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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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2021년 02월 04일 10시 16분  조회:517  추천:0  작성자: 리문호
기아 (饑餓)
  •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
 
내가 새색시였을 때지
조선에서 흉년 든 이듬해 노랑 봄철
아직 들에 풀도 나지 않는 봄철을 노랑 봄철이라 하지
그 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는지 몰라
풀 뿌리 캐먹고 나무 껍질 벗겨 먹었지
집집마다 넝 두져 벼알 주어 먹고
산에 가 검은 흙 파다 먹었지
하루는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
열어 보니 아기 업은 웬 여자가 서 있었지
눈 언저리는 움푹 들어가
새까만 눈이 쏙 들어가고
머리칼은 헝클어지고
홀쪽한 얼굴은 광대 뼈만 남아
오래 동안 세수 안해 때가 재질재질 했지
구신을 본 것 처럼 무섭고
가슴이 떨렸지
왜 그러냐 물었더니
뒤에 업은 개지 새끼를 삶아 먹으려 하는데
가마를 빌려 달라고 하더구나
나는 깜짝 놀라
다리가 우들우들 떨렸지
사람은 굶으면 햇갈리는 가봐
그래서 어서 들어 오라고 해
멀건 시래기 죽 한 사발 퍼 주었지
맥이 없어 한술 한술 억지로 퍼 먹더구나
원기가 없으니
먹는 것도 힘들게 먹더구나
반 사발 퍼 먹고는
아기에게 먹이겠다고
업은 아기를 앞으로 돌리는데
아이고
아기는 이미 시퍼렇게 죽어 있었어
끔직해
내 온몸이 덜덜덜 떨렸지
아기가 죽었다고
거적을 찾아 들고
뒤 산에 가 묻자고 하니
꼳장 업고 본가집에 가겠다나
그래서 그렇게 보내고 말았지
얼마나 서럽고 불쌍하니
그 후론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에 선하구나
옛날엔 가시 아버지가 딸 시집 보내며
내 딸 데려가 굶어 쥑이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였지
가시 엄마는 내 딸 데려가
때리지 말라고 사위에게 신신 당부했지
참, 굶어 죽는 것 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어디 또 있겠느냐
 
할머니 주름진 눈에는
눈물이 송골송골
울먹이며 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2021,2,4일 서울에서
 
후기: 할머니의 이 이야기는 실제 사실이다.
대개 1910 년대일 것이다. 우리 민족의 가장 깊고 처렬한
콤플렉스는 굶주림이다. 할아버지 말로 하면 조선은 역사적으로
먹을 것이 항상 부족했다 한다. 할아버지는 굶어 죽지 않으려면
콩 한 자루를 언제 나 준비해두라 하였다. 굶주림에는 콩보다 좋은 것이
없다 했다. 
지금은 우리는 입에 들어오는 밥 한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재해와 인위적인 조건으로 인해 양식 위기는 항상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경의를 드린다, 농민은 우리 시대에 가장 사랑스런 사람들이다


상해서 만난 옛 고향 처녀
 
내 고향엔
이 세상에 오길 바라지 않았던
달갑지 않은 체내 애들이 있었어요
말순이, 개순이, 땡순이
이름을 이렇게 지으면 
다음엔 꼭 아들을 낳으리라고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은 꾀나 깜찍하고 
이 세상에 오지 말았을 체내 애 예뻣어요
나는 그 애들과 휩쓸려 즐겨 놀았어요
또깝살이, 나물캐기,돌각담에서 숨박꼭질을
내가 도깨비 달밤에 춤추듯 오줌을 갈기면
갸들이 조롱조롱 모여와
내 꼬쟁이를 구경하군 했어요
-          야, 너는 왜 서서 싸니 ?
-          너희들은 왜 앉아 싸니 ?
누구도 의문을 풀지 못 했어요                                  
아라사 병정 같은 털보
말순이 할아버지는 나를 보면
야, 고 거 까 불에 구어 술안주 할까
허리춤에서 칼 꺼내는 시늉하면
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달아 나군 했어요
말순이가 옆에서 웃으면
너도 하나 달고 나올 것이지 핀찬 주며
서글퍼 하셨어요
몰라요 왜
달린 것을 좋아하고 
안 달린 것을 싫어 하는지를
 
그걸 모를 때가 참 좋았어요
점차 셈이 들어가면서
체내 애들은 나를 만나면 부끄러워
말도 잘 안하고 멀찌감치 피해 다녔어요
이상하지?
내가 왕가네 누렁개도 아닌데 …
 
후에 생각하니
체내 애들이 무었이든 빨리 아는가 봐요
나는 어리숙 했거든요
그런데 나도 셈이 좀 들어 은근히
마음 가는 체내애가 있었어요
그 애는 학교도 가지 못하고
매일 되지 풀 뜯으러
나물 캐러, 땔 나무 가지 주으러 다녔어요
얼굴엔 허연 버즘이 끼고
목에는 때가 재질재질 했어요
고운 얼굴이 숯덩이 같았어요
대추씨 같이 야무져도
자칫하면 어머니가 신경질이 나
끄데기를 잡고 때리기도 했어요
-          안 나올 것이 게 나와 가지고 …하며
 그러면 말순이는 닭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나는 그 체내애가 불쌍해
학교에서 오는 길에
바자 굽에 숨어서 훔쳐 보군 했어요
때로는 기운 바가지로 
되지 물을 퍼 주군 했거든요
 
