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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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존재의 인상
2020년 06월 22일 10시 26분  조회:479  추천:0  작성자: 리문호
산다는 존재의 인상
 
산다는 존재의 인상은
걸어 왔다는 것
나로 하여 도랑의 길장구 잎에 숨어있던
개구리가 흠칫 놀라 물에 뛰여 들었다는 것
들꽃에 앉아 있던 나비를 꿈인 줄 알고
잡으려다 날려 보냈다는 것
 
산다는 존재의 인상은
아버지의 회초리에 종다리가 붓고
어머니의 부짓갱이에 나는 파란 연기가 나를 찌르고
선생님의 흑판 막대기가 훈계하여
철이 들었다는 것
 
산다는 존재의 인상은
시험에 응시하는 것
0점에서 100점까지 그 사이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산다는 존재의 인상은
의무병으로 참군하여
충성을 불태워 나라에 바쳐야 한다는 것
목숨도 걸고 싸웠다는 것
 
산다는 존재의 인상은
보금자리를 꾸리기 위해 고생하는 것
황소처럼 쟁기를 끌고
눈물 없이 피를 흘리며 와야 한다는 것 
 
산다는 존재의 인상은
38원 월급 봉투를 받는 다는 것
8원은 담배 용채로 남겨 놓고
30원은 아내에게 공손히 바쳐야 한다는 것
그러다 장례금을 타면 비자금 만들어
친구와 술 한잔 하는 것
 
산다는 존재의 인상은
자식들 공부시켜 제 밥벌이 시키는 것
다 날개 돋혀 하늘아래 날아가고
빈 둥지에 고요가 깃들어 있는 것
 
산다는 존재의 인상은
벼짚을 추려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짠다는 것
시(詩)줄을 다려 가마니에 넣고
당반에 올려 놓는 것
록차 한 잔 놓고 택 수염 만지며
창 밖의 풍운을 바라본다는 것
 
산다는 존재의 인상은
그저 이런 것

2020,6,21 서울에서


거리를 걸으며
 
존재와 의식의 거리를 걷는다
그 속엔 망각도 있다
내가 있어 내가 거리를 걷는다
순간 순간의 발걸음은
순간 순간에 뒤로 사라지고
나와 나의 그림자가 있는
순간 순간만은 내가 살고 있는 나다
사람들이 있어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인연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그 속에 나를 알게 하는 나도 있다
그들의 얼굴에 눈, 코, 입, 귀….
나의 얼굴에도 그들과 같은
보고 듣고 먹고 말하는 오관이 있을 것이다
신호등 등불을 보고
멈추고 건너는 사람들 속에
나도 멈추고 건넌다
다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마다 가는 곳은 어딘지 보이지 않는다
살기 위한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왜서 이 거리로 나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간다
살고 있어 이 거리를 걸을 뿐이다
화단에 꽃이 있어 꽃들이 화사하게 피였다
피고 지는 뜻이 무언지 몰라도
살아 있기에 계절을 느낄 것이다
나도 꽃에서 살아 있는 나를 느낀다
망각과 의식의 거리
나는 지금 이 거리를 걷고 있다
방랑자처럼, 유령처럼 …
 
