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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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문행 렬차(외3수)
2020년 11월 06일 10시 29분  조회:398  추천:0  작성자: 리문호
도문행 렬차
     -시 <메밀국수> 속편
긴 세월
마음은 언제나 도문행 렬차에 있지
지친 몸은 타지 못했구나
간다 간다 하면서
마음만 렬차를 타고 아직 가고 있지
 
-또 오세요
그 달콤한 말만 뻐꾸기 울음처럼
허공에 메아리 치군 하지
 
꿈속에 노랑나비가 도문역 그 국수집에 날고 있지
애교가 향기로운 고 나리꽃처녀
아직 시집 안 가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메밀국수 두냥
색 낡은 식탁에 차려 놓고
초, 간장병 만지작거리며
포도알 같은 눈동자 현관문에 기대
날 기다리는 것 같아
 
인생은 도문으로 가는 렬차였다
기다림이 내게 와 닫는
끊 없는 동경을 향해 가고 또 가도
하염없이 가고 가도 가 닫지 못하는 철길은
세월의 길
 
처녀야, 너는 언제나
그 세월의 역에 머물어있으렴
너는 세월이 얼마나 무정한지 모르지
나만 멀어져 이렇게 늙었다
너만은 변치 않은 그 때 그 예쁨으로
나를 기다려 주렴 –
 
너를 생각하면
청춘 시절이 눈물 나게
이 맘을 아련히 적시누나
 
2020,11, 2 서울에서
 
코스모스
 
너는 무슨 짓을 하려고
어이는 찬바람에 기꺼이
가는 허리 흔들며 춤을 추는지
 
벌, 나비 사라진 적막한 들에
서리 빛 앳되게 웃으며
누굴 향해 아양을 떠는지
 
고운 손짓 그 빛깔
보는 마음 따서
길바닥에 깔아놓네
 
언젠가 봄 언덕의 그 꽃도
그랬지, 긴 세월에 잊혀지지 않고
이렇게
 
꽃구름 같은 코스모스길에
그리움이랄까
또 아득히 설레게 하네
 
2020,11,3 서울에서
 
 
오늘에 살지만
 
나는 오늘에 살지만
어제를 생각한다
 
지나 온 것이
왜 이리도 아름다운가를
 
몸소의 고생도
왜 이리 감미로운가를
 
스쳐간 사람들 미우나 고우나
왜 이리도 사랑스러운가를
 
오늘이 어제로 되여야
알일, 나는 오늘을 모른다
 
다가 오는 내일이 두렵다
무엇으로 다가 올지
 
나의 꿈은
래일에 있지 않다
 
어제는 분명
나의 꿈이 아름다웠음을 알고 있기 때문
 
2020,11,3 서울에서
 
한가한 시간
 
내 고요한 주위에 생각을 푸는 시간
꼬챙이로 개미와 유희를 노는 시간
해볕에 몸을 담그고 졸음도 한 가락
나무 잎새로 흐르는 시간
 
들숨 날숨도 모르고
바람이 불건 말건
마음이 잦아든 밑창으로 조용히
조약돌에 이끼 파래지는 시간
 
이 보다 편안한 시간은 없다
홀로 궁리 없는 시간에
세상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은
고요 또 고요가 파란 하늘로 퍼져간다

