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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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엽소설) 떡순이(외5수)
2020년 04월 13일 13시 11분  조회:952  추천:1  작성자: 리문호
(운문엽소설)

떡순이

옆집 떡순이
남자로 태여 나야 할 것이
공교롭게 녀자로 태여나 가지고
어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데가 있어야지,
허리가 절구통같아 힘은 세고 우악하고
코잠자리도 벌렁버렁 씩씩거리면서
나는 까불다가 매띰도 많이 맞았다
성깔나면 비자루고 짝대기고
막 후려 친다
나는 떡순이를 보면
고양이 앞에 쥐가 되여 쪽을 못 췄다

그러더니 시집 갈 나이가 되여
거센 떡순이가 간살도 피울줄 알고
애교도 찰찰흐르고
고와지기 시작했다
깐만 얼굴이 우유빛 흰 물가이로 되고
버즘 돋은 살갗도 매끈하고 반들해졌다
어머니가 되려고
피하 지방도 두꺼워져 풍만해지고
한 떨기 모란꽃처럼
부끄럽게 아름다워졌다
성깔도 꿀물에 녹은것 처럼
달달하게 윤기가 났고
백옥빛처럼 온순해졌다
웃으면 덧 이발이 왜 그리도 고왔을까 !

쌍가매 머리칼도 한 광주리처럼 흩어 있더니
거울 앞에서 빚고 쓰다듬고
가리마 쪽 타서 단아해졌다
쌍태 머리칼에 처녀 티가 잘잘 흐르며
얼굴엔 자애가 숨어 감돈다
흐 흐 흐
녀자는 시집갈려고 고와 지나봐 …

맞 선 본다고 떠들썩하더니
성사 됬나봐
나를 보면
- 야 쇠지야, 나 낼 모래 시집간단다
기쁨을 못 숨겨
말뚝에게도 말하고 소 구유에게도 말하고
빨래 터에서 돌에게도 말하고
나무 잎이 떨어져도 웃고
새들이 노래해도 웃는다

심양 교구로 시집간대나 ?
시집가는 날 나는 보았네
수줍어서 빨갛게 단 얼굴 숙이고 있었지만
입가에는 야릇한 미소를 숨기고 있었지
소차타고 통화에 가서
또 기차타고 간대나
아주 아주 먼 곳으로
시집 간 후엔 보지 못했네

이게 몇십년 만이야 ?
나는 서탑거리에서 떡순이를 만났네
아주 고아한 늙은 할머니였지
우아한 옷 차림에
얼굴에 뭐 그리 줴 발랐는지
입술은 빨갛고
분이 뚝뚝 떨어질거 같은게
살 맛나 하는 녀인이였네

- 야 쇠지야.
너 조그마했을 때 나 한테 매도 많이 맞았지
미안해
가서 커피나 마시며 애기나 하자꾸나

이거 사람이 어찌 이렇게 변할수 있나?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나는 의아해 아무 말도 못하고
향수 나는 그녀의 뒤그림자를 따라간다

오렌지 빛이 흐르는 커피점
담담한 공기속으로 체로의 선률이 떠서
고요속을 떠 돌고있다
우리는 그속에 잠겨 애기를 나눈다
- 야 쇠지야 이거 내 며느리가 하는 커피점이란다

나는 약간 못 마땅해 불쾌하다
나도 이제는 늙었는데
조그마할 때의 애명을 자꾸 부르니 말이다
떡순이는 자질구레
자기가 격어 온 이야기를 말한다

시집와서 고생한 이야기
못 난이가 시부모를 더 잘 모신다는 이야기
농촌에 억척스레 일하나
개혁개방의 물결타고 남방에가
짠지 장사를 했다는 이야기
아이들은 명문대학 졸업하고
출세했다는 이야기 …….

그러다
- 아참, 쇄지야, 너 시 쓴다는 소문도 듣고
네 시도 많이 보았지
나의 일생을 시로 써주렴 .

앞에 고아하게 앉아 있는 이 녀인
옛날의 떡순이라군 믿기지 않는다
나는 집에 와서
한 녀인을 쓴다
제목은
<떡순이> …

2020, 1, 14 화원신촌에서

창작후기: 떡순이 일생을 통해 우리 한 세대의
변화를 조명한다.
  시란 력사의 증언이다 


밤 비
 
아, 비가 내리면 비를 맞으며 떠나는
나의 꿈길은 아득한 이 역 만리
별빛도 없는 캄캄한 야밤을
가도 가도 가 닫지 못하는 애달픔 만리
 
강을 건너 물먹은 산야를 횡단하며
일직선으로 가고 가는 고달품 만리
머리칼 흘러내리는 비 물이
눈앞을 막아도 헤메여 가는 그리움 만리
 
낯 설은 음산한 무덤의 비석을 지나
누가 날 부르는 목소리 울려오는 만리
그 어는 동화의 아름다운 산장엔
애틋한 눈빛이 황홀경을 그리는 시상 만리
 
무수한 밤을 몽유에 찾아가다가
내가 눈물을 쏟아 록지로 푸르러 지는 사막 만리
시신이여, 너는 어디에서 외로이 날 기다리는가
해가 뜨면 못 찾고 돌아오는 한서린 만리
 
아 나는 왜 이리도 못 견디게 너를 사랑하는가
나의 시신이여….
 