2020,7,1 서울에서
 
가을 길
 
코스모스의 흔들림은 예쁜 아양인지
싫은 괴로움인지 나는 모른다
분명 바람에 대한 표현
 
나의 비틀거림은 흥미 진지한 도취인지
서러운 인고인지 나는 모른다
분명 나에 대한 표현
 
흔들림의 꽃 길에
비틀거림의 그림자가 가고 있다
 
싸늘한 바람과
따스한 해 빛이
어울린 길
 
코스모스 연약한 꽃 대궁을
지팡이로 삼아 집고 걸어도 되는가
 
나 코스모스처럼 흔들리며 걷고 있다
이 마 가을 향기로운 길에
불어라. 상쾌한 바람아 - 
 
2020,6,23 서울에서  

우중의 노래
 
고요한 간밤 비가 내린다.
멀리 뻗어간 시선 속
가로등 희미한 거리로
한 올 가느다란 노래가 가물거리며
내 마음에 애수로 촉촉히 감겨온다
 
마음을 묻어버리자
빗소리 같은
울적한
나의 그리움도 그 속에
 
누군지 모르는
우미로울 수록 저토록 애절한 노래
내 어이 그와 함께
이 가슴 저미며
눈물을 흘리고 싶어 질까
 
슬픈 노래를 듣고
슬픔을 모르는 마음도
마음일까
한서린 여인의 사랑 노래
 
세상이 몰 정해
진정한 사랑을 품은 사람은
한 곬으로 아픔을 지녀
고독하고 외로운 것
 
야밤의 거리로 비 맞으며
방황하는 애달픈 노래
속세의 비원
노래로 해탈의 길을 여는 너는 시인
 
정이 많아
슬픔도 많은가
적적한 거리로
침울한 거리로
탈속하는 마음의 울림아 –

2020,8,9 서울에서


동틀 무렵
 
강물에 풀어 내린 여명 속으로
고요히 떠 가는 쪽배 한 척
비스듬히 열린 눈 까풀 새로
흘러 보내는 어제 밤의 은백색 잠결
 
비몽사몽 엷은 아련한 정적
스쳐간 꿈 방울들이 맺혀
하나 둘 떨어지는
비취 깨지는 소리 동그랗게 파문 짓고
 
봉우리들이 물안개에 잠겨 들어
꽃물이 퍼져 오면
주홍 색 댕기가
마음에 들어 펄럭인다
 
울며 내 꿈결을 날아 들던 물새는
비상하는 날개로
나만이 품은 속 그림을
허공에 옴겨와 그려 넣고 있다
 
붓을 들어 시 한 수 갈겨 넣으려니
난삽한 정이라는 것이 너무 무색하다
온순한 장미 빛 소망하나
이 세상에 펼쳐 덮고 싶다
 
오늘도 세상아.
아침처럼 평안하고 아름다우렴아
 
2020,8,14 서울에서   
 
 추우(秋雨)
 
추우는 언제 와도 울적하다 침묵처럼
차가운 청정한 기운이 스며
마음속 수림에 시들어 메마른
추억들은 비 물 먹고 부푼다
 
언젠가 자옥한 비속으로
누구를 석별에 보낸듯한 허전함
비 소리가 자아내는 애상 속으로
누가 올 듯이 기다리게 되는 아련함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계절을 넘으며
 
여름의 염열(焰熱)속으로 달려가던
무성만을 바라던 곤혹속에 묻어 두었던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지금은
서서히 은행나무 길에서 다가오고 있다
 
운무 속으로 은연중 오는 마음의 그림자
그리움의 허영들
싸늘한 가을 풍경에도
어쩌면 저리도 우아하게 단풍 빛을 띠고 있을까
 
이제 얼마면 은백색의 광야에 우리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여백을 추억으로 가득 메워 놓고
삶의 집념은 가식 없이
창천의 라목처럼 꿋꿋이 서서
 
비 방울이 깊은 묵상을 뚫는다
무수히 일어나는 기포
지나간 것과 기억했던 사연들
퐁퐁 터진다. 밀려오는 심사의 풍요로움….
그리고 겨울로 가는 외로움 …
 
 
2020.9.22 서울에서
 시든 장미꽃
 
공원 으슥한 나무 그늘아래
낡은 의자는 정적에 잠겨 있다
누군가가 버리고 간 장미 한 송이
살포시 시들고 있다
 
흔들리는 나무 잎 사이로 파란하늘을 보며
햇빛 몇 가닥 희미하게 받아
무언의 야릇한 적막을
읽고 있다
 
누가 누구를 기다리다
그리운 눈빛만 허망하게 남겨 놓고 갔을까
누가 누구를 만나
실망한 등 그림자만 남겨 놓고 갔을까
누가 누구를 만나
장미 빛 밀어를 남겨 놓고 나비처럼 날아 갔을까
 
무수한 여운을 남겨 놓은
비밀들이 시들어
 
철든 사랑은 완미를 바라다 헤어지고
철들지 않은 사랑은 열정에 타서
나란히 새 길을 찾아간
화려한 미궁 속의 전설을 읽는다
 
흘러간 세월은 낡은 의자
우리는 그 의자에 앉아 생각한다
시든 장미꽃의 사연을 두고 …
 
2020,9,23 서울에서
 

일지화(一支花)
 
