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이 세상의 한 골목길
살아있음을 호흡으로 알아갈 적
인연중에 잊지 못할 인연들이
노란 고요를 깔아 길을 이어놓았네
어제 밤 옛 꿈을 내린 흰 서리
은행잎에 물방울로 령롱히 맻혔네
행복이란 결국, 눈굽에 할롱이는
한방울 맑은 눈물.
안에
천언 만언이 깃들어 오색을 반짝이네
은행길은
무연히 뻗고…
2020,11,15 서울에서
국화 차
산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다는 것이겠지
너는 누구를 위해
가슴을 저려 본적 있느냐
위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이 쓰린 줄 알고 있느냐
물어 보자 모든 안고로
남 몰래 피고 스러진 야생 들국화야
산기슭에 고스란히 안고 메마른
너를 눈 털고
내 차 잔에 오기까지
나는 너를 모르지 너는 나를 모르지
삶의 철학이 노랗게 우러나
단물 쓴 물이 이야기로
내 몸에 배여 흘러
내 것이 될 때 나는 너를 알지
단물이 내 아픔에 어울릴 때
쓴 물이 내 그리움에 어울릴 때
나는 네가 척박하게 살아온 향기에서
내가 힘들게 살아온 향기를 알지
따스한 국화 차 한잔 들고
창 밖을 바라보면
살고 있는 세상 하늘가에서 밀려 오는
네가 주는 은은한 맛아 –
2020,12,5 서울에서
그런 시인이 있었다
그는 시인이였다
기억의 끝으로 간 시인, 이제는
가끔 모아산에서 한 송이 흰구름으로
가물거려 오는 이름
서울 가리봉동에서 만났던 시인
두더지 소굴 같은 쪽방촌에
그의 요청으로 갔을 때는 무더운 여름
구석구석 곰팡이 노래가 고적한
두 팔 벌리면 벽이 손 끝에 닫는 방에서
선풍기를 욍욍 틀고
우리는 막걸리를 마셨다
늑지한 되지 대구리 고기 한 접시
생활고처럼 콕콕 쏘는 동태탕에 베물어
그의 시를 놓고 담론하였다
그의 시는 은유의 쥐며느리도 아니였다
그의 시는 상징의 바퀴벌레도 아니였다
고생의 암유도 아니였다
담백하고 순수한 감성의 시
진실이 배여 마음으로 쓴 시
독자를 속이는. 거짓 말
눈물 없는 슬픔, 비통, 아우성
허상, 허구가 난무하는 시단에
난해로 독자를 우롱하는 시단에
그의 시는 피로 땀으로 쓴
고생 속에서 신음이 없는
슬픔 속에서 낭만이 가득한
진정한 시였다
시단이 왜 이렇게
타클라막칸 사막의 고사목처럼 삭막해 졌는가
그는 한탄한다
청초 같은 그의 시 뿌리 내리려면
흙과 비물이 있어야 하거늘
모래 언덕 밖에 보이지 않는 현실
방바닥에 쌓여 있는 원고 뭉치
곰팡이가 낭독하고 있다
내일 아침 5시
인력 사무소 막노동 가야 하는 그이기에
나는 자리를 떳다
후에 그는 연변 고향으로 간다고 하였다
후에 그는 귀천하였다는 소문이 들렸다
한 시인은 갔다
발표 했다는 20여수의 시
어디에 발표했는지 그 행적은 묘연하다
그 것만으로 그는
시인이라는 이름을 남겼다
아 모아산, 그의 시혼은
흰 구름으로 걸려있다
2020,12,11 서울에서
봄날 등산길에서
봄이라 따스해
애숭이들 젖 빨려고
풀잎은 혀끝 나불거리고
움 망울은 입 다신다
무엇을 바라 저리도 여린
생망(生望) 하나 품을 수 없을까
봄빛에 간지럼 타는
연 초록 그리움아
2021,3,16 서울에서
심정의 고요
초몽
고요는 언제나 나에게
부름을 준다
부름에
심장은 뛰고 있다
고요는 잡음 멀리
길을 낸다
나는 나로서 가야 할
자유로움이 있는 곳
마음 어디선가
조용한 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그리움이다
울음소리가 놀라 끊길 때
혼잡한 세상의 고독은 깊고
그 속에 나는
명상을 잃은 좀비가 된다
그것은 괴로운 암흑
몸부림치는 나에게
광명을 보는 눈을 준다
희망을 보는 귀틀집 등잔불을 준다
우주의 고요 속에
지구의 공전 자전을 엿듣는다
2021,3,25 서울에서
미풍에 흔들리는 마음
초몽
미풍이 마음에 불어 드는 날
흔들리는 마음은
반짝임이 가만히 번지는 풀잎이다
윤기가 찰찰 파문 짓는
흔들림 속에
평온을 자리하는 고요로움
지나온
애 (愛)와 증(憎)의 빛깔이 고르러운
희(喜)와 노(怒)의 정이 잦아 드는
어느 갈 숲의 나루
일엽편주를 타고 밀어간다
귀밑 머리 허연 백발 잔 물결 일어
평화로운 물 비늘 우에
무거운 한 생이 부력에 뜬
무심의 물빛이 얼굴에 비껴
알른거린다
날개 없는 물새 한 마리
배전에 앉아 길잡이 한다
더 멀리 석양에
환각이 행복한
사랑이 조용이 깃 펴는 곳으로
2021,4,10 서울에서
어머니
초몽
어머니는 내 품에 안겨
마지막 숨을 거두 시였다
평생 고생하신 고단한 근육과
주름진 살결을 포근히 풀어 놓으시며
간병할 때
내 손을 어루 만지시며
같이 늙는다고 아쉬워하시더니
그러면서도 아기 대하듯
살아 온 옛 이야기 도른도른 들려 주시더니
나 늙는 꼴 보기실어 먼저 가시나 보다
나는 젓 떨어진 아기처럼
허전하였다
늙어 엉석 부릴데도 없고
재롱 부릴 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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