2019,8,1
서울에서
 

대숲의 초옥
 
아씨가 보내준 동영상에
내가 나를 걷잡을 수 없이 안개처럼
사무치게 빨려 들어갑니다
 
이름도 연인 같은 먼 곳의 아씨님께서
어찌 내 마음의 유적한 마음을 알아
평생 그리움이 가는 초옥을 아담히 지어 놓았습니까
 
고뇌가 없는 곳은 사시장철 따사로운 봄빛
대숲의 숨결에 잠긴 고느적한 산수
한가한 낚시터에는 피리소리 간질 거리고
 
죽엽청 한 잔에 들꽃은 녹녹히 취해
한낮의 졸음속으로 선선한 꿈결이 흐르는
생을 던져도 후회 없을 아늑한 종착 나루입니다
 
파아란 냇물에 심사가 잠겨 들면
죽엽보다 더 푸른 청정한 마음에
이랑이랑 물결 지어 시정이 일어 납니다
 
비취색 투명한 아씨님께서 불을 홀홀 불어
참대 마디에 지은 밥 한술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모은 향기가 몰몰 풍깁니다
 
아씨여, 그 곳은 어디입니까, 가리다
도시에서 마음 하나 어디에 둘지 몰라 헤멜 때
내 초모 쓰고 낚시 대 둘러 메고 가리다
 
2019,8,12 서울에서


미풍의 잠언
 
나는 본시 그 어느 아련한 물안개 속
설음이 고요한 참대 마디에 도사리고 있다가
퉁소 소리에 불리워 나온 바람입니다
애달픈 곡에 혼을 비틀 거리며 왔습니다
 
꽃밭의 나비들이 날아와 꿈을 실어 주었습니다
오막살이 집의 등잔불이 앞길을 가리켜 주었습니다
봉창을 눈물로 적셔 구멍을 내고 나와
유산이라고는 없는 가벼운 바람이 되였습니다
 
고저장단(高底長短)의 가락은 나의 발걸음입니다
피할 수 없는 폭풍에서 나와 깡기는 좀 있습니다
불길에 휘말리여 나와 현운증도 좀 있습니다
그러나 성정은 온순하고 부드럽습니다
 
정의 응어리들이 풀어져 물들어
약간은 색깔을 띄고 있습니다
각고의 밤에는 서재에 잠적했다 나와
수묵의 먹 냄새도 좀 있습니다
 
나는 가고 푼 곳으로 가는 행자입니다
때로는 산을 넘으려고 우뚝 일어서기도 합니다
때로는 초원을 지나려고 엎어져 기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곳으로 가는 집념입니다
 
남기는 것은 밀고 온 구름발 눈물입나다
그것이 숲풀의 웃음이 되여 꽃을 피웁니다
좀 더 세상이 아름다워 지기를 고대하며
시행 길 자국에 점점의 정을 고이게 합니다
 
2019, 7,20 서울에서


 
 흔들림
 
오고 가는 종착엔 나루가 있습니다
나루엔 갈 숲이 설레는 맘이 있습니다
 
배를 타면 몸의 중심이 흔들립니다
몸의 중심이 흔들리면 세상도 흔들립니다
 
흔들림이 좋은 줄 몰랐습니다
세상을 너무 타박타박 걸으며 살았습니다
 
몸의 중력을 물의 부력에 띄워
흔들흔들 사공의 노가 밀어 갑니다
 
흔들리면 세상 모든 것이 불확실합니다
순간순간의 련속입니다
 
흔들거림이 노을 비낀 랑만인 줄
배를 타고 흔들거리며 알았습니다
 
2019,7,17 서울에서
 
 
 시인의 허공
 
눈썹에 매달린 풍경이 울어
광막한 야공을 열고
심장이 염주를 세며
령혼을 끌고 가는 아득한 길
 
양미간에 세워진 십자가는
세상에 묻힌 고역인가
미지의 무엇을 찾아 헤매가는
잡히지 않는 허망은 멀기도 하고
 
허와 실, 공과 색
점점이 반짝이는 별빛의 지령들
생겨 나고 사라짐에
영원의 한 순간을 미물로 살면서
 
반디 불 같은 시어를
허공에 그어 가고 싶어라
정이란 눈부신 생명의 빛임을
별처럼 남기고 …
 
살아 도달할 수 없는 영원을
죽어 도달해야 하는
허공의 끝
그곳엔 무엇이 있어 이리도 그리운가
                                                                          
2020,4,2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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