처절하다
아, 홀로가 저리도
아름답게 처절하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모른다
언제 날아 왔는지 모르다
무의식 속에 반짝
이방의 홀씨가
떠 올린 한 송이 소담한 꽃
 
가난이 욕 되여
아니
생욕이 치열하여
아니
뜻이 얼마나 불타
저 불모지에서
생명 예찬의 노래를
무성의 고음으로 부르고 있을까
 
이 도시의 골탄 길가
시멘트 둔덕
살아갈 틈새도 없는 곳에서
협곡
마천루 아래
자동차들이 붐비는 길가에서
바람에 불어온
미세 먼지를 뿌리로 꽉 그러 안고
2020년 장마의 폭우에도 씻겨 가지 않고
일촌 자리를 이악스레 지켜
외소한 허리로
서글프게 피어 올린
가장 존귀한 꽃
 
나는 너를 두고
이 도시의 시인이라 부른다
시인만의
순수한
노란 꽃술의 눈빛
붉게 타는 혼 불
 
화려한 거리
사치와
음탕에 물 젖지 않은
너만이
매연 속에서
간직한 순결한 정열
그리고 보조개 미소에
풍겨내는 시 향
 
아, 일지화
너에게
함언의
상징과 은유가 있겠는가
 
무수한 꽃을 보았어도
내 진정 질긴 생명의
너를 처음 알겠노라
속을 확 터친다
절제요
숨김이요
변형이요
하는 속박에서 벗어나
소리 높이 부른다
너를 사랑하노라고
 
일지화
너는 가장 진실한
이 도시
어느 먼 화단에서 날아온
이방의 시인이냐
 
2020,9,27 서울에서
 
후기 ;
한 송이 꽃을 두고 깊은 애정과 열정을 쏟아 부은 적은 처음이다, 그것은 그 꽃의 생존환경이 너무 처절했기 때문이다. 거리를 가다가 유보도 길가 시멘트 둔덕아래 미세먼지에 간신히 뿌리를 내리고 홀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 그 악열한 황경에서 꽃을 피워 올린 강력한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명은 위대하다. 이 꽃을 나는 재한동포문인들을 련상 시켰다. 시는 미의 창조이다. 이런 꽃 같은 내심의 포부와 미가 있으면 향기를 풍기는 것이다. 한국에 아름다운 발자취를 남기며 매 문인마다 우리의 끈질긴 노력으로 역사에 남길 서사시를 쓰자
 
 그 시절이 그리워지면
 
그 시절이 그리워지면
백발의 아기가 됩니다 나는
집안이란 고향 산 기슭에서
두 팔 벌리고 호랑나비 꿈을 쫓아 다닙니다
 
두메 산골은 왜 그렇듯 신비로 가득했던가요
양지바른 초가집 마당의 병아리도 그리워 집니다
나팔꽃 울 바자 너머 푸른 들
청산에 걸려있는 쪽빛 하늘도 그리워 집니다
 
냇가에서 한가하게 걷는 꽃 사슴
꿩들의 날개 짓, 메아리 치는 뻐꾸기 울음
들판에서 풀 뜯는 황소의 잔등에서
유월의 햇볕이 미끄러져 내리는 태평세월이 그리워 집니다
 
귀신이 나온다는 무덤들도 무섭지 않았지요
여치 소리는 어느 세상의 음성 이였던가요
비석들은 어느 저승의 표지였던가요
나는 몰랐지요, 싸다니며 즐겁게 뛰놀았을 뿐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를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세상을 호기심으로 돌아 다닐 때가
가장 즐거웠어요
 
나는 나를 알 때가 가장 힘들어 지기 시작했지요
힘들어 이제는 호기심도 마른 풀잎 되고
흥미도 시들어 물 없는 개울이 됬지요
나를 손잡아 주어요 즐거웠던 그 시절이여
 
그 시절이 그리워 지면
나는 깡충깡충 뛰어 다니는 아기가 됩니다
산천에 재롱부리며 사랑을 받고파 사랑하고 파  
명랑하고 유쾌한 아기가 됩니다
 
팔 소매로 훌쩍거리는 코를 딱는
몹쓸 아기가 됩니다
 
2021,1,1 서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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