내가 부모 따라 도시의 교외로
이사 오구부터 만나지 못했어요    
밤이면
꿈결에 찾아가도 만나지 못했어요
깨여나면
베개는 눈물에 젖어 있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희미하게 잊어졌어요
늙으면서
까마득해 졌어요
그런데 
상해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고향집 국수집에 몇 번 갔댓는데 
주인과 얘기를 나누다가 알았어요
-          야, 너 그럼 말순이가 아니니 ?!
-          야, 너 쇠지구나 ?!
하하, 우리는 부둥켯어요
다 늙은 것이 애들같이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술을 붓고 마시며 숱한 말들이 오고 갔어요
술 한 잔에 몇 십 년 세월이 오고 갔어요
무수한 세월에 걸어 온
수많은 애락이 담겼어요
한잔의 술을 꿀꺽 목에 넘기듯
한 생도 그렇게 빨랐어요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했을
체내가 걸어온 애달픈 이야기
밤 가는 줄 몰랐어요
 
상해는 졸음 겨워 졸고
우리는 옛 고향으로 갔다가
다시 기나긴 길을 걸어
추억은 상해로 오고 있었어요
눈물겹고 섪어도
이야기는 즐거웠어요 …
  

세배
       초몽
설날 아침에 함박눈 온다
시래기 되지 고기국 기름 먹어 즐거웠다
누덕누덕 기운 바지를 벗어 던지고
할머니가 새 바지 입혀주어 좋았다
클아버지, 클마니께 세배하고
받은 돈 일모를 입차귀에 쑤셔 넣을 때가 즐거웠다
되지털이 불룩한 새 왕바신 신고
동네 아산 이씨 클마니를 찾아 세배 간다
클마니의 본가집 죽산 박씨들을 찾아 세배 간다
한복 곱게 차려 입고 비단 이불에 앉아
본가집 맏 도련님이 오셨구나, 하며 히물넙죽해 세배 받고는
바람벽 모다구에 걸려있는 둥치를 내려
개 눈깔 사탕, 과자를 한 웅큼 쥐어 주워 즐거웠다
이 집에 가 5푼, 저 집에 가 일모
지박이 불룩해 집에 돌아 오면
동네 어른들이 삼삼오오 클아버지 클마니에게 세배하고
술 마시느라 옥작복작 저녁까지 끝 없다
나는 술상 옆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민자들의 고생 이야기를
망국노의 설음 이야기를
정월 보름이 지나
가시 물은 말개 지고
오마니는 벼집 재로 사발을 씻어 내면
또 시래기 된장국에 무 오가리 짠지다
못 먹을 때가 설이다
못 살 때가 설이다
설이 지나면 휑하다
지금은 다 가실 때로 가고
클아버지 그 빈 자리에
내가 백발이 되어 앉아 있다
산해 진미 한 상 차려놓고 혼자 빨닥빨딱
소주를 마신다, 한 모금 넘기고
한참 생각하다 또 한 모금
못 마시는 술 살맥에 들켜 킥킥 거리며
세배 돈은 있어도 손주 손녀는 오지 못한다
동영상으로 세배하면
너 들 시집 장가 갈 때 주마하고 약속한다
그때까지 살 것만 같아 흐 흐
 
2021,2,11일 섣달 금음날 밤에
서울에서
 
 
늙은 자격의 감회

     초몽

늙은 자격은 조용히 살아가는 것
어디에 가나 자격을 팔지 말아야지
내가 먹은 간장이 너들 마신 물보다 많고
내가 건넌 다리가 너들 걸은 길보다 길다고
우쭐거리지 말아야지
어디 비비고 끼여 들어 참견도 말아야지
어느 장소에 못난 얼굴 삐죽히 내밀지 말아야지
원망도 말고, 욕도 말고
밉상도 받지 말고
간판을 내려 놓고 우아하게 살아야지
세상 미안하게 살지 말아야지
책을 친구 삼아 지조 높게 살아야지
 
동묘 잡동사니 시장에 가
길 거리의 싸구려 책들을 골라
한 짐 사지고 전철 1호선에 올랐지
광화문 교보 문고는 책이 비싸서
갈 엄두를 내지 못하지
마누라 몰래 꼬작꼬작 꾸겨둔 비상금
입차귀에 차고
낡은 서적을 사러 동대문 평화시장
동묘 시장에 가군하지
오 만원이면 허리 뻐근하게 한 짐 지고오지
싸구려지만 값진 책들이지
김소월, 한룡운, 윤동주, 천상병 …
시 한 줄이 만금 간다는 백석 시집도 있지
조상의 뿌리가 얽힌 <삼국유사>도 있지
죽은 넋들에 길을 물어
마지막 길을 가려는 심사지
 
