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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유화 한 장
2020년 03월 28일 10시 38분
조회: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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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문호
시장의 유화 한 장
시장에서 고흐의 인상파 유화 같은
고화 한 장을 보았다
세월의 액자 속에
언제 그려졌을지 모르는 유화
꽤나 곱살했을
처녀 때, 아니면 각시 때
그려졌을 유화
그림은 많이 낡았다
작은 체구, 초라한 옷
사치와 분장 없이 그린 그대로
이 시장에서 먼지도 많이 끼였다
지나가는 사람 사는 냄새도 배여
매대엔 때도 시커멓게 끼였다
졸아든 얼굴 살 껍질의 주름엔
고동색 의문들이 가득 배겨 있다
다만 축 늘어진 눈 까풀 아래
돈을 보는 눈이 유난히 반짝인다
앞에는 민들레, 취나물, 배추, 시금치
방풍나물, 청양 고추, 콩 나물 시루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에게
졸음 절반 기대 절반 바라본다
예서 어떤 세월, 어떤 바람
보아 왔을까 무상한 세월에
저리도 색 낡은 유료로 그려져
누구의 어머니고 누구의 할머니인 그이
살아 온 모든 미운 정 고운 정은
침적되여
얼굴에 검버즘으로 남고
묵묵히 표정 없는 그림
-콩나물 천 원어치 주세요
할머니는 역시 표정 없이
액자 속에서 나와
시루의 통통 살진 콩나물
인생 아리랑 같은 음표를
피골이 상접한 조글 조글한 손으로 듬북듬북
검은 비닐 봉투에 넉넉히 담아 준다
인심이 장사라는 철학을
내가 돈을 드려도
고맙다고 웃어 주지 않는다
넉넉함에 이미 다 포함 되였다
묵묵함의 너그러움
돈을 받고 또 다시
액자 속에 들어가 앉아 있다
순박함은 고요하다
불명한 세상엔
이런 유화도 드물어졌다
살아 있는 유화 …
2020,3,27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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