           202011,2, 서울에서
 


시인의 정원
 
시는 시인의 공간이다
그 속엔 정원이 있다
 
꽃과 나무 기암으로 조경을 이룬
돌돌돌 계수물도 청량한  
 
해살이 아늑한 금잔디에
새들의 지저귐도 은방울 같은
 
때로는 애수도 잔잔하고
환각의 아름다움도 흐르는
 
느낌이 아련하게 깃들고
단풍잎 하나씩 사색을 떨구는
 
먼 하늘이 지평선을 끌어오고
그리움이 아득히 눈길을 눕히는
 
나무의자도 몇개 조용히
지친 행객이 쉬어가라 마련한
 
시인아, 너도 그 의자에 앉아
령감의 경지를 넓히며 풍운을 눈길에 말아넣으려니
 
시는 시인의 정원이다
누구나 감수하며 쉬여가라 열어놓은
 
2020,11,6  서울에서

행복이란
 
보드러운 살결이 황풍( 黃枫) 들어
은근한 음표들을 날리네
가야금 줄 우를 거닐으는
늦가을 사념들이 음악을 가볍게 굴리고
 
고풍(苦風)에 울던 시름 잦히고
고느적하게 늘려간 은행잎길에
노란 미소들이 날리고 날려
지나온 발자국들을 덮어놓았네
 
아늑한 이 세상의 한 골목길
살아있음을 호흡으로 알아갈 적
인연중에 잊지 못할 인연들이
노란 고요를 깔아 길을 이어놓았네
 
어제 밤 옛 꿈을 내린 흰 서리
은행잎에 물방울로 령롱히 맻혔네
행복이란 결국, 눈굽에 할롱이는
한방울 맑은 눈물.
 
안에
천언 만언이 깃들어 오색을 반짝이네
은행길은
무연히 뻗고…
 
2020,11,15 서울에서


국화 차
             
산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다는 것이겠지
 
너는 누구를 위해
가슴을 저려 본적 있느냐
위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이 쓰린 줄 알고 있느냐
물어 보자 모든 안고로
남 몰래 피고 스러진 야생 들국화야
 
산기슭에 고스란히 안고 메마른
너를 눈 털고
내 차 잔에 오기까지
나는 너를 모르지 너는 나를 모르지
 
삶의 철학이 노랗게 우러나
단물 쓴 물이 이야기로
내 몸에 배여 흘러
내 것이 될 때 나는 너를 알지
 
단물이 내 아픔에 어울릴 때
쓴 물이 내 그리움에 어울릴 때
나는 네가 척박하게 살아온 향기에서
내가 힘들게 살아온 향기를 알지
 
따스한 국화 차 한잔 들고
창 밖을 바라보면
살고 있는 세상 하늘가에서 밀려 오는
네가 주는 은은한 맛아 –
 
2020,12,5 서울에서
 
그런 시인이 있었다
 
그는 시인이였다
기억의 끝으로 간 시인, 이제는
가끔 모아산에서 한 송이 흰구름으로
가물거려 오는 이름
서울 가리봉동에서 만났던 시인
 
두더지 소굴 같은 쪽방촌에
그의 요청으로 갔을 때는 무더운 여름
구석구석 곰팡이 노래가 고적한
두 팔 벌리면 벽이 손 끝에 닫는 방에서
선풍기를 욍욍 틀고
우리는 막걸리를 마셨다
늑지한 되지 대구리 고기 한 접시
생활고처럼 콕콕 쏘는 동태탕에 베물어
그의 시를 놓고 담론하였다
 
그의 시는 은유의 쥐며느리도 아니였다
그의 시는 상징의 바퀴벌레도 아니였다
고생의 암유도 아니였다
담백하고 순수한 감성의 시
진실이 배여 마음으로 쓴 시
 
독자를 속이는. 거짓 말
눈물 없는 슬픔, 비통, 아우성
허상, 허구가 난무하는 시단에
난해로 독자를 우롱하는 시단에
그의 시는 피로 땀으로 쓴
고생 속에서 신음이 없는
슬픔 속에서 낭만이 가득한
진정한 시였다        
 
시단이 왜 이렇게
타클라막칸 사막의 고사목처럼 삭막해 졌는가
그는 한탄한다
청초 같은 그의 시 뿌리 내리려면
흙과 비물이 있어야 하거늘
모래 언덕 밖에 보이지 않는 현실
 
방바닥에 쌓여 있는 원고 뭉치
곰팡이가 낭독하고 있다
 
내일 아침 5시
인력 사무소 막노동 가야 하는 그이기에
나는 자리를 떳다
후에 그는 연변 고향으로 간다고 하였다
후에 그는 귀천하였다는 소문이 들렸다
 
