 흙탕길을 맨발로 간다
 
2020,5,2 서울에서
 
 
시냇가에서
 
푸른 산천에서 메아리쳐 오는
귀 바퀴에 졸졸 맴도는 시냇물소리
누나의 청옥색 목건이 바람에 풀어 휘날리듯
팔락이며 흐르는 고향의 시냇물아
 
삐쫑, 추억의 빗장을 열어 주고
물 차고 나는 종다리 울음도 함께 들린다
칭칭 늘어진 수양버들이 수면에 드리워
청정한 선률의 오선보를 쓰는 노래도 들린다
 
정다워라, 우리 조무래기들이 모여
까르락 거리며 웃는 소리 같기도 하고
동네 누나 어머니들의 빨래 망치 소리
흉질,욕질,롱질에 터지는 웃음보 같기도 하다
 
초 저녘 할아버지 곰방대 반짝 반짝
전설을 도란도란 들려주는 설화 같기도 하고
모닥불 가에 둘러 앉은 허연 수염들에
미끄려 내리는 고향의 옛말 같기도 하다
 
석양을 오르는 버들치 날치의 물장구 소리
돌 바위 곁을 헤엄치는 모래무치의 노래
생력이 굽이치는 동년의 냇물이였지
몸 속의 피줄처럼 흐르는 생명의 노래였지
 
아직도 정 빛의 섬광을 뿌려주누나
척박해지는 심전을 풍요롭게 적셔주누나
박토일경 내 마음의 한 복판에는 언제나
청정한 옥수가 무덤가를 흐르고 있다
 
2020,4,18 서울에서
 
 
 계수물소리
 
정겨워 사랑 이야기 보다 더 정겨워
계수 가에 앉아 귀를 솔곳이 세우군 하지
도란도란 부서지고 모아져 어울리는 소리
감미로운 여운을 돌돌 굴려 가는 소리
 
어쩌면 이리도 티 없이 청아할까
현금도 아니고 목청도 아니고
청 옥 같은 보드라운 살결이 내는 소리
진정이 찰찰 도는 침상의 명랑한 몸짓
 
님의 수다는 거짓도 숨겼으련만
너만은 맑고 투명한 마음을 일러주는 소리
한 모금 떠 마시면 푸른 산천처럼 시원한
산수화가 심중에 골골 흘러 가는 소리
 
소리만 들어도 나는 너를 아네
해물거리는 입술에 반짝이는 웃음소리
수정 같은 네 마음이 청주로 우러나는 소리
이대로 네 소리에 취해 죽고 싶네
 
내 마음도 네 마음에 어울려 흐르네
아, 왜 이리도 마음에 고스란이 슴배여 들까
추억 속의 고향
석양이 뉘엿거리는 계수 가에서 …
 
2020, 4, 17 서울에서                                   
 
 
가을 나비의 명상
 
날개는 가벼워 졌어도
날기는 힘들어졌네
 
기진한 나비 한 마리
시든 들국화에 앉아 옛 꿈을 허비네
 
날아 온 길은 멀고
날아갈 길은 코앞이네
 
더 날려도 앞길은 적막한 찬바람
돌아 갈려도 세월은 떠나 버렸네
 
무수한 꽃 빛을 날던 화려한 시절
촉수에 미소만 가늘게 흐르네
 
세월에 찟긴 두 날개 살포시 접고
행복했던 나날의 명상을 떠 올리네
 
마지막 가을빛도 고와
날개에 옛 기억의 빛이 흐르네
 
2020,3,19 서울에서
 
수련화
 
나의 꿈은 요렇게 곱지요
푸른 물 비집고 나와 쏙 –
세상 부끄러워 바라볼 때
연분홍 웃음이 잔물결로 알랑아랑 퍼지며
 
나의 바이올린 소리도 곱지요
선률을 타고 날으는 가늘한 실잠자리
알락이는 춘 날개 하늘하늘
나의 애념도 실려 날고 있지요
 
나를 사랑해 주어요, 말은 못하고
농염한 열정을 풍기며
님이 지나가면 노란 꽃술의
분가루를 코끝에 날려주고 싶지요
 
무심히 지나가지 마세요
오래오래 눈여겨 봐 주세요
사랑스러운가를
맘에 드시면 가만히 눈 감고 기다릴터이니
그대의 화지(花池)에 떠다 옴겨 주세요
 
2020,1,18 화원신촌에서
 
 
 
