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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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의 춤 (외6수)
2020년 09월 15일 11시 05분  조회:354  추천:0  작성자: 리문호
지렁이의 춤(외6수)
 
              草 夢 리문호
 
비 온 뒤
외손녀의 손목 잡고 정원길에 나섰다
물이 질벅한 록지에서
익사하지 않으려던 지렁이가
세멘트 길바닥에 오입되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외손녀가 나무 꼬챙이로 건드린다
지렁이는 댕글댕글 굴며 팔딱인다
좋아라 박수치며 까르락거리는 외손녀가
쫑알쫑알 말하기를
춤을 춘댄다
 
외손녀야, 네 어이 알리
세상 살아가는 그의 괴로움을
외손녀야, 네  어이 들으리
그의 울음과 절규, 그리고 생욕의 비명을
 
이제 네가 크거들랑 알게 되리라
세상은 아름다운 것만 아니라고,
고생과 견강과 분투가 무엇인지를
지금 행복한 너로선 모르지만 크면서 알리라고
 
측은한 마음으로 생명을 사랑해야지
지구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거늘
 
외손녀와 나는
지렁이를 꼬챙이로 들어 록지에 옮겨주었다
지렁이는 우리가 열어준
제 살길을 찾아갔다 가뭇없이
외손녀는 록지를 한참 바라본다
 
외손녀야
이제 네가 크거들랑 모든
생명들의 아름다운 노래가 들리리니 –
 
 
외손녀의 락서

 
시를 쓰노라니 장난감 놀던 외손녀가
필을 들고 바르르 곁에 다가와
- 나도 글 쓸래요, 하며
내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락서를 한다
 
종알종알 말도하며
까르락 까르락 혼자 웃기도하며
코 잠자리 쌕쌕
원고지에다 락서를 한다
 
글도 아니고 그림도 아니고
심령속의 무수한 선과 네모배기 동그라미들
한장의 백지 같은 마음의
알지 못할 부호들,
 
란잡하지만 순수한 내심의 암호들
단순하지만 해석하지 못할 표기들
 
요것아, 네 맘대로 락서하거라
60년 내 인생에
너 보다 더 귀여운 시를 써보지 못 했으니
네가 바로 내게는 가장 아름다운 명시구나
 
풍파가 지나간 내 마음의 잡초밭에
너는 금지옥엽에 피는 예쁜 꽃
쏟아지는 희망의 해살,
시를 다 락서해 놓아도 곱기만 하구나
 
나는 이제 새로이 시를 써야지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
 

 
외할아버지의 모자

 
 
60년 고난의 풍파가 우는
색 낡고 때 낀 나의 루추한 모자,
지팡이로 굽은 허리 지탱하고
허여 허여 고난의 려정에 쓰고 온 모자,
 
외손녀가 벗겨 제 머리에 쓰고
온 방을 환하게 재롱 피우며
햇살 같은 웃음을
가득 채운다
 
-얘야, 어서 어서 벗거라,
꽃대궁 같은 너의 가는 목
내 인생의 무게에 눌리면 어쩔려구 ?
묵은 때라도 묻으면 어쩔려구 ?
 
내 모자는 세월을 헤쳐 온
고생 많은 한편의 장편서사시
너는 장편서사시에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꽃
내 너를 모자 우에 우르러 받들리니
세상에
너 보다 더 고운 꽃 또 어디 있으랴 !
 
 
두 동심
 

네가 있는 내 안엔
연지 빛 가득한 하늘과 들,
해가 까르르 웃고
솔솔 미풍이 향기롭다
 
고운 나비 쫓으며
콩콩 뛰여 가는 발걸음
걸음마다
버드나무 아래 새근새근 잠든
내 동심을 밟아깨운다
 
-          어서 가요, 외할아버지
외손녀가 내 손을 잡아끈다
앞에는 부채 쫙 펼쳐진 해살
무한히 아름답고 찬란한 곳
그곳은 네가 가야 할 곳
 
-애야, 너를 따라 가다
내가 따라가지 못하면
떨어져 네가 모르는 먼 곳으로 가면
너 혼자라도 기어이 가거라
 
륙십년을 이은 두 동심
나는 따라 가기가 벌써 숨차구나
 
 
 
