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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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꼬리가 있다면
2021년 05월 20일 11시 09분  조회:216  추천:0  작성자: 리문호
사람에게 꼬리가 있다면
        초몽 리문호
 
먹자 골목 남동댁 식당에서
혼자 조용히 뽀얀 소꼬리 곰탕을 먹는다
은행 몇 알, 대추 몇 알
잘게 썬 파가 동동 뜬 뚝배기
보신에 좋다나, 홀홀 불어가며
승냉이 이발로 꼬리뼈 고기를 뜯어 먹는다
 
유리창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펑펑한 엉덩이와 송곳 같은 엉덩이 들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학적인 상상에 잠긴다
 
사람들의 꼬리는 언제 퇴화됬을가
꼬리가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진화됬을가
의문에 의문을 이어
익살에 익살을 이어
사람에게 꼬리가 있으면
어떤 모양이였을가 생각한다
 
쥐꼬리, 되지 꼬리, 다람쥐 꼬리
말 꼬리, 승냉이 꼬리, 여우 꼬리
개 꼬리, 범 꼬리였을가 ?
아양 꼬리, 아첨 꼬리, 간사 꼬리
위엄 고리, 권세 꼬리, 욕심 꼬리
순한 꼬리, 겸손 꼬리, 주눅 꼬리
교만 꼬리, 상상이 풍부해진다
 
디자이너들은 명품 브랜드를 고안하느라
많이 골치 아팠겠지
꼬리를 감춰야 하나, 드러내야 하나
펜티는. 바지는 어떻게 설계해야하나
치마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
꼬리를 사리고 다는 사람,
빳빳이 세우고 다는 사람
풍격과 디자인을 설계하느라 혈안이 됬겠지
 
거리에는 꼬리 미용실이 쫙 늘어섰겠지
간판에 꼬리를 멋지게 그려 놓고 흐 흐
꼬리털을 자르고 빚고 다듬으며
알락 달락 물감을 염색하며
어루 쓸고 매만지며 훑으며
기름 칠하며 돋 버느라 여념 없겠지
 
길가에는 점쟁이들이 주런히 앉아
꼬리를 이리저리 만지고 뒤져 보며
부귀영화, 길흉화복
점치느라 돋 벌이 톡톡히 하겠지
 
꼬리 따라
보석 밖고
귀걸이, 목걸이, 손 팔지처럼
주렁주렁 금은 보석을 달고 다니겠지
 
꼬리 없이도 저렇게 휘젖고 다니는데
꼬리가 있으면 거리는 얼마나 요란할가
 
나 혼자 생각에 웃으며
소꼬리 곰탕을 먹고 있다
배 부르게 먹고 나서
트림한다
꺼억 –
 
2021,5,20 서울에서
후기; 이 시를 풍자시라 해야 하는지
나도 모른다.
동물과 사람의 원형은 무엇이 다른가도
생각하게 된다
 
 
 서도(書道)
       초몽
 
내 마음은 본시 캄캄한 광야에
관솔불 켜 든 야인
어딘가 어딘지 모르고 떠돌아 다녔소
 
내 마음은 본시 막막한 사막에
정처 없이 헤매는 목동
길 없는 모래바람에 방황하였소
 
내 마음은 본시 사방이 막힌 협곡
무지막지한 심연에서
세상을 보지 못하는 맹인 이였소
 
그 어느 날 거룩하신 분
계몽 선생님의 조용한 타이름이
귀 전에 메아리 쳤소
 
책 속에 인도하는 등불이 있다고
책 속에 세상을 보는 눈이 있다고
책 속에 걸어가는 길이 있다고
 
그 때로부터 귀가 열려 불철주야
서해(書海)에 매생이를 저어 오오
서산(書山)의 벼랑을 톱아 오르오
 
피안엔 맞아주는 여명이 바야흐로 동트고 있소
정상엔 눈을 높이는 가없는 풍광이 있소
오늘도 돋보기를 끼고 그 곳으로 향하고 있소
 
 
2021,5,27 서울에서


미풍의 눈물      
        초몽
저대로 피고 저대로 지는 그 꽃을
필 때는 고와서 질 때는 슬퍼서
흔들기도 하고 잠재우기도 했네
 
미련에 미처 몰랐네
 
아름다움이란 왜 냉정한가를
아니
냉정이란 왜 아름다운가를
 
앉아 쉬어 갈 자리도 안주네
물씬한 향기를 미행하다가
노란 색깔에 혼미했다가
문득 들려오는 먼 곳의 종소리
 
몽유(夢遊)였네 허망하게 배회하다가
싸늘한 한숨 지으며
파리한 눈물 한 방울 꽃잎에 흘려놓고
기어이 떠나 가네
 
차가운 가을 바람같이 저
허허한 지평선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그래도 즐거웠노라고 떠나가네
 
2021,6,7 서울에서 


시인의 한
      초몽
나 이제 세상 외곽에
고요를 가두려고
실을 뽑아 울을 친다
 
고요는
울안의 안방
시를 쓰려고 원고지를 펼친다
 
문득
울을 쓸어 뜨리며 들어오는
혼잡한 세상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피 멍들어 죽은
아기의 마지막 울음소리-
소금만 먹고 죽은
아기의 처절한 울음소리-
엄동설한 쓰레기통에 버린
피 덩이의 울음소리-
가슴 찟는
아,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여
 
그 아기들을 구원하지 못하는
한 맻인 나의 시여
와락 원고지를 산산이 찢어
창문 밖에 버린다
 
세상을 향한 나의 공소장이여
6월의 거리에
눈발로 날린다
 
2021,6,7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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