편지
 
바다 가에서 시 한 수 써
유리병에 넣고
썰물에 띄워 보낸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먼 나라 어느 녀인이 건져 보면
그대여
이 시인을 기억해 다오
나는 주소 없는 미지의 세상에서
이름도 없이
그대에게
가장 아름다운 축복을 드리노라고
 
살아 있는 동안 누구와도 만나지 못한다면
망망한 바다를 하염없이 떠돌다
허망하게 떠돌다
백 년이고
천 년이고
만년이고 지나
어느 소녀가 건져준다면
그것은
세기를 넘나드는 우리의 인연
오, 나는 그 때
한줄기 안개로 살아나와
그대에게
신의 축복을 드리오리다
 
2019,11,5 서울에서
 
고요한 명상
 
잠잠한 고요 속으로
차 잔의 향기가 젖어 흐르면
고요는 더 고요한 공간을 당겨오고
멀리 슴배여 오는 첼로의 선률이
간간이 고요를 건드리면
고요는 은근한 색 갈로
포근히 물들어 퍼진다
 
대 숲의
궁글은 참대 마디에서
새여 나오는 부드러운 고요가
차 향의 고요와 서로 안고 스미면
수묵 산수화가 떠서
수풀 사이를 안개처럼 흐른다
 
고요 속에 가만히
몽롱한 물안개를 밀어가면
나는 보이지 않는
무색의 허영으로 날아 다닌다
미풍처럼 흔적도 없이
감겨 끌려 오는
시어와 시행들이
잔 파문으로 반짝인다
 
나는 지금 빛을 줍고 있다
 
2019,5,28, 상해에서
 
달빛 속으로
 
달빛 속으로 실안개 흐르는 심사
애달애달 떠서 천천히 가기만 하네
 
벌방을 지나 수림속 나무들을 에돌아
실개천 물소리에 스며 가기만 하네
 
흰 박사 치마의 우아한 님이여
달빛 교교한 자태 따라 가기만 하네
 
누리가 달무리에 은은히 잠겨 들면 그대는
바다의 피안 어느 그리운 곳에서 오셨는가
 
내 마음의 해안선을 스쳐가는 모습
달려가도 달려 가도 만날 수 없어라
 
그대 몸의 계화꽃 향수는 달빛에 스며
이 밤은 어이 이리도 아늑하게 아름다운가
 
달빛 물결로 가득하게 넘실거리는 마음아
헛 꿈이 아니기를 느긋이 바라 기다리고 있네
 
2019, 11,11 서울에서
 
창작후기: 이 시는 유미주의 시로
자연의 미적 감수를 위해 님을 등장시켜
달밤에 내재한 아름다운
정서를 묘사하였다
 
 
등잔불 심지
  • 한 시인에게
 
심혈 고인 접시에 심지(心志)가 탄다
어둠 속에 켜 올린 지성의 불빛
 
불꽃아래 마음이 끓어 기포가 터지는 소리
희비(喜悲)가 부둥켜 안고 두근거리는 심현(心弦)
 
한 생의 지혜로 짜낸 연료
아름다운 불꽃이 몸부림치는 춤
 
지나온 시간들이 어리여 타고
옛 풍경들이 불길에 날아 오른다
 
시인은 필을 들고 심지를 돋군다
응시하는 눈동자에 이글거리는 혜광
 
아, 고독의 블랙홀에 심지를 켜들고
광명을 비춰가는 그대 시인이여
 
2019,11,13 서울에서

장미를 노래하다
 
아름다워 아 혼을 뺄 듯 아름다워
누구에게나 사랑을 줄 것처럼 아름다운 장미여
왜 피 빛 빨간 가시를 서슬 차게 세우고
이 야박한 세상을 향해 사랑을 기다립니까
 
담 약한 자는 감히 엄접 못하는 고아
함부로 다가 갈수 없는 경멸의 눈빛입니까
서뿔리 맹동 했다가 가시에 쏘이면
독기에 고름을 쏟고 죽는 용자를 기다립니까
 
많은 흉물이 침을 꿀꺽 삼키고 지나 갔는지 모릅니다
많은 징그러운 뱀이 기어 오르려 했는지 모릅니다
애모와 주검 사이, 그대 앞에
부귀로 어정거리다 실망으로 쓰러졌는지 모릅니다
 
악성 류언 비어의 요사한 바람이 불어도
웃음을 날려 보내는 우아한 지존입니다
가시를 잎사귀에 감추고 혹시 누구인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고독이 눈물 나게 아름다운
지고의 아름다움을 품은 꽃이여
사랑스런 소녀야, 너는 꺾지 말아
저 꽃은 너의 성결한 꽃으로 되리니
 