전철에 오르니 마스크들이 쫙 깔려
좌석을 차지하고
눈이 말똥하게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지
나는 오히려
누가 자리를 양보해줄 까바 불안했지
나에게 자리를 내어주면
죽을 것처럼 미안할 번했지
다행이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가 없어
맘 편히 올 수 있었지
 
젊은 이들을 보며 한편 불상도 했지
우리야 갈팡질팡 긴 세월을 걸어 왔지만
이제 그들이 걸어 가야 할 길은
얼마나 힘들고 고생이 많겠는가
세상은 가면 갈수록 험하고
어둠도 많고 장벽도 많고
건너야 할 천험도 많을 텐데
무슨 절망, 무슨 좌절이 있을지
내일은 무엇이 기다고 있을지 불명한데
저렇게 스마트폰이나 굴리며 께임 놀고 있으니
묻고 싶구나
단단히 각오를 했는지?
자리를 양보해도 앉지 않으마
너희들 갈 길이 나보다 머니
 
나는 서서
천상병의 시를 읽는다
여리고 고운 마음의 시인
늙은 자격을 읽는다
그도 이 자리에 있으면 이랬을 것이다
간판을 내려 놓고
느긋이 너그럽게…
 
전철의 바퀴소리가 들린다
한강 다리를 건넌다
앞길은 얼마나 먼지 …
 
2021,3,13 서울에서
 
 내가 너를 품어주마(외1수)
 
풀이여, 너에게 묻는다
네게 가장 고운 것이 무엇이냐고
 
-시인님, 저는
고움을 타고 나지 못한 불운의 존재예요,
 
그럼 풀이여, 너에게 묻는다
네게 가장 미운 것이 무엇이냐고
 
풀은 녹소(綠笑)를 가볍게 지으며
- 시인님, 저는
미움도 타고 나지 못한 행운의 존재예요
 
- 오, 그렇구나, 너는
뽐낼 고움이 없어 소외되고
미움이 없어
청순한 삶을 지녔구나
그게 바로
네가 산다는 뜻이 아니겠느냐
 
이제 이 시인이 너를 품어주마
내 시심에 청향을 풍겨다오
                                            
 
 
 
녹차

차잔에 차잎이 고운 색갈 우려내며
나의 눈빛 부드럽게 달래는 소리
- 그리운 사람있어 나를 부르시나요

김에 서린 차향이 얼굴에 포근히 어리워
펼쳐진 고요한 산수화에 쪽배도 한척
- 누구를 기다리고 있나요

따끈한 차물이 혈관을 에돌며
계곡의 여울에 향촌 민요도 한 곡조
마음에 숨긴 비밀이 굽이치네

나는 말하네
그리움이 있다는것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냐고
 
초모 쓰고, 낚시대 메고
나는 무념의 차빛 풍경 속으로 가벼이
잊음의 고요한 안개 길을 가네

뼈다귀 해장국
   초몽
-아이유 어서 오세요
 
껌처럼 찰싹 달라 붙는
고 애교에 비질비질 끌려
사흘이 멀다 하고
마님의 뼈다귀 해장국 먹으러 간다
보동보동한 볼 따귀에
찰찰 감도는 기름기 보들한 웃음
나에게만 쏟아 붓는
간사한 가시 물 같아 간다
고생 속에 우러난
칼칼하고
얼큰한 웃음
귀신 붙은 뼈다귀를 고아낸 국물에
혼이 빼앗긴 듯 홀리워
그 맛 못 잊어 간다
부드럽고 미끈한 우거지
구수하고 감치는 등뼈 살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한 가득
귀신이 곡하듯
목구멍을 시원히 훑어 내리러 간다
마님의 풍요로운
인생의 진물을 맛보듯
용트림 나는 고 맛
 
아이고
웬 세월이냐
고 맛이 그리워도 어언간
오래 가지 못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무서운 나날들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낯 선 나날들
공포가 흐르는 거리
마스크가 우리를 멀게 하는 나날들
자연의 저주가
마귀의 주술처럼 들리는 나날들
마님의 그 웃음 뭉청 떨어져
화단에 처박혀 시들었다
윤택한 얼굴은 초췌해지고
초조한 눈빛이
유리창을 밖으로 흘러나온다
그 눈빛 속에
나도 지나간다
바질 바질
빚 더미우에
까맣게 탄 숯
싸늘한 그 가슴
 
-마님, 어서 못 들어 가겠네요
웃음이 질작한 애교도
코로나를 넘지 못 하잔아 나요
기억해요
때는 2021년
겨절의 녀왕도 수심에 울화가 치 밭인
서울의 오월
사랑도 없는
인정도 멀어진
서울의 오월
오월은 거리 두기에
흐느끼고 있네요
비가 늦 가을 처럼
음침하게 내리네요
추적추적 …
 
우리 싸워 이겨요
힘든 오늘
기까이를 위해
거리 두기로 싸워 이겨요
눈물, 눈물이
북에 떨어져
승전곡으로 울려 퍼지겠지요
 
 
2021,5,,12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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