한 시인은 갔다
발표 했다는 20여수의 시
어디에 발표했는지 그 행적은 묘연하다
그 것만으로 그는
시인이라는 이름을 남겼다
 
아 모아산, 그의 시혼은
흰 구름으로 걸려있다
 
2020,12,11 서울에서
 
 
봄날 등산길에서
 
봄이라 따스해
애숭이들 젖 빨려고
풀잎은 혀끝 나불거리고
움 망울은 입 다신다
 
무엇을 바라 저리도 여린
생망(生望) 하나 품을 수 없을까
봄빛에 간지럼 타는
연 초록 그리움아
 
2021,3,16 서울에서

심정의 고요
   초몽
고요는 언제나 나에게
부름을 준다
부름에
심장은 뛰고 있다
 
고요는 잡음 멀리
길을 낸다
나는 나로서 가야 할
자유로움이 있는 곳
 
마음 어디선가
조용한 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그리움이다
 
울음소리가 놀라 끊길 때
혼잡한 세상의 고독은 깊고
그 속에 나는
명상을 잃은 좀비가 된다
 
그것은 괴로운 암흑
몸부림치는 나에게
광명을 보는 눈을 준다
희망을 보는 귀틀집 등잔불을 준다
 
우주의 고요 속에
지구의 공전 자전을 엿듣는다
 
2021,3,25 서울에서
 
 
 미풍에 흔들리는 마음
       초몽
미풍이 마음에 불어 드는 날
흔들리는 마음은
반짝임이 가만히 번지는 풀잎이다
윤기가 찰찰 파문 짓는 
 
흔들림 속에
평온을 자리하는 고요로움
지나온
애 (愛)와 증(憎)의 빛깔이 고르러운
희(喜)와 노(怒)의 정이 잦아 드는
어느 갈 숲의 나루
 
일엽편주를 타고 밀어간다
귀밑 머리 허연 백발 잔 물결 일어
 
평화로운 물 비늘 우에
무거운 한 생이 부력에 뜬
 
무심의 물빛이 얼굴에 비껴
알른거린다
 
날개 없는 물새 한 마리
배전에 앉아 길잡이 한다
 
더 멀리 석양에
환각이 행복한
사랑이 조용이 깃 펴는 곳으로
 
2021,4,10 서울에서
 
 어머니
  초몽
어머니는 내 품에 안겨
마지막 숨을 거두 시였다
평생 고생하신 고단한 근육과
주름진 살결을 포근히 풀어 놓으시며
 
간병할 때
내 손을 어루 만지시며
같이 늙는다고 아쉬워하시더니
그러면서도 아기 대하듯
살아 온 옛 이야기 도른도른 들려 주시더니
 
나 늙는 꼴 보기실어 먼저 가시나 보다
나는 젓 떨어진 아기처럼
허전하였다
늙어 엉석 부릴데도 없고
재롱 부릴 데도 없다
 
인생 절반이 뚝 떨어져 나갔다
 
내가 지금은
어머니 가실 때의 그 나이
나도 늙었다
 
동무가 되어 아기처럼 놀
외손녀, 친손녀, 친손주
멀리에 있고
나는 정말 늙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시면
칭찬도 받고
꾸지람도 받는
아기 였으리랴만
 
입이 궁금하다
어머니가 끓여 주던
구수한 시래기 된장국,
앗아 주던 시원한 올챙이 국수가
세월을 궁금하게 보낸다
 
2021,3,26 서울에서

오월의 잔디밭에 누워
        초몽
비단결 고운 오월이 널려있는 잔디
생기 파란 불길에 누워
가만히 눈을 감는다
해 빛이 숨결처럼
눈 두덩 따스하게 어리우면
소르르 사지의 맥을 풀고
티끌 없이 나를 내준다
그리곤 녹작지근하게 말한다
 
-나 죽을래요
 
고이 들어 가는 영겁의 꿈
꽃 물결 이는
가없는 산야로 천사 같은 우아한 허울이
실 안개를 밟으며
너울너울 춤 추며 다가 온다
조용히 기다리는 무렵
가슴이 두근 두근 …
 
미구에 살짝 다가오는 나긋한 촉감                                       
입술이 간지럽고 향긋해진다
날려 온 꽃잎 하나
입술에 내려 파르르 떨고 있다
아,
이대로 죽어 한 없을
환장할
오월의 입맞춤
 
2021,5,19 서울에서  
-자연이 숨쉬는 서랍 속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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