2020,5,13 서울에서
풀로 살리라네
 
아, 나 풀로 살리라네
 
호방한 젊은 시절 창천을 바라
우람찬 송백으로 살려 했지만 이제는 로쇠하여
비바람 안고 살기엔 너무 힘겨워
가지는 꺾이고 침엽은 산산이 흩어져 내렸네
                                                 
이제 송백을 통채로 뽑아 버린 그 자리에
은신의 터전을 고루고 풀로 살기로 하였네
폭풍은 다시 잔혹한 상처를 주지 않고
폭풍을 즐겨 희열하는 춤 무대로 되였네
뙤약볕 쪼이는 가뭄도 다시
갈망의 피를 마르게 하지 않는 나만이 받는 세례였네
 
가는 모가지에 모란꽃 명예는 너무 벅차
요염한 나리꽃 유혹은 너무 사치스러워
좁쌀 꽃 한 송이 피워도
세상을 가진 것처럼 행복하게 살려네
한 방울 아침 이슬도 무거워 머리 숙이고
흐뭇한 명상의 길을 더듬어 가며
내가 사는 것이 다른 풀에게 그늘이 되지 않기를
주어진 햇살 한줌 품고 살려네
 
지금은 가을, 풀피리 소리 시들어가고
꿀벌도 찾아 오지 않아 외롭지만, 밤마다
찌르레기 애처로운 울음소리만 찾아 들지만
나는 상념하지 않네 빙그레 웃고 있네
열망에 찬 뿌리는 미지의 딴 세상에서 뻗어 온 것
해마다 세상이 바뀌고
나는 해마다 재생의 기쁨으로 물결치네
 
명년 봄 다시 환생하여도
아, 나는 풀로 살리라네
 
2020,5,11 서울에서
 
 
저 길은 외 저리도 아늑한가
 
세상의 천만 갈래 길을 오고 가도
마지막엔 한길로 뻗어간 저 길
길이란 오고 갈수 있는 길이련만
저 길은 가서 못 오는 길 -
 
그 길목엔 망향대(望郷臺) 정자 하나
내가 앉아 맹파탕( 孟婆湯)놓고 곁눈으로 훔쳐 보는 길
피어 오르는 김이 살포록히
은은하게 깔려 가는 길
 
저 길은 외 저리 아늑한가
대낮 없는 희미하게 노란 달빛의 구름 길
어슬렁 거리며 떠나가는
고혼의 그림자들이 보이는 길
 
먼 별들이 마중 나와 있는 길
억겁의 세월이 감감히 놓여 있는
다시 못 오는 길을 묵묵히 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길
 
가는 그림자들 홀가분히 간다
짐이 되는 무거운 배낭 벗어 버린
인연, 정, 괴로움, 애증 다 버리고
잊어 달라고 묵묵히 가는 열반의 길
 
사는 것이 고달파야 의미가 있었노라고
욕심에 상심도 많았노라고
생긴 대로 살지 않으려고 괴로움도 많았노라고
사랑이란 행복이 아니고 고역 이였노라고
존재란 치렬한 경쟁 이였노라고
다 털어 버리고 가벼이 가는 길
 
나도 저 길을 바라보며 맹파탕을 마신다
인정이란 왜 이리 잊기가 힘들까
삼생석( 三生石)이야 있겠냐 만은
태연히 곁눈질해 바라보며
아직 버릴 것이 많다고 해야 할까
아직은 저길 가기가 싫어 게으르게
꾸물거리고 있는 것일까
하 ,하, 호, 호, 웃자 너털 웃음 웃자
이 세상도 좋고
저 세상도 좋느라고
 
저 길은 외 저리도 아늑한가
 
2020,5,10 서울에서
 
주; 불교적 민간 전설에 황천으로 가는 길에는
환생을 의미하는 삼생석, 망천하(忘川河),나하교(奈河橋)와
나하교를 건너면 망향대( 望郷臺)가 있으며 맹파 할멈이
망천하의 물로 끓인 맹파탕(孟婆湯)을 마셔야 금세와
속세의 모든 정한을 잊고 황천으로 갈수 있다 한다
이 시는 삶과 죽음을 자연화한 시로 죽음에 대한 화자의
태연한 태도를 피력하였다, 죽음 역시 사랑과 마찬가지로
시인들이 즐겨 다루는 시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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