 
달밤의 동화
 
달을 보면
엄마, 아빠 생각 나서
할아버지에게 안겨 베란다에
달 구경하러 나가자는 두돌배기
 
-  달이 왜 아직 안 나와 ?
-  이제 좀 있으면 나올거야
 
-  밥 먹고 와아?
- 그럼
 
- 술도 먹고 와아?
- 그럼
 
드디어
술도 먹고 밥도 먹은 달이
서섬서섬, 비츨비츨 온다
엄마 아빠 올 듯이
검불 낀 하늘에서 주춤주춤 온다
 
- 달은 오는데
엄마는 왜 안 와아 ?
아빠는 왜 안 와아 ?
- 이제 좀 있으면 올거야
 
- 엄마 밥먹고 와아 ?
아빠도 할배처럼 술 먹고 와아?
- 그럼
 
두돌배기 두눈엔 머언
별이 둘,
생각하다 기다리다
혼곤이 잠들었다
할배 어깨에 머리를 파묻고 잠들었다 ...
 
l   
l  (어린 아가를 할아버지 할머니께 맏겨 놓고 외국으로
l  로무간 부부에게)
 
 
상해동물원의 동북호랑이

어머니는 할아버지를 호랑이라 하셨다
호랑이처럼 무섭다고 나에게 말하셨다
나는 호랑이 같은 할아버지가 좋았다,
나를 고와 했으니까

여기 동북호랑이는 그때 할아버지처럼 늙었다
할아버지는 무서운 눈빛에 인자함이 흘렀지만
호랑이는 무서운 눈빛에 슬픔이 흐른다

나는 할아버지의 손자지만
호랑이는 손자 없이
철창에 같혀 외로이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이제는 내가 할아버지 그때 나이가 되였다
호랑이처럼 늙었다
나는 외손녀의 손목잡고 나처럼 늙은 호랑이를 구경한다

호랑이는 나무그늘 아래 옛 고향 생각에 잠겨있다
나는 호랑이 눈에 비낀 산림을 바라보며
호랑이 담배 피울때의 이야기를 외손녀게 들려준다



동자가 나를 구경하다
 
상해 아빠트구역 나무의자에 앉아있느라니
낯선 동자가 발걸음 멈추고 나를 구경하다
 
신비했을까, 고슴도치 같은 내 머리칼
이상했을까, 검버즘이 두꺼비같은 내 얼굴
 
이자 세살 난듯한 고놈이 이 늙은이를
동물원 짐승 구경하듯 새새히 구경하다
 
야 요놈아, 네 마음과 내 마음은 60년 거리
헤아릴수 없는 풍파가 가로 놓였음에
 
내를 고슴도치 두꺼비로 봐도
탓하지 않으마,
나야 험난한 길을 걸어와 이 지경이지
구경하고 싶으면 싫토록 구경하거라
 
깊은 생각에 잠겨 내가 히물히물 웃으니
귀여운 고놈이 핑 웃으며 어디론가 자취 감추네
 
허 허 요놈아,
너는 내가 걸어온 길을 걷지마
이제
네가 가야 할 60년이 한없이 궁금하구나 ?
 
 
 
 
후기:
시란 무엇이냐. 많이 고민한다. 시인마다 자기의 정의가 있고 또한 자기의 정의에 의해 시를 쓴다 그러나 시인은 결코 현실을 떠난 초현실,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다 지금 한국 시를 비릇해 많이 오도되고 있다. 오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많이는 골치 아픈 극히 고립화 된 염시(厭詩)로 변해가고 있다. 알기 쉽게 편안한 시를 쓰는 것은 나의 목표이다 . 우선 생활에서 내가 감동을 받아야 감화력 있는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인은 생활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해야 한다. 랭담으로는, 무심으로는 시를 쓸 수 없다. 비현실적인 허상과 허구 속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좋은 시로 될 수 없다. 짜증 나는 고립된 시일 뿐이다
시집이라고 받아 몇장 뒤져 보고 팽개쳐야 할 시집이 적지 않다
우의 몇수 시를 시가 아니라고 비양거릴 시인이나 평론가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만의 정의로 시를 보고 있을 뿐이다
시의 최종 우렬은 감화가 어느 정도인가에 있다
우의 시는 상해에 있으면서 쓴 시들이다 시집 - <달구지 길이란>에 발취한 시들이다. 생활에 대한 동경이 나를 시인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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